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회의원 모임' 헌정회, 정부 예산으로 '국정교과서' 특위

[the300] 2013년 '역사바로세우기특위' 발족…'뉴라이트' 안병직 교수 초청 강연

목요상 대한민국헌정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헌정회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가 국고보조금을 이용, 2013년부터 '역사바로세우기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적극 추진해와 논란이 예상된다.  헌정회는 최근 '자율교육학부모연대' 등 일부 보수단체들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교육시민연대'를 구성, 국정교과서 찬성 의견을 밝힌 바 있다. 

5일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사무처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헌정회 역사바로세우기특별위원회 보고사항' 자료에 따르면 헌정회는 2013년 10월 4일 박명환 전 의원을 필두로 '역사바로세우기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박명환 전 의원이 특위 위원장을 맡았으며 부위원장은 이성근 전 의원, 간사는 김의재 전 의원이 맡았다. 특위 위원으로는 고흥길, 곽정현, 신중식, 김영숙, 박근호, 조한천, 김송자 전 의원이 참여했다. 

헌정회 '역사바로세우기 특별위원회'가 2013년 10월 31일 개최한 4차 회의 논의사항. 이날 회의엔 '뉴라이트' 계열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참석했다/ 자료제공=홍익표 의원실

◇ 헌정회 '역사바로세우기 특위'…교육부 편수국 부활 주장까지

2013년은 교학사 교과서의 우편향 논란이 처음 제기된 뒤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좌편향 논란으로 번지면서 역사교과서의 이념편향성 문제가 지적된 해다. 같은 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 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고 11월 교육부는 교학사와 금성출판사를 포함, 교과서 7종에 수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헌정회의 '역사바로세우기 특위'는 2013년 10월 10일 1차 회의를 열고 "한국의 국력은 매우 신장됐으나 역사관은 비뚤어지고 있다. 헌정회가 진작 이런 일을 했어야 한다"며 "활동범위를 너무 확대하지 말고 한국 근대사에 집중해 역사를 바로세울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와 강규형 명지대 교수 등을 초청해 강연을 들어야한다는 논의를 하기도 했다. 안병직 교수는 '식민지근대화론' 등을 주장해 온 대표적인 뉴라이트 성향의 경제사학자다. 강규형 교수는 현재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 거론되는 인물로 그의 기고는 최근 새누리당 긴급의총 당시 국정교과서의 당위성을 주장한 자료로 배포되기도 했다.

실제로 특위는 2013년 10월 22일 안 교수의 강연을 들은 뒤 "건국, 산업화, 민주화 등 자랑스런 대한민국 현대사를 자라나는 2세에 교육함으로써 원대한 포부와 비전을 제시해야한다"며 "국사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회귀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김영삼 정부 시절 폐지됐던 교육부(문교부) 산하 편수국을 부활시켜야한다는 의견도 냈다. 편수국은 과거 문교부에서 교과서 편찬 업무 등을 담당했던 부서로 김영삼 정부가 교과서 검인정체제를 확대하면서 폐지된 조직이다. 

◇ 헌정회 "국정교과서 추진력 강화 위해 미국 내 단체도 포함해야"

헌정회 '역사바로세우기 특위'의 국정교과서 추진작업은 미국 내 교포를 대상으로도 진행됐다. 특위는 지난해 5월 21일 열린 9차 회의에서 미국 내 교포의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운동 동향을 보고하며 "미국 뉴저지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최모 대표를 선출했다. 본 사업(국정교과서) 추진력 강화를 위해 연합운동본부 결성(할 때) 미국 내 단체를 포함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응해야한다는 내용의 회의도 개최됐다. 특위는 지난해 3월 19일 열린 7차 회의에서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부 편향된 교육 행태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뤄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직을 강화하고 연대해 전교조의 행태에 대응하는 노력을 한다", "각 학교의 역사교과서 채택은 2014년 10월 500개 학교가 추가로 선택하니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수립한다" 등의 결론을 냈다.

헌정회는 이날 조형곤 21세기 미래교육연합공동대표를 초청, '전교조 무엇이 문제인가'란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특위는 또 기자회견, 교육부 장관 및 여야 대표 면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및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협조요청 등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적극적으로 촉구해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24일에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 문희상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차례로 만나 이같은 주장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헌정회 특위 위원들과 의견을 같이 하고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잘 설득해달라"는 의견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기필코 국정(교과서)로 할 것을 동감하며 교육부장관 및 관계자들에게 잘 설득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은 "획일적인 국사의 기술보다 다양한 의견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며 판단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특위는 올해 8월과 9월에도 잇따라 회의를 개최하고 국정화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전교조의 동태를 면밀히 살필 것 △여러 보수단체들을 규합해 행사를 계획할 것 △국정화 결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할 것 등을 논의했다. 

헌정회 2015년도 예산안/ 자료제공=홍익표의원실
헌정회 2016년 예산안/ 자료제공=홍익표의원실


◇ 매년 '정책연구개발비' 지원받아…"국고보조금으로 특정 이념 대변하면 안돼" 

문제는 이같은 강연이나 세미나 비용이 '정책연구개발'이란 명목으로 국고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것. 국회 관계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역사바로세우기특위'는 정책연구개발비 예산으로 운영된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특정 이념 지향을 위한 세미나 등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부적절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 헌정회 전체 예산 89억 3300만원 가운데 '정책연구개발비' 명목으로 편성된 예산은 8583만원이다. 정책연구개발비는 △정책위 세미나개최비 4250만원 △영토, 역사, 통일특위 세미나 개최비 3163만원 △컴퓨터 활용교육훈련비 1170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헌정회는 정책연구개발비를 매년 관례적으로 지원받고 있다. 2014년에도 정책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약 47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아 정책포럼이나 영토·통일문제연구특별위원회 강연회 등을 개최했다.

내년도 헌정회 예산에도 이같은 정책연구개발 명목으로 9824만원 가량이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홍익표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헌정회는 현재 옛 민정당 계열 분들이 주축이다"라며 "이념적 성향이 제일 오른쪽에 있는 분들이 헌정회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국정교과서처럼) 국회에서도 여야가 의견 엇갈리고 국민의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에도 불구하고 헌정회가 국가예산으로 특정 이념을 대변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찬성이든 반대든) 개별적인 의견은 개개인이 기고하는 방법을 통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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