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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왼쪽)가 지난 6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채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정당,정치자금법 개정방향에 관한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2015.6.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여파로 2006년 3월 폐지됐던 '정당 후원제도'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부활하게됐다.
헌재는 지난 23일 정치자금법 제6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 대1 의견으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2017년 6월30까지 법률 개정안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2017년 12월 대통령 선거부터 정당에 후원금을 기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단체 명의의 정치자금 기부는 이번 결정과 별개로 계속 금지된다.
정당 후원 제도는 1980년 도입됐다가 이른바 '차떼기' 사건 여파로 2006년 폐지됐다.
옛 대검 중수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캠프는 2.5t 트럭에 담긴 현금 150억원을 트럭째 넘겨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후보측은 기업들로부터 823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고 노무현 후보 측은 113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아 쓴 사실이 공개됐다.
이 사건 이후 치러진 2차례 대선에서 기업들의 대규모 불법자금 제공 사례는 적발되지 않았다. 내년 20대 총선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필두로 문효남 수사기획관 남기춘-유재만 중수 1·2과장, 이인규 원주지청장 등으로 짜여진 수사팀은 검찰 역사상 최고의 수사성과를 남겼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법조항이 정당활동의 자유와 개인의 정치적 표현에 대한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인한 정경유착 문제는 일부 재벌기업과 부패한 정치세력에 국한된 것으로 대다수 유권자들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달라진 정치풍토와 유권자의식 등 과거에 비해 향상된 우리사회의 '정치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생각된다.
이제는 거액의 불법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지 않고, 개인 정당 후원금을 통해 정치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선진적 후원시스템'이 보장됐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다.
하지만 정치자금 관행이 '우려할 수준이 아닐만큼' 투명해졌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재벌들의 대규모 불법자금 제공행위는 없어졌다고 해도 정치인들의 불법자금 수수 행태는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입법로비 등으로 금품을 받아 기소된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결이 이어지고 있고 불법 정치자금 사건으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되는 경우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올해 초 정보공개 청구에 따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원을 모호하게 기재한 채 국회의원에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정당후원제도의 부활이 자칫 방법과 주체를 달리한 채 정당의 비공식 자금원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들이다.
특정정당에만 후원금이 치우칠 수 있다는 점도 염려된다. 이번 결정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은 "정당 후원이 부활할 경우 거대 정당이 이익을 보리라는게 명약관화하고 정당은 당비, 정치인 개인 후원금, 기탁금 등으로 비용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의 결정으로 여야는 상임위를 열어 관련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우리 사회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유난하다. 정당하게 후원금을 받고 상응하는 노력을 하는 다수의 정치인들이 괜한 오해를 사는 일 없도록 법률안 개정작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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