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핀란드의 자살예방법 "인생은 살 만해요"

[the300]우울증 관리·예방, 10만명당 자살 30→16명 줄여…세계 최고자살률 우리에 시사하는 바 커

핀란드 헬싱키의 밤거리. 핀란드는 정부민간이 적극 대처해 자살률을 낮춘 사례로 주목 받는다.(직접촬영)/머니투데이

 

"인생은 살 만해요. 술은 기분 좋을 때 마셔봐요."

핀란드는 여름철 해가 지지않는 백야가 나타나는 대신 겨울엔 온종일 해가 뜨지않기도 한다. 이 경우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도 해치기 쉽다. 핀란드에 커피와 초콜릿 등 각성효과가 있는 기호식품과 보드카 등 술 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의회 별관 회의실. 스크린에 뜬 그래프엔 핀란드 자살률이 1990년 인구 10만명당 30명으로 치솟은 게 뚜렷했다. 지리·기후적 요인에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고립감,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런데 90년 이후엔 달라졌다. 핀란드 국립보건원(NIH) 티모 파르토넨 교수는 이곳을 찾은 정의화 국회의장 등 한국 방문단에게 "1999년 자살율은 23.2명으로 1990년 30명 대비 20% 감소했고 2005년은 18명, 2012년 기준 15.6명선"이라고 소개했다.

핀란드의 자살예방 정책은 세계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는 우리나라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핀란드 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핀란드는 1965년부터 1990년까지 25년간 자살 사망률이 3배 증가했다. 자살 증가는 단순한 국민정신건강 차원을 넘어 국가존립과 직결된 문제였다. 전체인구가 547만명에 불과한데 자살증가는 생산노동인구를 감소시켜 국가경쟁력을 위협했다.
핀란드는 1980년대 광범위한 원인분석을 통해 1992년부터 대책을 본격 가동했다. 자살은 다른 질병과 달리 한 번 '발병'하면 돌이킬 수 없다. 이에 모든 대책은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그 핵심은 7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우울증환자 치료에 적극 나섰다. 자살자의 70%가 우울증 환자로 분석됐지만 이중 15%만이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잠재적 자살 시도자도 찾아내도록 했다. 다른 질병 치료를 위해 병원에 온 경우라도 마치 혈압·혈당 검사처럼 우울증이나 자살충동 여부를 점검했다.

잠재적 자살 시도자는 사회적·정신적 지원과 치료를 받도록 했다. 각급 학교와 기관에는 상담전문가를 의무적으로 배치했다. 자살 징후를 놓치지 않고 대응하기 위해서다.
핀란드 자살률(1969~2013)이 1990년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든 모습/핀란드 국립보건원 제공·머니투데이
 
술에 대한 국민인식을 바꾸는 데도 노력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을 경우 여러 요인이 작용하면 자살충동을 급속도로 높이는데 그 중 하나가 알콜이기 때문이다. 보드카 등 독주는 정해진 리쿼샵에서 팔고 그나마 일요일엔 반드시 문을 닫게 했다. 총기 등 자살에 사용될 수 있는 물리적 환경도 억제하도록 법·제도를 고쳤다.

여기에 △삶에 대한 의욕과 자기확신·인내력을 고취하고 △삶이 위기라고 느낄 경우 사회와 전문가들이 지원할 수 있게 하며 △젊은 세대가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히 살폈다. 요컨대 국민들이 '인생은 한 번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을 갖고 자살충동에서 탈출하도록 도운 것이다.

이 같은 7가지 대책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현재 핀란드 언론들은 '자살'을 보도할 때 모방 가능한 상세한 묘사를 줄이고, "이 기사를 읽고 자살충동이 느껴질 때는 아래 번호로 전화해달라"는 표현을 기사에 명시하고 있다. 또 흰색 불빛보다 주황색이 자살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가정용 조명, 가로등 색깔을 개선하는 정책도 폈다.
 
물론 핀란드도 남은 과제가 있다. 파르토넨 교수는 "자살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쉽고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핀란드엔 외딴 지역들이 많아 어떻게 하면 전국적으로 공평하게 의료나 사회서비스를 조직할 지가 해결 과제"라고 말했다.

이날 핀란드 측 설명을 주의깊게 들은 정의화 의장은 "핀란드의 자살예방·치료 정책을 공유하고 의회간 협력도 모색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2년 10만명 당 29.1명. 같은 기간 핀란드의 2배에 가깝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2013년 28명, 지난해엔 27.3명으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최고 수준이다. 노인자살률이 높은 가운데 20~30대 청년의 자살률도 급증세다. 국회뿐 아니라 우리 정부도 핀란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핀란드 의회 관계자로부터 자살예방책 등 정책 설명을 듣는 정의화 국회의장 일행. 국회의원으로는 한선교(새누리당) 원혜영(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동행했다. 정 의장 왼쪽은 장동희 주핀란드한국대사./국회대변인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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