[김태은의 폴리티션!] '제3당 혁명'과 '88년 추억팔이'

[the300]국민의당, 호남에 집착하는 이유…'지역구도+소선거구제' 뻥튀기 기대말아야


소선거구제 하에서 양당 구도를 깨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떠올리는 것은 아마도 1988년 총선의 추억일 것이다.

1988년 총선은 소선거구제가 처음 도입된 선거였다. 소선거구제는 양당 구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과 달리 3당 구도도 아닌 4당 구도를 형성한 선거기도 했다.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125석에 그치고 'YS(김영삼)'가 이끄는 통일민주당이 59석을, 'DJ(김대중)'가 이끄는 평화민주당이 70석을, 'JP(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35석을 각각 차지해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어냈다.

바야흐로 '삼김(三金)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삼김시대가 막을 내린 2000년에 이르러서야 실질적인 양당 구도가 자리잡았다는 것은 단순히 선거구제도 이상의 정치 역학이 '제3당'의 존립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을 웅변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요인은 지역 구도다. YS와 DJ, JP가 각각 영남과 호남, 충청도를 기반으로 표를 받아 의회에서 주도권을 쥐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역 구도가 소선거구제와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의석수 뻥튀기' 효과다.

당시 민정당과 민주당, 평민당, 공화당의 득표율은 34%와 23.8%, 19.3%, 15.8%다. 이에 비해 의회 내에서 차지한 의석수의 비율은 41.8%와 19.7%, 23.4%, 11.7%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민주당이 평민당보다 표를 많이 얻었음에도 의석수는 적게 얻어 제1야당이 아닌 제2야당으로 내려앉은 점이다.


지역 구도가 소선거구제에서 부리는 마술이다. 평민당이 호남 지역 의석수를 싹쓸이하고 서울 지역에서 호남 출신이 다수인 지역을 가져온 결과다. 민주당은 부산에선 절대적인 강세를 보였지만 나머지 영남 역에선 정당 밀렸고 서울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지역적으로 고른 득표율을 기록해도 한 표만 적게 받으면 의석을 잃는 소선거구제의 피해자가 됐다.

전국구라 칭해지던 비례대표 의석 역시 이 때엔 지역구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평민당은 소선거구제 첫 도입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 우나라의 특수한 사례만은 아니다. 지난해 영국에서 치러진 총선을 돌이켜보자. 스코틀랜드 민족주의를 내세운 스코틀랜드국민당(SNS)가 스코틀랜드 지역구를 싹쓸이하며 56석을 차지하는 이변이 가능했던 것은 '지역 구도+소선거구제'의 위력 덕분이었다.

득표율을 보면 보수당 36%, 노동당 30%, 자유민주당 12%, 영국독립당 9%에 이어 SNS는 7%로 다섯번째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민당은 8석, 영국독립당은 겨우 1석을 얻었을 뿐 SNS에 훨씬 못미치는 의석수에 그쳤다. 영국은 정당별 비례대표제가 없는 순수 소선거구제를 실시하는 나라다.

2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당(가칭) 광주시당 창당대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비롯한 위원장들이 손을 맞잡고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16.1.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3당 혁명'을 꿈꾸는 국민의당이 호남 지역에 집착해 파고드는 이유도 여기있다. 지역 기반, 특히 영남을 독차지하고 있는 여당에 맞서 호남에서 확고한 기반을 갖춘다면 소선거구제에서 양당벗어난 제3당, 나아가 제1야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1988년의 추억에서다.

안철수 국민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옛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지난해 12월 13일 직후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을 때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약 30%, 24%, 19% 정도였다. 1988년도 정당별 득표율과 유사하다. 전국구에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로 바뀐 것을 고려해도 호에서지율이 높았던 국민의당이 실제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보다 의석수를 많이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추억은 추억일 뿐이라는 것이다. 28년 전과 비교해 지역 구도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고 특히 호남 지역은 훨씬 많이 변하고 있다. 안철수는 호남이 절대적으로 지지를 보내던 DJ가 아닌데다 호남은 자신들의택지를 'DJ당'에서 무소속으로, 그리고 이제는 어쩌면 새누리당으로까지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인은 불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국회의장을 광주로 불러들이는 중력에서도 알 수 있다. 호남이 지역주의의 '볼모'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중이다.

국민의당이 천정배의 국민회의에, 박주선에 박지원까지 호남에 매달릴수록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또다른 방증일 것이다.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정치 퇴행을 거부하는 호남 민심이 첫째다. 더구나 퇴인 지역 구도를거구제의 마술로 '뻥튀기'하려는 정치공학적 셈법은 '양당 기득권 타파'를 위한 '제3정당 혁명'이란 구호와는 맞지않는 양두구육임을 호남인들, 나아가 국민들이 금세 눈치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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