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도 조문, 인간 김영삼 "정상 오르면 반드시…"

[the300](종합)全 "역사적 화해인가" 대답 않아…막내딸 "다감한 아버지"

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15.11.25/뉴스1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25일 오전 故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차남 김현철씨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1.25/뉴스1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26일)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정·재계 관계자들의 마지막 조문이 이어졌다. 조문 여부가 관심을 모은 전두환 전(前)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찾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아들 노재헌 변호사를 보냈다. 

전두환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노태우도 아들 보내 

전두환 전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빈소를 방문했다. 전 전대통령은 현철씨를 향해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라고 위로했다. 현철씨가 자신의 안부를 묻자 "술 담배를 안 한다"고 말하는 등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빈소에 8분여 머문 전 전대통령은 돌아가면서 "YS와 역사적 화해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세례를 받았지만 대답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 방명록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두환'이라고 남겼다.

그에 앞서 노재헌 변호사는 거동이 불편한 노 전대통령을 대신해 조문했다. 노 전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외부활동을 하기 힘든 상태다.

재헌씨는 김 전대통령에 대해 "이 나라의 대통령이셨고 한때 아버님과 국정도 같이 운영하셨고 또 이어서 대통령도 되셨다"며 "당연히 와서 정중히 조의를 드리는 것이 도의라고 생각하고 아버님도 또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김영삼·전두환·노태우'는 현대사의 한페이지를 정면승부로 채웠던 이름이다.

전 전대통령은 재임중 야당 지도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을 가택연금했지만 김영삼 대통령 취임 후엔 5.18 특별법에 따라 노태우 전대통령과 함께 법정에 서고 구속됐다. 노 전대통령도 재임중이던 1990년 3당합당을 통해 YS와 한 배를 탔지만 후임 대통령이던 YS 임기에 비자금 문제로 구속됐다. 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은 각각 추징금도 선고 받았다.

"다감했던 아버지"·"DJ와 단일화 못해 미안하다 해"

이날 빈소에선 김 전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와 정치인으로 숨겨진 일화들이 전해졌다.
막내딸인 김혜숙씨는 기자와 만나 "아버지는 업어주시기도 하고 평소에 다정다감하셨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는 2남 3녀를 뒀지만 정계에 입문한 차남 현철씨 외 자녀들 소식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김 씨는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나는 더 많이 봤는데 정치력을 발휘하는 순간에는 정말 위대한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신민당 총재였을때 가장 정치력이 대단했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결혼 후 미국 워싱턴 DC에서 계속 살았다"는 그는 고인의 차남인 현철씨가 김 대통령 재임중 정치에 개입한 데에 "유족으로서 너무 죄송한 일"이라며 "너무 이 사건이 크게 알려지면서 자녀가 아들 한 명인 줄 아는 분들이 많더라. 막내인 저까지 있다"고 했다.
야구선수 박찬호가 25일 오전 故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1.25/뉴스1

김 대통령 임기중 '코리안특급'으로 국민적 스타가 된 박찬호씨는 청와대에 초청 받았던 일화를 기억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정상에 오르면 반드시 내려갈 때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저에게 늘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사랑 받는 선수로 성장하라는 깊은 뜻이 담긴 말씀으로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987년 민주화 당시 재야와 학생운동권에서 김영삼김대중 단일화를 추진했다며 "그 이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걸 못해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은 이날 조문을 마치고 "김 전 대통령께서는 해양수산부를 제일 처음 만드는 등 바다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메르치'(멸치의 경상도 사투리)를 좋아하셨다"고 했다.

고 김 전 대통령은 부친의 멸치 뒷바라지로도 널리 알려졌다. 고 김홍조 옹이 멸치잡이를 해 번 돈으로 아들인 김 전 대통령을 지원했고, 대통령 재임중 각계에 멸치를 선물로 보낸 일화도 유명하다.

독일순방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조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재계의 발길도 이어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당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때 김 대표 처남이자 내년 총선 서울 서초갑 출마의사를 밝힌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전 청와대 비서관)이 빈소를 찾았다. '박근혜키즈'로 불린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조문하고 나서는 길에 울먹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 맞은편에 살며 '꼬마동지'란 별칭을 얻은 이규희씨도 중년여성이 돼 빈소를 찾았다. 이씨는 별다른 말없이 울먹이며 자신이 '대장동지'라고 불렀다는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김 전 대통령은 26일 장례식장을 떠나 국회에서 영결식을 가진 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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