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법 옹호자 김세연 "국회의원에 대한 환상 산산조각내야"

[300인터뷰]"선진화법, 5분의 3조항 여전히 의미있어…극단 세력 총선서 걸러져야"




인터뷰 말미에 김세연 새누리당 국회의원에게 물었다.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요즘 외롭다던데 왜 외롭게 두느냐"고 농담을 건넸다. 김세연 의원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자신이 힘이 되지 못하는 것을 괴로워하고 유 전 원내대표는 그런 김 의원이 마음을 다칠까 걱정하는 정을 나누는 사이다. 
 
"서울에 잘 안오시고 대구에 계시니까……"라며 난감해 하는 그에게 "김 의원은 외롭지 않느냐"고 원래 하려던 질문을 던졌다. 김 의원은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롭다고 하던데 외롭고 외롭지 않고가 중요한 것은 아니죠"라며 요즘 국회를 바라보는 괴로운 심정을 애써 다독였다.

여야 협상 난항으로 공전하는 국회가 또다시 그 책임을 국회선진화법으로 돌리는 상황이 벌어지자 이달 초 김 의원은 "또다시 국회선진화법 타령"이라고 시작하는 반박 자료를 냈다. 평소 예의바르고 신중하기로 정평이 난 그와는 어울리지 않게 강경한 표현들이 이어졌다.(☞김세연, "선진화법 악용 궁리만…도구 탓하는 목수 통째 바꿔야" 기사보기) 그만큼 선진화법 논란을 바라보는 그의 심정이 무겁고도 참담하단 뜻일 것이다. 
 
선진화법을 탓하는 동료 국회의원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어느덧 내년 총선을 맞는 국회의 개혁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까지 향했다. 여느 때처럼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말을 고르지만 국회개혁에 대한 절박감은 과격하게 느껴질 정도로 절실했다.
 

-국회선진화법이 논란될 때마다 가장 적극적으로 이를 비판했는데 최근에는 표현이 매우 거칠어졌다.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들이 계속 대포를 쏘시는데 소총 한 자루 가지고 매번 대응하는 것도 쉽지는 않고……. 다수 여당 입장에서 유리한 환경을 누릴 수 있었던 12월 2일 (예산안 처리) 직후에, 이번엔 야당에서까지 전에 없던 비판의 목소리를 내서 이런 상황은 방치하면 안되겠다 싶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선진화법에 정해진 직권상정 요건이 안된다며 새누리당과 맞서면서 의회주의자로 칭송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 의장은 선진화법이 나중에 큰 화를 자초할 것이라며 강력 반대했지만 만들어진 법에 따라 직권상정은 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의회주의자 화신으로 평가받는데.
▷지나치게 구도를 단순화하면 안되지만 기본적으로 폭력제거를 위한 선진화법을 반대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라도 예산안이나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과 다름 없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곧 반(反) 의회주의라고 보았다. 따라서 정 의장이 처음부터 선진화법에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은 곧 반 의회주의 입장에 서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금의 모습은 의회주의자 여부를 떠나 입법부 수장으로서 입법부 권능을 수호하는 입장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선진화법 관련 논란이 반복되면서 어느덧 선진화법 만든 취지와 의미에 대해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사람은 김세연 의원 밖에 없는 것 같다. 같은 논란과 해명을 반복하는 데서도 자괴감이 느껴질 것 같은데.
▷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려는 노력보다는 법의 근본 취지를 부정하는 방향으로만 논의가 일방적으로 흐르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기 때문에 이전 패러다임에 익숙한 관점에서 보자면 당연히 매우 문제가 많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폭력을 영구히 추방하는 목적으로 직권상정 요건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받아낸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 등에서 장점이 발현되고 있다.

법에 대한 평가는 현재 시점만 떼어놓고 볼 것이 아니라 시행 전과 후를 비교하며 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좋게 의회의 인적 구성을 해야 할 의무가 있고 동시에 매년 패싸움 벌여서 예산안과 법안을 통과시키는 의회보다는 더 나은 의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본다. 국회선진화법이 절대악법인양 매도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희생양 찾기이고 마녀사냥이다. 현재의 선진화법을 더 발전시키려면 어떤 대안이 있고 이를 위해 여야 간에 어떤 협상을 해갈 것인지에 논의가 집중돼야 더 건설적이다.

 

-국회선진화법이 새누리당의 총선 구호까지 되려고 한다. '선진화법 개정을 위해 180석을 달라', 이 부분도 국회선진화법의 오용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좀더 깊은 고민을 했었다면 '야당이 반대하는 중요법안을 신속처리 대상안건으로 올려서 조속한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절대 우위 의석을 주십사' 하는게 정상적인 호소라고 생각하는데 '선진화법을 개정하기 위해서 180석을 달라'는 것은 '선진화법 악법 프레임'에 필이 너무 꽂히신게 아닌가 한다.

 

-폭력행위에 대한 징계조항은 놔두고 '5분의 3 조항'을 과반으로,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바꾸면 된다고 말하는데.
▷선진화법의 '5분의 3' 조항이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남북분단과 6·25 전쟁이 초래한 사상적 내전이 아직도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쟁점안건 처리과정에서는 단순과반을 넘어서는 다수의 의사가 확인되는 것이 국론분열을 완화시키는 데 더 도움될 것이라는 면도 있다. 바이마르 공화국 패망 이후 전세계 헌법에서 주요 원리로 반영된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도 그렇다. 1,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을 보면 엄청난 경제-사회 위기가 반복되면서 좌파든 우파든 극단주의 세력이 힘을 얻게 됐다. 지금도 유럽의 극우정당 득세와 일본 아베의 독주, 미국 대선에서의 트럼프 돌풍, 경제위기 그리스의 극좌정당 집권을 보지 않는가. 큰 위기가 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가령 북한은 변하지 않는데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물론 국회 다수가 동의해서 선진화법 개정을 한다면 저는 토론 과정에서 최대한 제 주장을 이야기하고 결론에는 승복할 것이다. 물리적으로 뭘 하지 말자는 게 선진화법인데다 제가 물리적으로 막을 수도 없는 것이고. 법개정 절차가 있다는 것은 환경이 바뀌면 법도 따라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 때문이다. 컨센서스가 만들어지면, 저도 절대 안된다거나 불가능하다거나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당제 구도가 되고 정당끼리 연합이나 연대가 필요한 구도가 되면 5분의 3이란 숫자보다도 절반 이상의 훨씬 많은 다수결의 합의를 요구하는 구도가 자연히 될 것 같다.
▷신속 처리 안건은 무기명으로 통과시키도록 해놓은 것이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둔 때문이다. 물론 투표 불참을 통한 표결 봉쇄를 지도부에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당 지도부를 없애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서도 나온다. 각 당 내에 중도적, 합리적, 양심적인 의원들이 다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분들의 양심에 따른 무기명 크로스보팅이 가능하다고 봤다. 의미있는 다당체제가 되면 이 조항이 더 잘 작동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공천권이나 원외정당 지도부 존재가 폐지되면 역시 잘 돌아갈 것이다.

 

-최근 선진화법 논란에 대해 '도구와 목수'론을 제기했다. 국민들이 도구 탓만 하는 목수를 바꿀 수도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면 목수에게 도구로 칼을 쥐어준 게 아니라 강도에게 살인은 아니더라도 협박용으로 칼을 쥐어준 것 아닐까. 선진화법이 우리 국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법 아닌가.
▷무엇보다 대의민주주의를 위한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들을 국민들이 잘 뽑아주셔야 할 텐데……. 총선에서 국민들이 극단주의 노선을 걷는 정치세력이나 정치인들을 걸러줘야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미국 공화당의 '티파티'가 일부의 블록을 형성한 것만으로 미국 정치가 망가지고 있지 않나. 우리나라도 현재 비슷한 경향을 띠고 있다고 생각해서 다음 총선에서 (그런 세력이) 꼭 걸러졌으면 좋겠다.

 

-평소에 사람이냐 제도냐 이런 부분에 고민을 많이 해왔고 그래도 사람이 바뀌어도 시스템화된 제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매우 동의하는 부분이지만 국회에서 선진화법도 그렇고 개헌론도 그렇고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보면 회의가 느껴진다. 대의기구로서 국회가 가야할 방향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우리나라의 주인이 어느덧 국민이 아니라 관료가 돼 있다. 거기에 정치권이 편승해 있고 재벌이 결탁해 있다. 죄송하지만 언론도 나름 이 구도 속의 플레이어가 돼 있고 노조는 기득권 위에서 변질되어 왔다. 여기에 공정성이 담보돼야 할 법조, 의료, 금융, 교육 등의 각 분야도 각각 문제를 안고 있지 않는가. 손을 대기 힘들 정도로 문제가 얽혀있고 대대적 개혁이 필요한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정치권의 신뢰 담보가 우선이다. 그런데, 지금 공천 받으려고 뛰어드시는 많은 분들을 보면 일종의 환상같은게 존재하는 것 아닌가 싶다. 국회의원 직무에 수반되는 특전들, 즉 의전상 예우나 공식-비공식적인 영향력 등에서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 환상을 산산조각 낼 정도로 가혹하게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권력 향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원자들의 인센티브를 제거한 후 공적 책무감으로 무장되고 전문성을 갖춘 분들로 충원돼야 각 분야 개혁을 이끌 수 있다. 사회 전분야의 리더십은 와해되고 있고 기득권 지키기는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정치권의 특권은 가혹할 정도로 내려놓게 해야 다른 분야 개혁과제들에 손을 댈 수 있을 것 같다.

 

-굉장히 실례되는 말이지만 권력 향유 수준은 커녕 기득권 갖고 계신 분들이 정년 제한 없이 넘어오기 쉬운 노후보장수단이 돼 간다는 느낌이다. 사회 전반적인 수준이 낮아지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나마 다른 분야는 기술이나 지식이 축적되면서 전문성을 형성하는데 정치는 각 분야의 기득권자들이 노후를 보내는 곳이 돼 가는 것 같다.
▷이러면 나라 망하는 거다. 그래도 교육이 지난 10년 간 노력으로 현장에서 조금씩 꽃봉오리가 맺히려는 게 보이고 20,30,40대 시민의식을 보면 우리 사회가 이러면 안되겠다는 자각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사실 예전엔 정치권이 사회를 끌고가는 면이 있었는데 요즘에 보면 일반 시민수준이 더 높아서 정치권에 자꾸 요구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시민들에게서 희망의 싹이 보이는 반면 사회 각 분야에서 보이는 행태를 보면, 가령 국방비리 같은, 망국적 현상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 시민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잘 못하는 분야들을 개혁하는 동력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이미 각 분야 기득권들끼리 담합하는 단계에 왔기 때문에 쉽게 깨기 어려울 것이다.

 

-불편한 질문이지만, 기득권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기득권을 깨자는 이야기는 가장 하기 쉬우면서도 가장 하기 어려운 이야기같다. 남들은 김 의원에 대해 지역구 기반도 튼튼해 5선까지도 문제없다고 하고 금전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로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본인 역시 그런 부분 때문에 목소리 높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자칫 그런 오해나 곡해를 부를 여지가 있어 가볍게 행동하는 것은 늘 조심하려 한다. 다만, 개혁의 기회가 어렵게 왔을 때 그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면 우리 미래가 어두워진다고 생각해서 실행가능한 안을 미리 탄탄하게 만들어놓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문제의식을 변함없이 유지하면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한창 무르익었던 2012년 중반, 비록 핵심적 부분은 제외됐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들의 기본 틀을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해냈다고 자부한다. 경제구조 개혁, 정치개혁, 교육개혁 등 각 분야에서 어느 시점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다시 새로운 정치 세력이나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확인된 바 있다. 안 의원이 처음 정치권에 들어왔을 때보다는 그 파워나 기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우리 정치권에 어떤 영향이 있을 지 혹은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가.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취하고 있는 국가에서 의회는 안정적 양당체제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는 양당체제를 일시적으로 벗어나서라도 다수 정당 간 의미있는 경쟁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안철수신당'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우리 정치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처음 기대보다는 영향력이 그렇게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던데 정치에서 전망은 별로 의미없는 것 아니겠느냐. 다만 안 의원이 애초 새누리당에 왔으면 저희 당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고 본인에게나 나라에도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