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이종걸 "대여 관계 다르게 설정하겠다"

[the300] (상보)심야 마라톤 의총 뒤 공개 반성문

김승미 기자 | 입력 : 2015.12.03 17:16

연말 예산정국의 완패에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3일 열린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원내대표는 공개적인 반성문을 썼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 당이 예산안과 법률안에 대한 새누리당의 연계전술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점을 무겁게 느낀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선진화법을 탓하기만 할 수 없지만 민생 예산을 확보하자는 우리 당 목표가 충분히 달성되지 못하는 점을 인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야당은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은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고, 대구경북 (TK) 사회간접자본 (SOC) 예산 증액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라는 막중한 소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질책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정책과 입장을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우리당과의 합의를 번복하거나 축소시키려 한다면 단호히 맞서겠다"면서 "대여관계를 다르게 설정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원내대표의 이같은 공개 사과문 배경에는 전날 본회의를 앞두고 열리 4시간 마라톤 의원총회가 있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이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는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거기다 노동개혁 5법 연내 처리까지 열어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합의문 내용을 보시면 (노동개혁) 논의까지 끌고 들어갔지만 논의 이후에 약속한 것도 없고 합의 안되면 처리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상임위원들은 반대하는데 원내지도부가 직권 상정하는데 찬성했다"며 반발했다. 또 다른 의원은 "협상을 잘못하면 지도부가 사과라도 해야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와 가까운 법제사법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여야 합의가 국회법 위반이라며 반격했다. 결국 이 원내대표는 앞으로 여당과 합의문을 작성할 경우, 소관 상임위와 최고위원회, 당 대표와 협의하고 동의를 구하는 약속까지 했다.

이 원내대표의 상처입은 리더십은 지난달 3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합의처리 하면서부터 예견됐다는 평가다. 한 의원은 "한중 FTA 비준안 외에 우리가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선진화법 때문에 어렵다면 미리 다른 전략을 세웠어야 하는게 아니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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