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인 2일 오후 4시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실 바로 옆 사진기자실 앞. 한 사진기자가 자신의 딸과 화상통화를 하다 김 대표를 보자 인사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소녀를 향해 "아빠 오늘 늦게 들어간데이(들어간다의 부산사투리)"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날 오전부터 아슬아슬하게 진전된 여야 협상이 지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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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조4000억원으로 편성된 새해 예산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 각종 쟁점으로 여야간 이견이 표출되면서 본회의가 2일 오후 11시를 넘어 개의됐고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2일)을 지키는데는 실패했다. 국회 본회의는 회의를 계속하기 위해 자정 직전 차수변경 절차를 거쳤다. 2015.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날 새벽 2시 여야 원내지도부가 예산안과 쟁점법안에 대해 합의안을 도출하자 이 안건들의 국회 통과는 순조로운 듯 했다. 여야는 예산안과 함께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이상 새누리당 요구 법안) △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일면 남양유업법) △모자보건법 △전공의수련특별법(이상 새정치민주연합 요구 법안) 등을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하지만 날이 밝자 상황은 급변했다.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에서 심사되려면 5일간 이른바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법사위 원칙론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은 오전 9시쯤 기자회견을 자처해 여야가 합의한 5개 법안을 두고 "국회법을 위반한 것으로 법사위로선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관광진흥법, 남양유업법 등 5대 쟁점법안을 정밀심사해야 하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선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를 마뜩찮게 여겼다. 특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측 위원들은 '학교 주변에 호텔이 설립될 수 있다'며 관광진흥법 합의 처리에 강력 반발해 상임위 개최조차 불투명해졌다.

이에 대해 당장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대안은 직권상정(의사일정지정) 밖에 없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국회의장만 승인하면 된다"며 5개 법안을 이날 처리해야 한다고 이 법사위원장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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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2일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여야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회동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2015.1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야 간 긴장이 고조되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해결사로 나섰다. 정 의장은 오후 2시쯤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법안은 상임위를 중심으로 충분히 심의돼야 하고 숙려기간도 거쳐야 한다"며 "7, 8, 9일 중 시간을 갖고 처리하자. 8일 본회의가 어떠냐"고 양당에 제안했다. 예산안과 쟁점법안의 분리 처리를 중재안으로 내놓은 것. 정 의장은 각 당 지도부에게 최고위원들과 협의 뒤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정 의장 제안에 다급하게 반응한 쪽은 예산안과 쟁점법안의 일괄타결을 주장한 새누리당이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오후 4시 30분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뒤 정 의장을 찾아가 50분 가량 면담하며 일괄타결을 재차 요구했고 정 의장은 야당 원내지도부를 다시 불렀다.

정 의장과 여야 지도부의 2차 회담에서 합의점이 도출됐다. 참석자들은 5개 법안의 심사기일 시간을 이날 오후 9시로 정해 5개 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가능토록 했다. 상임위 통과가 불투명한 관광진흥법은 여야가 수정안을 만들어 본회의에 상정하고, 상임위 처리가 예상되는 나머지 4개 법안 역시 법사위에서 막히더라도 9시가 넘어가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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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5개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하기로 잠정 결론내렸다는 뉴스 속보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1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은 과제는 새정치연합의 추인이었다. 새정치연합은 곧바로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여야 합의안을 토론했다. 의총 초반 합의안을 추인했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토론은 장기화됐다. 5대 법안을 이날 처리하는 것은 여당에게 밀린다는 반대 기류가 형성됐다.

결국 3시간 가량 토론 끝에 새정치연합 지도부에게 공을 넘어갔다. 야당은 한 시간 동안 '도시락 지도부 회동'을 통해 '여당과 합의 시 소관 상임위와 최고위, 당 대표와 협의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갖는다'는 원내 지도부의 약속을 토대로 다시 의총을 열고 4시간 만에 여야 합의안을 추인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는 9시간이 지난 오후 11시에 개의했다. 이날까지 처리돼야 했던 새해 예산안은 하루를 넘겨 48분을 지각해 국회를 통과했다. 아울러 5개 쟁점법안도 차례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김 대표가 사진기자의 딸과 영상통화한 지 9시간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