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서거한 가운데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정치인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등 상도동계 정치인들이 상주로 나서 이명박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문상객을 맞았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한 뒤 차남 현철씨의 손을 잡은 채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1.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상주가 된 상도동계=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빈소에 달려온 이는 김수한 김영삼기념사업회 이사장이었다. 상도동계 정치인으로 국회의장, 6선 의원을 역임한 그는 이날 오전 2시30분쯤 장례식장을 찾았다. 김 이사장은 "갑자기 부음을 듣고 달려왔다. 전혀 준비를 못했다"고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오전 8시30분 조문을 왔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을 통해 정치계에 입문했고, 상도동 김 전 대통령의 집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나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5일간 진행되는 조문기간 동안 상주 역할을 할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와 부둥켜 안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현철씨를 비롯해 김수한 이사장, 김무성 대표는 이후 합류한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함께 상주로 조문객들을 맞았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도 오전 10시10분쯤 빈소에 도착했다. 김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린 최형우 전 내무부장관은 소리내 울으며 슬픈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 상도동계 인사들은 며칠 전부터 김 전 대통령의 장지를 알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김수한 이사장은 이날 "예감이 이상해서 몇 일전에 김무성 대표랑 측근들 몇 사람이 국립묘지하고 장소를 대충 가정을 해놨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주변에서 대비해야 될 것 아니냐"고 해서 "김 대표와 의논하고 현장도 한번 가서 봤다"고 전했다.
 |
휠체어에 탄 김종필 전 총리가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015.11.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마지막 남은 '3김(三金)'= 김 전 대통령과 '3김 시대'를 풍미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오전 8시50분 서울대병원을 찾아 한 시간 정도 자리를 지켰다. 2009년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 마저 서거함에 따라 '영원한 2인자'였던 김 전 총리가 마지막 3김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김 전 총리는 "하여간 신뢰의 (상징인) 분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못할 것, 어려울 것, 다른사람 못하는 일을 하신 분"이라고 김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또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라는 말이 참 떠오른다"며 허탈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의 어록 중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를 언급하며 "역사에서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그런 신념을 말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이 매년 보내온 멸치를 화두로 던지며 "여야가 나눠져 있는데 멸치를 (김 전 대통령이) 매년 보내줬다. 매년 보내줘서 잘 먹었다. 정치적인 찬반 제껴놓고 인간적으로 멸치 한 창 잡힐 때니 먹어보라고 그리 보내신 것"이라고 회상했다.
김무성 대표가 "총리님하고 각하(김 전 대통령)가 (인연이) 60년 되신 것 같다"고 말하자 김 전 총리는 "기복도 많았지만 60년"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해준 것은 뭐 아무것도 없지만 국회에서 제명할 때 난 반대했었다"며 "한 사람뿐이요. 다 찬성을 했었다. 근데 박 대통령(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걸 아셨는데 나한텐 아무말도 뭐라고 안했다"고 과거 비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1.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B부터 文까지…줄잇는 문상객들=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날 오전 10시53분 빈소를 찾았다. 그는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도의 뜻을 표하며 "개인적으로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용기를 주신 분"이라고 인연을 소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함께 굳은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향했고 20분 정도 빈소를 지켰다. 이 전 대통령은 빈소에서 "병원에 계실 때 완쾌해서 자주뵙자고 했었고 고개를 끄덕이셨는데 그렇게 못하셨다"며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의 상징으로 민주화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오전 11시 무렵 빈소를 찾아 "한없이 따뜻한 정치 대인이었다. YS를 반대하는 사람도 한번 만나서 손을 꼭 잡으며 '한번 도와주시오'하면 그 다음부터 YS 사람이 됐다"며 "앞으로 이런 위대한 정치가를 잇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정치인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이종걸 원내대표,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 전병헌·정청래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새정치연합 인사들은 이날 한반도 신(新) 경제구상과 관련한 정책 세미나 등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문 대표는 "김영삼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정신을 우리가 기리고 계승할 때"라고 애도를 표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하나회 척결로 문민정치를 확립하고, 금융 실명제로 경제정의를 세웠고, 공직자재산 등록 신고로 공직문화에 또 새로운 기풍을 만들어내셨다"면서 "업적들이 역사 속에서 빛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전북 순창에서 칩거 중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도 조문을 왔다. 정 전 장관은 "민주화 시대에 민주화 선봉에 섰던 우리나라의 지도자였다"며 "타계하신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시골에서 씨감자 농사짓고 있다"고 현재 칩거 생활 근황을 전했다.
이날 오후에도 정치인들의 조문은 이어질 예정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직후 서울대병원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후 2시30분, 안철수 의원은 오후 6시로 빈소 방문 계획을 잡았다.
[저작권자 ©the30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클릭
- 1'175석' 민주당, 국회의장+법사위원장 요구…원구성 난항 예고
- 2[기자수첩]"정치학 전공인데 투표 안 했다"는 30대, 왜?
- 3"제1 적대국" "주적" 북한 말폭탄…'중동 위기' 남의 일 아닌 이유
- 4'태풍이 된 남자' 조국 현상의 3가지 이유
- 5"군대 가기 싫어" 여친도 도왔다…적발된 169명 수법 보니
- 6'대북 강경파' 美 유엔대사 방한...외교·국방장관 만나 대북제재 논의
- 7"군대 가기 싫어"…없던 '뇌전증·우울증' 등 만든 159명의 최후
- 8[영상]북한 침투했던 그 무인기…표적 찍자, K9 포탄 140발 '쾅쾅'
- 9'AI·우주·반도체' 등에 올해 4000억 투자…K-방산 수출 뒷받침
- 10'채상병 특검 논란' 속 해병대 75주년…사령관 "거친 파도 이겨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