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강사 내쫓는 시간강사법?

[the300](종합)

세번째 미뤄지는 '시간강사법'…'급한 불' 껐다지만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개정 고등교육법, 이른바 '시간강사법' 시행의 3번째 유예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2016년 1월1일 시행예정인 시간강사법 시행을 2년 재유예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대표발의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을 통과시켰다.

앞서 시간강사법은 이미 두 차례 시행이 유예된 바 있다. 당초 시간강사법은 2013년 1월1일부터 시행예정이었지만 시간강사 처우개선 및 고용안정을 위한다는 입법취지와 달리 대학의 행정·재정적 부담 증가로 시간강사 대량해고 위기 우려가 제기됐고, 법안에 대한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시행이 유예됐다.

이날 교문위를 통과한 시간강사법 시행 2년 재유예안도 아직 시간강사법 시행에 따른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었다.

이와 관련,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교육부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놓고도 (시간강사법 시행에 따른 대책 마련을) 아직 못한 것은 교육부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교육부 자체적으로 방법이 안 나온다면 다른 부처 장관들과도 머리를 맞대야 해결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선 시간강사법을 시행해봐야 한단 주장도 있다. 법 시행 후 부족한 부분은 보완입법을 하면 되고, 재정수반 요인은 추후 예산 심사에서 반영하면 된다는 의견이다. 시간강사법 시행 자체가 정부와 대학의 시간강사 처우 개선 예산 투입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단 입장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가 장기간 논의를 통해 숙고해 통과시킨 법의 시행을 5년이나 유예하는 것은책임 있는 태도라고 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시행을 재유예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간강사법 시행에 따른 효과보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2009년 이후 계속된 대학 등록금 동결 추세에 따라 대학들이 재정 압박을 피하기 위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 1년 이상 채용 계약 의무화 등에 따른 비용 증가를 이유로 대학들이 강사 임용 규모를 축소할 것이란 우려다.

또 정부가 지난해부터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구조개혁을 추진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하는 대학 입장에선 정원 규모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강사 신규 임용 기피는 물론, 기존 강사 규모도 줄일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시간강사법을 아예 폐지하고, 시간강사 처우 개선책 마련을 새롭게 논의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대학 시간강사 제도 개선 TF'를 구성해 현장 의견 수렴 및 개선책 마련을 시도했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간강사법 시행을 2년 유예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특히 교육부의 보완입법 검토안에는 '1년 이상 채용계약 의무화 예외 인정', '임용 심사절차 간소화'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애초 시간강사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문위는 시간강사법 시행을 2년 재유예하는 대신, 부대조건으로 교육부가 이 기간 동안 시간강사법 시행에 따른 우려를 해소하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교육부가 시간강사는 물론 대학, 정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2016년 8월까지 대책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부대의견에는 국립대와 사립대간 시간강사 임금격차를 완화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관련,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법안소위에서 "국공립대와 사립대간 시간강사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문위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기준, 시간강사의 시간당 평균 강의료는 국공립대는 7만300원, 사립대는 5만600원으로 약 2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교육부는 사립대의 시간강사 임금 인상을 유도하기 위해 대학평가 기준에 '시간강사 임금', '시간강사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강사 죽이기법?…처우개선·고용안정 왜 안되나



#. 광주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서모씨는 시간강사 시절 썼던 논문 54편을 도둑 당했다. 이들 논문은 모두 서씨가 쓴 논문이었지만 논문 어디에도 서씨의 이름은 없었고, 서씨 담당 교수의 이름만 올랐다.

서씨는 전임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결국 '교수 채용 대가로 전남의 한 사립대로부터 6000만원, 경기도의 한 사립대로부터 1억원을 요구 받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2010년 5월 세상을 떠났다.


2011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고등교육법, 이른바 '시간강사법'은 서씨 자살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간강사법은 당초 입법취지가 무색하게도 대표적 '부실입법' 사례로 꼽힌다.

서씨 자살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만큼 시간강사법은 기본적으로 대학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한다.

우선 현재의 '시간강사' 명칭 대신 '강사'라는 명칭으로 변경된다. 특히 이들 강사는 교원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

또 강사 임용계약시 학칙이나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1년 이상 채용 계약을 의무화했다. 현재는 학기당 채용 계약을 맺고 있어 상시적 고용불안에 떨어야 했던 시간강사들은 1년 이상 채용계약에 따라 퇴직금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임용 과정과 관련해서도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인사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고용안정 및 신분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계약기간 중 본인 의사에 반하는 면직·휴직·권고사직도 제한했다. 아울러 4대보험도 보장받는다.


그러나 시간강사법은 오히려 '시간강사 죽이기법' 논란에 휩싸여있다. 얼핏 보기에는 시간강사들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선 수많은 시간강사들을 실직자(失職者)로 내몰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시간강사들은 주당 3~6시간을 강의를 담당하는데 시간강사법이 시행돼 강사당 9시간 강의시간이 보장되면 시간강사 3명 중 1~2명이 당장 해고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기존 2~3명이 담당하던 강의를 1명에 몰아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또 시간강사에게 비전공 과목을 맡길 우려도 있다. 대학들이 시간강사 숫자를 줄이면서 강좌수는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시간강사 전공과목과 유사한 전공의 과목을 맡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입는 구조적 모순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상황에서 시간강사의 신분 보장과 처우개선을 위한 당초 시간강사법은 그 입법 취지가 제대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예기간 동안 법안 보완 및 대학의 준비시간을 보장해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막전막후 속기록]"시간강사법은 교원 비정규직화법"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사진=뉴시스

"지난번에 비정규직법 통과시켜서 어떻게 됐습니까? 그때의 논리가 뭐였습니까? 그때 당시 여야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이다, 개선의 여지가 있다 그랬는데, 그때 우리가 어떻게 했습니까? 정말로 몸으로 막고 잠그고 점거하고 나중에는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 국가가 해결 못합니다’ 그랬는데…그때 물리적으로 해서 날치기로 통과시켰지 않습니까?"


2011년 6월 22일 제301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시간강사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은 권 의원이 제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날이었다. 그는 "소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간강사법'을 '교원 비정규직화법'이라고 호소했다.


당시 '시간강사법'은 4월 14일 상임위에 처음 상정돼 총 7차례 소위논의 및 찬반토론, 전체회의를 거쳤다. 그만큼 찬반이 팽팽했다. 소위에서는 권 의원 뿐 아니라 조전혁 당시 한나라당 의원, 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 등도 반대입장을 밝혔다.


의원들의 반대 이유의 핵심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악법'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법안이 명목상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해 권리를 확보하는 듯 하지만 교수에 상응하는 혜택은 전혀 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법안이 통과돼 시간강사가 '교원'이 되어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수당이나 연구비 등에서는 정교수와 현격한 간격이 유지됐다. 총장 투표권 등 학교 구성원으로서의 실질적인 권리 확보 관련 논의는 결론도 맺지 못한 상태였다.


반대 의견은 법안소위 내내 여야 할 것 없이 개진됐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저런 식으로 (법안을) 한다고 해서 그분들이 경제적인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며 "경제적인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해야지 저것은 오히려 분란만 더 생기고 학생들한테 제공되는 강의의 질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간강사법'이 미완일지언정 시간강사들의 권리를 확보하는 첫발로서 의미가 있다는 찬성의견도 쏟아졌다. 17대 국회부터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법안논의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당시 상임위 위원장이었던 서상기 한나라당 의원은 "한 술에 배부를 수 없고 더더구나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왔고 또 학교는 학교로서 입장이 있다"며 "많은 의원님들이 성의있게 법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일단 우리 위원회에서 통과를 시키고 추후에 개선이나 개정이 필요하면 그때가서 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해당 법안은 2011년 12월 30일 위원회 대안으로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다. 반대토론에 나선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시간강사들에게 껍데기 교원자격을 부여하는 데는 정부 당국과 대학들의 꼼수가 숨어 있다"며 "정규교원, 즉 교수를 충원하면 돈이 많이 드니까 시간강사에게 교원자격을 주고, 교원 충원율을 올리겠다는 꼼수가 이 법안의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1000만원짜리 족집게 과외를 받아 대학에 입학하면 시급 6만원짜리 시간강사에게 강의를 듣는 것이 우리 고등교육의 현실"이라며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고등교육 발전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시간강사법'은 재석의원 212인 가운데 찬성 128인, 반대 31인, 기권 53인으로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반대'는 일부라던 정부, '시간강사법' 결국 또 유예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시간강사 단체와 전국대학노동조합 등 대학직원노조원들이 지난 6월 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열린 전국 국공립대총장협의회의장 앞에서 회의에 참석하는 국공립대 총장들에게 시간강사법 폐기와 구조개혁법 폐기 등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시간강사법' 시행이 다시 한번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유예'되면서 19대 국회 손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1년 도입 당시 정부 측은 교육계 반대 입장이 '소수 의견'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 논의가 진행된 이후 시간강사 처우는 악화됐고 정부와 국회도 눈치를 보며 또다시 법 시행을 유보해 사실상 교육계 반대에 한발 물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시간강사법' 검토보고에 따르면 대학과 시간강사 대부분은 '시간강사법' 시행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대학 관련 단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전국교무처장협의회 및 시간강사 관련 단체인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은 반대의사를 공식화 했다.


교문위 입법조사관은 "최근 한 언론사의 의견조사에서 대학 교수들 중 상당수 역시 시간강사법 시행에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며 "반대 여론 등으로 인해 대학들의 시간강사법 준비를 위한 학칙 또는 학교법인의 정관 개정 준비도 부족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대학 및 대교협에서는 시간강사법 폐지 또는 시행 유예를 주장해왔다. 교총의 경우 재유예 후 보완입법 등 대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전국강사노조 등 일부는 법 시행 후 보완입법을 주장하지만 비정규직교수노조 등 대다수 시간강사 단체는 재유예를 촉구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지 않은 정규직 강사들은 의견 피력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대다수의 반대는 이미 2011년 입법 당시부터 확인됐던 일이다. 당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현 교문위) 법안심사 소위에 참여해 '시간강사법'은 강사의 처우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은 "정부안은 시간제 교원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사립대나 국립대에서 제대로 된 정규 교원을 뽑기보다 시간제 교원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명백하게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김영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고려대분회장도 "성균관대학의 '비전 2020' 서류를 보면 2020년 시점으로 인문학 도태는 어쩔 수 없고 학과는 통폐합하고 대학은 비정규직을 전원 임용하고 대학원만 정규직을 뽑는다는 말이 나온다"며 "교과부 또는 정부에서 합의한 그런 (법)안을 보면서 법정교수 자체를 비정규직화하는 안이 아니냐 이런 의혹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 측은 이러한 반대 입장을 '소수의견'으로 치부했다. 반대입장을 밝힌 '노조'는 7만7000명 시간강사 가운데 극소수에 해당하며 전체의견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사자들과 일부 의원의 극명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통과된 배경에는 관련 예산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이 우선 통과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자리했다.


당시 교과위 위원이었던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은 "오랜 숙원이었던 시간강사법이 통과된 것이 만시지탄이자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여러 위원님들이 걱정하시듯 엄청난 재정부담이 각 대학에 부가된다. 거기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안을 마련해 줘야 하기 때문에 4월~5월경에 예산을 심의하고 준비할 때 특별히 유념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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