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네번이나 상정된 '상고법원 설치법', 번번히 좌절 이유는?

[the300]'국회때리기' 입법전략…'상고법원' 반대 의원들에 역효과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에 롯데쇼핑 외 5개 대형마트사의 동대문구청 상대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날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6개사가 서울 동대문구청과 성동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이날 판결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위법인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2015.11.19/사진=뉴스1


대법원이 사활을 걸고 추진중인 '상고법원 설치법'이 국회의 벽앞에서 번번히 좌절되고 있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상고법원 설치법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논란끝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6월 법안1소위에 첫 상정된 후 심사횟수로만 3번째고 상정기준으로는 4번째다. 지난해 12월 발의된 법안이 이렇게 여러 번 상정되고 심사된 것은 이례적이다. 1년이 넘도록 상정조차 안 된 법안들이 소위당 수 백건씩 쌓인 법사위 현실을 감안하면 상당히 '우대'한 셈이다.  

이에 대해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600개나 되는 법안1소위 계류법안 중에 왜 상고법원만 계속 올라오느냐"고 지적하며 타법안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5개월간 4번 상정…심사기회 우대 받은 '상고법원' 

국회 밖 시각에서 보면 법안이 쌓여 있는 게 의원들과 국회 직원들이 놀고 먹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법사위만 해도 법안1소위, 2소위에 각각 수 백건에서 천건이상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게다가 이 숫자는 의원들이 매일 법안을 발의하고 해당 상임위 의결을 거쳐 법사위로 넘어오기 때문에 계속 늘어난다.

그런데 '상고법원' 법안의 법사위 소위 심사를 앞둔 시점이나 상정이 좌절된 날이면 중앙 일간지들에서 거의 동시에 사설과 칼럼란을 할애해 '상고법원' 통과를 안 시키는 '국회의 무능과 게으름'을 질타하고 있다.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이를 대법원의 '국회때리기' 즉 '국회 압박'이라 보고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대법원에서 바라고 원하는 입법과정과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작동하는 현실은 다르다. 그런데 대법원은 상고법원 문제를 '외곽에서 국회때리기' 전략을 쓰는 것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국회 구성원들은 반감을 갖고 있다. 특히 상고법원을 반대하고 있는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더 그렇다. 이날 소위에서도 그런 불만이 여실히 드러났다.

상고법원 설치를 반대하고 '대법관 증원'을 주장하는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대법원이 '상고법원' 대신 '상고재판부(가칭)'라는 수정안을 법안형태로 국회에 내거나 공식적으로 제안하지 않고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설명하고 다니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소위에 상정된 상고법원 설치안과 별도로 대법원이 '대법원내 상고재판부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수정안을 개별 면담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 것은 '이중 플레이'라는 지적이다. 서 의원은 "공식적으로 수정안을 내야지 언론에만 흘려 놓고 정작 소위에선 얘기 안하면 더 진행 안 된다"고 질책했다. 

결국 서 의원의 요구대로 이날 소위에서 '상고제도 개선'이라는 제목의 5페이지짜리 수정안이 배포됐다. 

◇'국회때리기'와 '투트랙', 둘 다 부적절한 입법전략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대법원은 기존 '상고법원안'이 거센 반대로 관철 안 될 경우 '대안'제시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게 '상고재판부안'이었다. 대법원의 급한 마음이 만든 해프닝이다. 회의장 밖에서 '플랜B'를 설명하러 다니면서 소위 안에선 기존 '상고법원안'을 주장하는 '투트랙'전략이다. 소장 청구취지에 익숙한 판사들에겐 마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로 보였을 것이고 탁월한 전략이라며 무릎을 쳤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국회를 너무 쉽게 본 것이다. 법원은 "하다 하다 안 되면 대안이라도 해 달라"는 입장이었을 것이고, 그만큼 대법원이 양승태 대법원장의 취임공약인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다각도로 애쓴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조급함이 자꾸 의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상고법원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일부 의원들에겐 대법원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이날 소위에서 "사건적체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소송파탄으로 귀결될 수 있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대법원서 너무 밀어붙이니 반대쪽도 세게 나온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조차 상고법원을 반대하고 있고 법사위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공히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법조계에서도 변호사 단체까지 찬성하지 않는다. 법사위 법안소위는 법안 심사시 국민여론, 당사자 입장, 법원·검찰 의견을 고루 듣고 부작용과 예산소요 등까지 종합해 판단한다. 통과되는 법안은 이런 고려 요소 중 최소 과반, 실제론 8부 능선정도는 넘어야 한다. 상고법원은 이에 못 미친다는 게 법사위원들 판단이다. 

상고심 적체 해소를 위해 대법관을 증원하거나 상고허가제 등의 다른 방법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법사위원들이 적지 않다. 이 상황에서 '국회때리기'와 '플랜B 깔아 놓기'는 부적절한 전략이다.

특히 이익단체 등이 국회 압박용으로 사용하는 '국회때리기'를 헌법에서 보장하는 3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에서 시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갖는 의원들도 있다. '플랜B'로 준비한 '상고재판부'도 서 의원 지적대로 공식적으로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을 대법원서 먼저 했어야 한다. 

너무나 중요한 일을 하는 중에는 '완벽주의'나 '강박증' 때문에 오히려 평소보다 무리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있다. 최근 대법원의 '상고법원' 추진에서 그런 모습이 엿보인다.

◇국회의 대법원 변화 요구, '메아리'되지 않게 해야 

국회는 '사실심 충실화'와 '대법관 다양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의지를 대법원서 보여주길 요구하고 있다. 둘 다 어려운 과제긴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임은 대법원도 인정하고 있다. 물론 대법원은 '상고제도 개선'이라는 '플랜B'에서 상고판사를 퇴임 후 1심판사로 보내는 '1심 강화안'을 준비한 노력은 보여줬다. 국회 법사위를 설득하기엔 아직 모자라 보인다.

대법원이 추진하는 '상고법원·상고재판부' 등 별도 조직 신설에 대해 찬성하는 법사위 소위 위원들이 과반을 넘지 못한다. 법사위에서 이 정도로 의견이 갈리면 통과되지 않는다. 그런데 법원은 '국회 작동 원리'를 아직 제대로 이해 못하는 듯 하다. 그저 '국회를 압박하면 법안이 통과된다'는 지극히 '국회 비하'에 가까운 작전을 짠 것으로 계속 읽힌다. 만약 그렇다면 사법부가 입법부를 대하는 방식으로는 굉장히 부적절하다.

입법은 국회가 한다. 사법이 사법부의 고유 권한이듯 입법도 입법부 고유권한이다. '상고법원·상고재판부' 설치가 대법원 입장에서 '오직 유일한 최선의 해결책'으로 보이겠지만 국회 입장에서 그렇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통과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점을 대법원은 아직 모르고 있는 듯 하다. 

상고심 적체는 분명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상고법원'이나 '상고재판부'가 진정 국민을 위한 해결책이라면 대법원은 국회를 설득할 더 큰 '변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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