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없어서 청년고용의무 못 지킨 기관 34개…KOBACO, LH 등

[the300]기재부, 임금피크 시행하면 별도TO 인정…장하나 "법 보다 권고?"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마당에서 '대한민국 청년 20만+ 창조 일자리 박람회'가 열렸다. 사진=뉴스1.

청년의무고용할당제를 지키지 못한 전국 공공기관 중 기획재정부가 인건비를 확보해 주지 않아 정원 확보에 실패한 곳이 34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청년의무고용할당을 달성하지 못한 공공기관이 총 100개였으므로 이 같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만 34%에 달한 셈.

인건비 부족으로 인한 정원 확보 실패가 공공기관들이 청년 고용 의무를 지키지 못한 가장 큰 이유라는 정부 자체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정원 또는 인건비 총액 사유로 청년신규채용을 못한 공공기관 명단'에 따르면 정부 산하 공공기관 16개, 지방 공기업 18개 등 총 34개 기관이 인건비 확보를 못해 청년의무고용에 실패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의무고용할당 실패 100개 기관…34곳 "TO가 없어서"

청년의무고용할당제는 지난 2009년 개정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근거해 근로자 30인 이상 공공기관은 정원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신규 직원을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한 제도다. 2013년까지는 '권고' 조항이었지만 2013년 또 한 번의 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의무'가 됐다. 2016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청년의무고용할당이 '의무'가 됐음에도 적용대상 공공기관 391개(정부산하 공공기관 270개, 지방 공기업 121개) 중 100개(정부산하 공공기관 45개, 지방 공기업 55개) 기관은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도로교통공단, 독립기념관, 한국방송공사진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게임물관리위원회, 서울도봉구시설관리공단, 동해시시설관리공단, 충북개발공사, 울산항만공사 등 총 34개 공공기관들은 청년 신규인력을 채용할 인건비 보장이 안돼 청년의무고용할당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북아역사재단, 서울도봉구시설관리공단, 동해시시설관리공단, 부여군시설관리공단, 영월군시설관리공단, 인천계양구시설관리공단, 충북개발공사 등은 인건비 부족으로 단 한 명의 청년도 채용하지 못했다.

장하나 의원은 "공공기관들이 청년의무고용을 지키지 못한 이유가 모두 공개된 자료는 아직 없지만 가장 큰 이유를 정원확보 실패로 보고 있다"며 "인건비로 공공기관의 정원 권한을 움켜 쥔 기재부가 법 집행을 위한 지원에 소극적이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공기관들 "정원조정 및 정원예외 인정해 달라"

실제로 올해 4월 고용부가 청년의무고용할당제 적용대상 중 의무기준 미달기관 88개를 대상으로 조사(복수응답 가능)를 한 결과 의무이행이 어려웠던 사유 중 (인건비 부족 등으로) 정원을 늘릴 수 없어서라는 대답이 26.9%로 가장 많았고 총액 인건비 초과 때문이라는 응답도 8.4%로 나타났다.

다른 이유로는 업무축소·경영정상화 등으로 인한 신규채용 곤란이 11.8%, 통상임금·정년 60세 의무로 인한 원인 등이 4.2%로 나타났고 기타 이유가 32.8%였다. 기타 이유에는 △정원에 미반영 되는 무기계약직을 채용 △연령제한 없는 공개경쟁채용형태로 연령 고려 불가 △채용형 인턴제도로 신규채용 등이 있었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해당 조사에서 청년의무고용을 위한 지원 필요사항을 묻는 질문에 56.1%의 공공기관들이 정원조정 또는 정원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의견을 보였다. 아울러 인건비 관련 불확실성 해소라는 대답도 9.2%였다.

결국 'TO'로 불리는 정원과 인건비만 확보된다면 공공기관들은 다른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청년의무고용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는 목표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재부, 임금피크 받으면 별도TO인정…"법 위에 권고?"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통해 임금피크제 실시로 채용하게 되는 신규채용자는 별도 정원으로 반영하는 지침을 마련해 적용하기로 했다. 직급은 별도직군 또는 초임직급으로 구분해 적용한다.

청년의무고용할당을 위해 공공기관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방안 중 정원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조건을 달아 제한적으로 수용하게 된 것.

추가 정원을 확보할 만큼의 예산(인건비)을 보장할 순 없지만 임금피크제로 줄인 총액인건비 범위 내에서 신규채용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년 연장으로 결원 발생이 줄게 되니 정원 외 별도직군으로 인정하고 정직원의 초임 수준으로 임금은 보장해 주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법으로 정한 의무조항(공공기관 정원 3% 이상 청년 고용)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는 요원하던 기재부가 권고사항일 뿐인 임금피크제 시행을 위한 지침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하나 의원은 "기재부의 조치만 놓고 보면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위에 임금피크제 권고가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라며 "청년일자리를 위해 임금피크제 등 노동시장개혁을 시행하려 한다는 박근혜정부의 국민 기만이 드러나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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