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제 아니면 내각책임제?…"집단지도체제 전환 필요"

[the300][미래를 찾는 긴 여정-리버럴리스트의 매니페스토](10)시대 상황과 헌법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the300은 정치인들의 삶에 녹아있는 정치관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이를 검증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나의 삶, 나의 정치'를 연재합니다. 첫 번째 필자는 국회 안전행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영 의원(새누리당)입니다
↑사진 제공=진영 의원실

우리 사회에 잠재해 있는 여러 가지 한계적 상황에 비춰볼 때 시대에 맞지 않는 옷은 바로 우리 헌법이다. 우리 헌법은 이제 사회의 발전도 변화도 가로막고 있는 빗장이 돼 국민들을 일정한 테두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낡은 옷으로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야 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1987년 개정된 헌법은 그 시절의 정치세력 간의 타협으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했다. 대통령 직선제를 성취한 역사적 의미는 평가할 수 있으나 민주적 가치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계점을 명백히 노출하고 말았다. 대통령 중심제의 핵심인 삼권분립 정신은 막강한 대통령의 힘 앞에서 눈 녹듯이 녹아버렸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대통령제는 결국 시대에 맞지 않는 낡고 구겨진 옷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헌법체제로는 미래의 비약을 기대할 수 없고 발전의 도약도 기약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는 대통령이란 자리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싸우고 있다. 대립, 분열, 갈등으로만 치닫는 정치사회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한 사람의 최고 지도자가 모든 일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현재의 대통령제로는 이제 우리 사회를 감당할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대통령이라 해도 혼자서 국정을 전담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그만큼 국가는 비대해졌고 세상도 다양화했다. 정치도 복잡해졌다.

그러면 내각책임제가 최선인가? ‘대통령제 아니면 내각책임제’라는 이분법은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다. 유능한 지도자들이 나 서로 손잡고 함께 국정을 주도하고 공동으로 책임지는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헌법 개정은 국민적인 요구와 시대적인 화에 부응할 수 있는 국가 대변혁의 시작이 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목표는 혁명적인 변화를 이룩하면민주적이고 합의적인 과정을 거치게 되는 새로운 ‘명예혁명’으로서의 지향이어야 한다.

헌법 개정과 함께 이룩해야 할 과제는 수 없이 많다. 기본방향과 목표는 민주적 가치와 깨끗한 사회다.

대는 변하고 있다. 민주적 가치의 발전과 확산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꿈이고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이제 우리 사회도 민주적 가치의 본질적, 실질적 내용에 접근해야 한다. 권위주의적 통치체제, 권위주의적 리더쉽으로는 국가 운영뿐만 아니라 회사나 민간부문의 경영에서도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의 정치사회는 민주적 사회 그 이상의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국가적, 정치적 제도 등 공공분야 뿐만 아니라 민간부분에 이르기까지 민주적 가치를 확산시켜야 한다.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논리와 힘을 배격하고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 분권적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 길이 선진화의 길이다. 일인 또는 소수가 모든 의사 결정을 독점하는 사회는 미래의 단합과 번영을 기약할 수 없다.

2009년 세계의회연맹(IPU)이 주관해 24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우리의 정치적 민주주의는 수치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정치적 관용(Political Tolerance), 즉 ‘소수 의견을 개진할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24개국 중 최하위 24위를 기록했다. 반대의견을 이야기할 자유가 가장 없는 나라라는 뜻이다.

그 당시 구리랍 IPU 의장(나미비아 국회의장)은 “나와 다른 의견의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하고 존중하는 정치적 관용은 민주주의의 핵심원리다. 또한 민주주의와 사회통합을 강화하는 관건이다”고 말했다. 내가 IPU 집행위원으로 함께 일해 본 구리랍 의장은 존경할 만한 민주적 지도자였다.

2009년 IPU는 유엔이 제정한 9월 15일 ‘국제 민주주의의 날(the International Day of Democracy)’을 맞아 사회적 정치적 활동에서 반대 의견을 포용할 줄 아는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민주주의와 정치적 관용(Democracy and Political Tolerance)’을 그 해의 주제로 선정했다.

한국의 의회 민주주의는 걸음마 수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 내의 민주주의는 실종돼 가고 있다. 의회 내 민주적 가치의 확산은 민주주의를 위한 의회의 사명이다. 의원 개개인의 책임을 인정하고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국회법은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소수 지도부의 권한을 더욱 강화해 올바르게 발전해가야할 의회민주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깨끗한 사회는 개혁의 선결 과제다. 정치에는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 믿는 국민도 있다. 과거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진실과는 너무나 먼 이야기다. 유권자는 깨끗하다. 정치인이 부패했을 뿐이다. 국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치인들만의 부패일 뿐이다. 우리 국민은 누구나 깨끗한 정치를 원하고 있다. 이제 정치인에게 돈을 요구하는 국민은 없다. 있더라도 무시할 수 있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정치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은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돈으로 만든 조직이 선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선거를 깊게 분석해 본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돈 선거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기만족적 행위일 뿐이다.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백성들은 착하고 깨끗했는데 위정자들이 무능하고 부패했을 뿐이다. 위정자들의 무능과 부패가 망국의 원인이 됐다. 부패한 사회가 번영한 역사는 없다.

얼마 전 베트남 하노이에 보존돼 있는 호치민 주석의 집무실과 침소를 방문했다. 나는 최고 지도자로서 호치민이 얼마나 검소하게 살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자신이 좀 더 검소하게 살아오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깨끗한 지도자만이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고 그 힘으로 통일도 할 수 있다. 공직자는 깨끗하 검소해야 한다. 얼마 전 국회에서 통과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각종 비리에서 신음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민주 사회 그리고 깨끗한 사회는 우리 개혁의 기반이자 미래로 날아가는 두 날개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할 수 없는 우리의 정체성이고 사명이다. 민주를 입으로만 외치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은 진정한 지도자가 아니다. 부패척결의 의지가 없는 사람은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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