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한 '삼권분립'…대통령제, 지도자간 협력적 연대 필수

[the300][미래를 찾는 긴 여정-리버럴리스트의 매니페스토](17)적정국가체제론

↑사진제공=진영의원실


한국의 정치구조는 삼권분립 체제이며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사이에 수직적 상하관계로 이뤄졌다. 삼권분립은 어느 한편의 일방적인 지배를 막기 위해 행정, 입법, 사법을 분리시키는 제도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이뤄 통치권을 일인 또는 소수에 의한 점유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에서 진정한 삼권분립은 요원한 일이다. 국회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능을 올바로 행사하고 있지 못하다. 중요 이슈마다 여야 간의 연대적 협력을 이루지 못하고 극한적 대결 상황으로 이어져 국가운영의 효율성이 극히 떨어지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역력하다. 행정부는 국회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다.

지방 자치는 중앙 집권제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참다운 지방자치는 지방분권적인 관점에서 자율성이 부여돼야 한다. 올바른 지방 자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민주주의 정치는 기대할 수 없고 정치구성원의 연대와 협력의 실천적인 지향도 기대할 수 없다.

우리 정치사회의 개혁과제 중 하나는 국가체제에 대한 문제다. 우리 시대의 국가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먼저 오늘날 국가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과 평가가 필요하다. 미래의 국가체제는 국가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발전국가의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회발전의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며 그 국민으로 엮인 사회다.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을 이끌고 나갔던 발전국가의 성격은 이제 적실성을 잃었다. 국가보다 국민들이 각자 자신의 일과 생활의 영역을 더 잘 알고 있다. 국가를 이끌었던 관료들은 지금까지 지고 있던 힘든 일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 짐을 국민이 자발적으로 자신 있게 옮기고 처리하게 해야 한다.

둘째로 그동안 국민의 욕구에 대해 그 구체적인 내용과 성격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국민의 달라진 욕구에 대해서 국가는 기능적으로 얼마나 부응해 왔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만일 그에 대한 부응이 부족했다면 어디에 기인된 것인지도 분석해야 한다. 국민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국가의 기능 수행이 어떠한 상황에서 필요한 지 그 조건과 내용에 대해서도 설명돼야 한다.

셋째로 현실적으로나 미래에 지향해야 할 가장 바람직한 국가의 존재 의미,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외국의 사례에 비춰 논의해야 한다. 우리와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는 국가는 물론이고 우리보다 앞서서 근대화를 이룩한 국가에 대해서도 평가의 관점에서 논의해 우리 국가가 지향해야 할 구체적인 성격을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통해서 보면 지금 우리의 국가체제는 체제 적실성의 문제에 놓이게 된다. 국가의 어떤 기능은 미약하고 또 다른 기능은 강대하다. 국민과 국가의 관계가 바로 정립되지 못하고 있고 국가의 기능과 국민의 욕구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한계적 성격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국민-국가-사회’의 정상적인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도 국가의 새로운 체제화가 요구된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의 국가는 체제 적정성을 다시 설정해 새로운 국가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이를 ‘적정국가체제’라고 할 수 있다.

적정국가체제의 관점에서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 중심제를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중심제는 대통령의 일인 지배체제를 의미한다. 개발도상국가나 신생국가의 경우 국가체제의 형성과 급속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가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물론 강대국인 미국도 대통령 중심제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 중심제는 정당민주주의의 터전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민 속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정당을 기반으로 정당에서 선출된 후보자 간 경쟁을 통해 대통령이 당선되고 그 정당의 지도자들과 함께 국정을 도모한다. 뿐만 아니라 상하원 의회에서 의원들과 함께 협의와 연계로 국정을 운영한다. 대통령은 여러 협력체제의 수장으로서 역할을 한다.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국가는 권력 분점을 비롯해 국가 지도자 간 협력적 연대를 위한 장치나 제도를 갖춰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라 해도 대통령이 단독으로 국가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것을 실효적으로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가 성공하려면 효율적이고 협력적 체제로 구축된 효율적인 정치제도가 필요하다. 첫째로 정당제도가 참된 국민정당체제로 자리잡아야 한다. 둘째로는 삼권분립과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셋째로는 국가공무원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대통령 중심제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다면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문제를 잘못 결정할 위험을 안게 된다.

헌법상 내각책임제 또는 분권형 이원집정부제와 같은 권력구조만의 개편이 아닌 모든 분야에서 민주화와 분권화가 이뤄져야 한다. 주민의 참여가 전제된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로의 지향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새로운 인식과 지향성을 전제로 한 여러 정치 사회 제도에서 민주화와 분권화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 조직과 기능은 물론이고 지방자치제도도 개혁돼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도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협력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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