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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정략적 거래 안 돼"…노동개혁法 '딜' 거부

[the300] (종합) 노동개혁 5법 분리처리 '불가' 방침…"노동개혁 좌초 땐 역사의 심판"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 5법을 둘러싼 정치적 거래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핵심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지도부 간 법안 협상의 여지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 노동개혁 5법 분리처리 '불가' 방침

박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핵심개혁과제 성과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노동개혁은 우리 청년들의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인 만큼 어떤 이유로도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정략적 흥정이나 거래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제정안 등 9개 핵심법안의 이번 임시국회 중 처리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상임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발이 묶여 있어 여야 지도부 차원의 정치적 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정책위의장은 전날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만나 사회보장기본법, 기초연금법 개정안과 경제민주화법 3~4건 등 야당이 요구하는 5∼6개 이상의 법안에 대해 '합의 후 처리한다'고 합의해준다면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법안 바터(맞교환)'를 제안한 셈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날 노동개혁 5법에 대한 '딜'을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협상을 위한 여야 지도부의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의장은 사회보장 제도에 대한 국회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과 지방자치단체의 노인 소득지원 정책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해둔 상태다. 2가지 법안 모두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노동개혁 5법 가운데 최대 쟁점 법안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파견법)을 분리 처리하자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을 일축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특히 55세 이상 고령자의 금형·주조·용접 등 뿌리산업 파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파견법은 박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법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이른바 '법안 딜'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6월 '국회법 파동'의 경험과도 무관치 않다.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의 대가로 정부의 행정입법 권한을 축소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자는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불거진 사태는 청와대의 반발에 이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일단락됐다. 

◇ "노동개혁 좌초 땐 역사의 심판"

또 박 대통령은 이날 "만약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노동개혁 5법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이어 "과거의 정치는 지금의 역사이고, 또 지금의 정치는 미래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며 "국민에게 중차대한, 나라 미래가 걸려 있는 일들을 어떻게 대했고, 어떻게 처리했고, 어떻게 노력했고, 어떻게 방해했고, 어떻게 게을리 했고, 이 모든 것이 미래에, 역사에 남는다는 생각을 할 때 정말 모두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날 논의된 24개 핵심개혁과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정말 자식같이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정책으로 고르고 또 골라 만들어낸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2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을 중심으로 한 24개 핵심개혁과제를 확정했다.

회의를 마치며 박 대통령은 "'목표가 없는 나라는 타락하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목표가 너무 많아 타락할 일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누에고치도 누에를 뚫고 나가는 데 너무 쉬우면 날지 못한다. 어렵게 뚫고 나가면서 날 힘이 생긴다"며 개혁 성공을 위한 돌파력을 주문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이날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에서 이뤄진 토론 내용들을 각 부처별로 내년 업무보고에 충실히 포함시키고, 핵심개혁과제들의 가시적인 성과를 확실히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보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 靑 "이번주까진 플랜B 없다"…朴 '후속 카드'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핵심법안 처리와 관련) 이번주까지는 플랜B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국회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핵심법안 처리를 위해 대국민담화, 야당 지도부 회동,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 등의 후속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국민담화의 경우 대국민 여론전 차원에서 유력한 카드로 거론되지만, 내년초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야당 지도부 회동도 여론 결집에 효과적인 방안이지만, 청와대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2차례, 올들어 2차례 등 이미 야당 지도부와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는 논리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도 최후의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헌법 제76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해 법률의 효력을 갖는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은 청와대 입장에서 다소 무리한 선택일 수 있다. 현행 법상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등의 요건을 만족해야 하고 명령의 범위도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로 한정돼야 한다. 

게다가 국회의 사후 승인도 얻어야 한다. 만약 국회에서 과반수 의결로 승인되지 않으면 그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위험 부담이 크다. 현재 새누리당은 국회 재적 294석 가운데 157석(53.4%)을 보유하고 있지만,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에 반대하는 일부 비박계에서 반란표가 나올 경우 국회 의결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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