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못해', '鄭안도 반대'…선거구 획정, 안하무인 정치권

[the300]정당 이익 관철 위해 선거구 공백 사태 방치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5.12.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선거구가 사라진 지 3일째인 3일 여야는 여전히 합의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두 거대정당이 자당의 이익만 고집하면서 국민의 참정권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국회에 따르면 향후 4년간 국회 운영을 주도할 국회의원 선거 규칙을 두고 해를 넘겼음에도 진전된 협상 결과를 얻지 못한 채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정 의장은 여야가 의견접근을 도출하지 못하자 1일 현행 지역구 246석을 토대로 농어촌 선거구 축소를 최소화 한 선거구 획정기준을 선거구 획정위원회로 넘겼으나 획정위 역시 2일 결론 없이 전체회의를 끝냈다. 결론을 내리려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획정위는 여야가 동수로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돼 있어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구조다.

무엇보다 여야는 정 의장 안에 대해 모두 거부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일 "농촌선거구가 너무 많이 줄기 때문에 (정 의장 안은)옳지 못하다. 여야가 잠정 합의한 지역구 253석으로 가야한다"며 강경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내용엔 강원권 의원들이 특히 거세게 반대한다. 국회의장이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획정)'을 인정하고 있다는 주장을 앞세운다. 이날 권성동, 김진태, 염동열, 이강후, 한기호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갖고 정의장 안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일각에선 '정 의장 탄핵설'까지 새어나온다.

야당도 정 의장 안을 반기지 않는다. 그동안 청와대의 압박에서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막아온 정 의장이 결국 선거구 획정에 관련해선 직권상정 절차에 돌입한 것이 불편한 기색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같은 날 "국회의장이 선거구 획정안을 직권 상정하는 건 정말 피해야 할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여야가 더 노력해 반드시 여야 합의로 선거구 획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여야가 합의해 결정해야 할 '숙제'를 하지 못한 채, 대안을 내놓은 정 의장만 다그치는 것이 합당한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오히려 각성해야 할 대상은 여야 지도부라는 것이다.

더민주당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3일 논평을 통해 "여·야당의 지도부는 정의화의장의 중재안을 비판할 자격도 없다고 본다"며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중재안을 반대만하기 전에 국민이 납득할만한 합의안을 즉각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2004년에도 같은 일을 반복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기존 4대 1까지 허용했던 지역구간 인구편차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런 이유로 여야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당시 17대 국회의원 선거 1개월을 앞둔 시점에서야 의원정수를 26명 늘리는 방식으로 획정절차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예비후보 등록제도가 없었다. 때문에 혼란은 크지 않았다. 현행 선거구 소멸로 선거운동 일체가 금지되는 '진공' 상태다. 선관위는 예비후보 등록자들의 선거운동(사무실 간판, 명함 등)이 '불법'을 인정하면서도 임시국회 마지막날까지 단속하지 않겠다는 '편법'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지만, 누군가 소를 제기할 경우 책임이 모호해진다. 가뜩이나 신뢰를 잃은 정치권에 '불신'이 쌓이는 구조다.

정 의장은 1일 담화문을 통해 "알 권리와 알릴 권리를 침해받는 우리 국민들과 예비후보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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