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악의 축? 그곳에선 모든 게 정상이었네

[the300]시리아 공습, 서방 비난했지만 러 현지에선 '당연'

러시아군인이 시리아 라타키아주 흐메이밈 공군기지에 있는 수호이-25에 탑승하고 있다./AFP=뉴스1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러시아 상원이 자국 공군의 시리아 공습을 승인했다는 뉴스에 세계가 깜짝 놀랐다. 러시아군은 신속히 움직였고 CNN 등 세계언론이 앞다퉈 보도했다.

세계는 러시아의 선택을 '화약고' 중동의 정세를 움직일 변수, 미-러 대립 및 국제질서에 영향을 줄 중대사안으로 봤다. 미국과 UN엔 긴장과 불안이 교차했다. 러시아가 시리아 아사드 정부를 지원한다지만 '공공의 적'인 IS만 아니라 서방이 사실상 지원하고 있는 시리아 반군을 타격하는 등 공습의 목표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 소식을 들었다면 아마 서방의 러시아 비난에 쉽게 동조했을지 모른다.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는 원래 음험하고, 호전적인 나라 아니었던가. 

그러나 러시아엔 러시아의 이야기가 있었다.

"직접 설명하겠다"
상원의 표결 몇 시간 뒤 이날 오후. 모스크바 볼샤야 드미트로프카 거리 상원 의사당 접견실에서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이 정의화 국회의장을 맞이했다. 마트비옌코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비록 러시아쪽 통역이 썩 훌륭하지 않았지만) "지금 IS를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소탕하지 않으면 빠른 속도로 다른 나라까지 파급될텐데 IS와 교전하는 것은 시리아 정부군과 쿠르드쪽 군대밖에 없다"고 거듭 말했다. "시리아는 주권국가로서 합법적으로 우리에게 군사지원을 요청했다"고도 했다.
10월1일(현지시간) 러시아 영자 일간지 모스크바타임스가 1면 머릿기사로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을 보도했다.직접촬영/머니투데이
러시아 사정에 밝은 한국 인사들은 이 같은 러시아의 판단이 아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공세적이고 위협적으로만 보이는 러시아의 대외전략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유럽과 맞닿은 러시아 서부국경 주변은 광활한 평야지대다. 산이나 강, 바다같은 자연 경계선이 적다. 때문에 그동안 유럽에서 러시아를 침략하기도, 반대로 러시아가 유럽으로 군사적 진출하기도 쉬웠다. 이런 조건은 지금도 러시아 국민들에게 '트라우마'인 전쟁의 상흔을 깊게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만 해도 소련 국민 2700만~2800만명이 숨진 걸로 집계됐다. 현재 한국 인구의 절반이 그 전쟁으로 사라진 셈이다. 이 시기 소련을 지배한 스탈린이야 명백한 독재자이지만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 또한 사실이다. 러시아는 이런 경험 탓에 두 번 다시 자국 영토를 전장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즉 러시아의 대외전략은 미국식 세계질서에 익숙한 우리에겐 어딘지 어색하지만 러시아 자신에겐 자연스럽고 지극히 당당한 일이다. 

밖에선 비정상? 그곳에 가면 정상
러시아의 입장도 한계는 있다. 러 자신만의 합리성이 인정되려면 동유럽 등 주변국이 이런 군사전략에 두려움을 느끼는 데 눈을 감아야 한다. 이 때문에 마트비옌코의 장황한 설명도 강변에 가깝단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던 건 큰 성과였다. 그날 밤 모스크바의 인사동 격인 아르바트 거리에서 저녁을 먹자니 문득 비행기로 6600㎞ 떨어진 서울의 여의도 정치가 떠올랐다.

역사교과서, 선거제도, 노동개혁 등 첨예한 이슈들로 여야가 충돌하고 각 당의 내부 전투도 치열하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상대라도 일단 비난부터 한다면 성급하다. 왜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됐는지, 그곳 내부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바깥에선 왠지 비정상으로 보이는 일도 '그곳'에선 대개 정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때엔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게 최고의 전략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