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쟁이 아니라 미래전쟁이다
이념전쟁이 아니라 경제전쟁이다

1. 역사전쟁이 아니라 미래전쟁이다

저는 지난 13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의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일제 식민지가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식민지사관도 안되고 북한을 찬양하는 종북사관도 반대한다. 더더욱 안 되는 것은 하나의 사상을 주입하려는 획일사관, 주입식 사관도 안 된다.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역사전쟁은 두 가지 축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보수집단은 현행 검인정(국가가 그 가이드라인을 주고 검열을 해서 발행을 인정한) 교과서가
북한의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고, 한국전쟁을 북한이 침략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도발한 것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좌편향 집필자들이 이렇게 역사를 왜곡하고 있으니 종북사관을 교과서에서 들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유일한 방법은 역사학자와 국사교사들이 모두 좌파이니 국가가 나서서 국가가 직접 발행한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반대하는 새정치연합과 진보세력은 국정교과서를 만들면, 내년도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서 보듯이 의병을 토벌했다고 기술하는 등 식민지사관을 교과서의 바탕에 깔고, 유신시대 때 국정교과서처럼 5.16군사쿠테타를 혁명으로 기술하는 친일독재교과서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역사전쟁은 종북사관을 척결하겠다는 보수세력과, 식민독재사관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진보세력간의 대결장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전쟁이 내년 선거의 대결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저는 늘 정치가 국민을 통합하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국민을 둘로 쪼개는 ‘두 국민 정치’를 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을 하나로 묶고 미래로 가는 ‘온국민 정치’를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저는 항상 후자를 주창합니다.

아쉽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두 국민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할 수 없이 야당과 반대진영도 결국 ‘두 국민 정치’의 대결장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정부질의에서 애기했듯이 종북사관도 안되고, 식민지사관도 안되고, 더더욱 안되는 것은 획일 주입식사관입니다.

역사는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서 미래로 가기위한 교훈을 얻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의 전선은 종북사관이냐, 식민지사관이냐가 아니라 미래로 가기위한 역사교육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역사라는 해석과 상상력의 창고를 열어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은 지금 역사교과서가 종북 세력의 작품이라고 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말 교과서에서 주체사상을 미화하고,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기술했다면 해방이후 최대의 국가변란에 해당할 것입니다.

우선 그런 교과서를 검인정한 이명박 박근혜정부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교과서를 집필하고, 가이드라인을 주고, 합격점을 주고, 부분 수정에 그친 사람들을 처벌해야 합니다.

교육부장관을 비롯해서 국실장이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 방조 혹은 동조 혐의, 직무유기 등으로 처벌 받아야 할 것입니다. 몇몇이 모여서 그런 교과서를 갖고 학습한 정도가 아니라 전국가적으로 중고등학교학생 수백만명이 북한을 찬양하는 교과서를 갖고 공부하고 입시를 치렀다면 국가변란에 가까운 사건입니다.

교육부 관계자 뿐만 아니라 그렇게 가르친 수만명의 선생님들, 이를 감독하지 못한 교장 교감 선생님들, 그리고 아무도 사법당국에 신고하지 않을 정도로 밀봉교육에 가까운 수준의 교육현장을 파악하지 못한 검찰총장, 경찰청장, 그리고 국가정보원장들도 모두 인책 처벌받아야 합니다.

이를 묵과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명색이 집권당이 현수막 몇만장 게첩을 하는 것으로 국가변란을 묵인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정부 관계자들을 포함해서 모든 책임져야 할 당사자들을 법정에 세워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우선 과제입니다. 그 다음 과제는 식민지사관과 독재미화사관을 교과서에 집어넣는 것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이나 역사의 발전 정도가, 앞으로 발간될 교과서에 5.16을 군사혁명으로 미화하는 뻔뻔함을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런 시도가 용이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로 가야 합니다. 하나의 단일한 공식을 암기하거나 주입할 때 역사가 부른 재앙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찌 독일의 소년나찌, 그리고 아우슈비츠수용소의 생체실험, 손이 하얗거나 안경을 썼다는 이유로 지식인을 모두 학살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중국의 홍위병 등 붉은 군대.... 물론 우리 역사가 그렇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러기 아빠들이 외국에 가서 놀라는 것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영국에 가서 보니 고대 이집트 역사 한 학기 동안 피라미드를 만들어보고, 연극으로 클레오파트라 역할을 해보는등 이집트역사를 체험하는 초등학교 교육을 접하면서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초등학교 고학년은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략가라면 어떤 선거 전략을 수립하겠냐는 것이 한 학기동안 사회과목의 주제입니다.

우리나라 중고등 학교 교실에서 고구려 신라 백제의 통일운동 지도자라면 어떤 통일 전략을 수립할 것인가를 두고 한 학기 동안 토론수업을 진행한다고 상상해봅니다. 고려가 운명이 다했을 때 국가를 개조할 것인지, 아니면 조선과 같은 새로운 국가를 만들 것인지 토론하는 수업을 생각해 봅니다. 구한말에 꺼져가는 등불 같은 국가를 살릴 방법이 무엇인지,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의 방법은 무엇인지 토론하는 수업은 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것입니까.

박근혜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세우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청년들한테 창업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깁밥집과 네일샵등 생계형 창업만 가능하고, 혁신형 창업이 되지 않는 것은 교육이 주입식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교과서 국정화는 ‘생각의 국정화’입니다. 교과서를 국유화하면 ‘혁신경제’도 ‘창조경제’도 불가능합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우리는 민주정부 10년 동안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탕위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화를 달성했습니다. 민주화가 되지 않은 나라에서 정보화는 진전되지 않습니다. 민주화와 정보화가 있었기 때문에 한류문화가 꽃피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다양성보장의 역사를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물을 넓게 치고, 전선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친일독재사관이냐, 종북사관이냐 하는 50 대 50의 전쟁이 아니라 미래로 가는 전쟁을 하는 것입니다.

역사는 공식이 아니다, 과거라는 기억과 기록의 보물을 갖고 미래를 여는 상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그것은 다양한 교과서와 다양한 해석과 상상력을 갖고 토론하는 것이라고 얘기해야 합니다. 역사전쟁을 과거의 익숙한 문법과 전선에서 치를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법과 전선에서 치러야 합니다.


2. 이념전쟁이 아니라 경제전쟁이다.

지금 경제가 어렵습니다. 전월세등 주거비 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치인 20%를 넘어서 35%로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이명박정부 이후 전세금이 50프로 올랐고 월세낭인들의 등골이 휘고 있습니다.

국가부채와 가계부채는 이명박정부 5년동안 260조원을 넘어섰고, 박근혜정부 3년 동안 300조원을 돌파합니다. 박근혜정부 5년 동안 5백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니 이 정도면 시스템 리스크입니다.

그리고 보수정부의 자랑이었던 경제성장률은 형편없고, 수출이 5분기 연속 내리막인 것은 지난 30년 이래 세 번째인데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6분기, 7분기 연속될 가능성이 크고 이 와중에 하루에도 수십개씩 중소기업이 문을 닫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내년 총선에서 이기겠다는 일념으로 성장률을 3%선에서, 방어하기 위해 최경환 부총리가 개별소비세 한시적 인하 등 몰핀주사만 갖고 경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신조어가 ‘헬조선’입니다. 경제규모 세게 12, 13위 국가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과장이라고 들릴 수도 있습니다만 그만큼 불평등 양극화 실업 저임금 등 그 실상이 비참함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박근혜정권은 내년도 총선이 ‘나쁜 경제’ 대 ‘좋은 경제’, 대기업만 살찌우는 ‘무능한 경제’ 대 중서민이 재기하는 ‘유능한 경제’ 구도로 치러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느닷없이 이념전쟁을 치르고자 하는 것입니다.

결론은 분명합니다. 역사전쟁은 미래전쟁으로 치러야 하고, “바보들아, 문제는 경제야, 정말 경제를 어쩔꺼야”라고 이념전쟁이 아니라 경제전쟁으로 가야합니다. 이념전쟁을 통렬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교과서 전쟁에서 우리가 갖고 갈 두 가지 무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