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된 수통이면 어떤가"…한기호의 여의도 野戰

[the300]][국회의원 사용설명서]한기호 새누리당 의원

 

 


 

 


#1 "군수품을 자꾸 새 것으로 줘야한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수통이 구멍 나지 않고 사용만 제대로 할 수 있으면 50년이 됐든 100년이 됐든 무슨 상관입니까"

 

#2 "(지뢰도발사건과 같이) 국가를 위한 희생에 대해서는 국가가 정당하게 보상해주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지난달 23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한 발언들이다. 그의 수통 발언에 "50년~100년 된 수통을 사용하라는 것이냐"는 논란이 일자 한기호 의원은 "모든 군수품 정비를 잘해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주로 병사들의 인권과 권익에 초점이 맞춰지는 국정감사장에서 조차 그의 '결'이 다른 발언은 거침이 없다. 칫솔 비누 등 병사 1인의 개인일용품 가격이 한 달 5100원에 불과하다며 국방부에 시정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는 "PX에서 직접 구입해봤더니 그 돈이면 충분하더라"며 반박한다.

 

한 의원은 그러나 북한 지뢰도발 사건 피해자에 대해서는 국가 보상이 충분치 않다고 질책한다. 그는 지난 8월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사건에서 다친 하재헌 하사(21)가 병원비를 자비로 부담한 사실을 폭로해 제도개선을 이끌어 냈다.

 

국감장에서 한 의원 질의순서가 돌아오면 군 관계자들의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육군 중장 출신으로 40년 군 생활을 한 그의 질문과 지적에 어설프게 답변할 경우 난타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무기체계, 군사작전, 병영생활, 국방정책 등 군 전반에 대한 그의 전문성은 여야를 아우르며 많은 공감대를 이끌어 내곤 한다. 

 

내년 4·13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한 의원의 요즘 심사는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그의 지역구인 '철원·화천·양구·인제'가 인구편차에 따른 지역구 통폐합 대상이기 때문이다. 선거구와 공천방식이 아직도 안갯속인 상황에서 한 의원은 국회 '농어촌·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 모임'에 참여, 농어촌과 지방을 배려해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지난 4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입혀주고 먹여주며 대학공부 할 수 있었던 사관학교]

 

한 의원 집안은 7대조부터 강원도 철원평야 지역에서 일가를 이루고 살았다. 1948년 당시  북한지역이던 강원도 김화군에서 살던 한 의원의 부친은 보위부가 출두명령을 내리자 야밤에 3·8선을 넘어 단신으로 남하했다. 보위부 출두를 거부하자 집 가산은 전부 몰수됐고 북에 남아 시부모를 모시던 한 의원 모친도 남으로 내려오게 됐다.

 

1952년 6·25 전쟁 중 피란지인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한 의원은 고교(한양공고)시절 사관학교 입학을 결심한다. 고교 2학년 때 육군사관학교에 다니던 선배 3명이 모교를 방문해 육사를 소개하는 자리에 참석한 것이 계기였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재워주고 먹여주며 대학공부를 한 뒤 장교가 될 수 있다'는 사관학교는 소년 한기호의 가슴을 고동치게 했다.

 

공고를 다니던 한 의원은 육사 시험을 위해 학원에서 국영수 과목을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학비를 마련해 주시던 누님들은 "장교가 된다고 해도 봉급이 얼마 되지 않고 부모님이 연로하니 취직을 하라"고 만류했다. 풀이 죽어있던 한 의원에게 "영어와 수학 두 과목만 학원을 다니고 나머지는 자습하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그냥 잠만 잤냐?]

 

육사에 합격한 한 의원은 4학년 2학기에 중대 명예위원장 생도가 됐다. 후배생도의 양심보고를 받기도 했는데 하루는 "외박을 나가서 애인과 키스를 했다"는 후보생도의 보고를 받았다. 육사의 3금(금혼·금주·금연)제도를 철저하게 지켜야한다는 '소신남 한기호'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금혼의 범주에 키스가 포함되는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한 의원은 "정말 키스밖에 안했냐"고 물었다. 하지만 후배생도에게 돌아온 대답은 "막차를 놓쳐 여관에서 함께 자게 됐다"는 것이었다  

 

더욱 난감하게 된 한 의원은 다시 질문을 던져야 했다. "그냥 잠만 잤냐?" · · · "그냥 자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습니다" 후배생도는 이렇게 말하고 고개를 떨궜다. 결국 한 의원은 훈육관에게 보고하지 않기로 했다. 한 의원은 퇴교당할 수도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절대 말하지 않기로 후배생도와 약속한 뒤 '명예와 양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명예의 근원이 되는 것이 양심이고 양심 없는 일시적 명예심은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다. 군인에게 있어 명예란 내면의 군인다움을 가꾸는 양심에 기초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명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 후배생도의 양심보고 사건 이후 한 의원은 이처럼 다짐한다. 그의 사관학교 4년이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지난 1월 18일 강원도 원주 제1야전군 사령부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기호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9.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야전사령관, 정치입문기]

 

한 의원의 40년 군생활은 야전생활의 연속이었다. 고향인 강원도 철원에서 중대장을 했고 영관장교 시절은 주로 일선 부대 작전분야에서 근무했다. 2001년 육군본부에서 준장으로 진급했고 2003년 소장으로 진급해 2사단장을 지냈다. 2006년 중장이 돼 5군단장을 역임했으며 2008년부터 전역(2010년)할 때까지 육군교육사령부 교육사령관으로 재직했다.

 

한 의원은 자신에게 다가온 두 가지 변화를 통해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하게 된다. 2009년 대장 진급에서 누락된 것과 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구 의원이던 이용삼 전 의원이 타계한 것. 선거에 나서기로 한 한 의원은 2010년 7·28 재보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북한과 맞닿아 변방으로 치부돼온 이 지역을 행복의 터전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약속했고 2년 뒤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도 지역민들의 선택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군 출신 정치인의 고민과 다짐]

 

한 의원은 군인들이 3·5공화국을 거치면서 정치적 지탄을 받았던 아픈 기억을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 분단의 현실에서 군 출신 국회의원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며 올바른 국방정책, 군과 그 가족 · 접경지역 주민들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주어져야한다는 생각이다.          

 

한 의원이 선배 정치인들에게 들었던 고언 가운데 하나는 "지역활동에 매진하면 국회에서 역할을 못하게 되고 상임위 같은 국회활동에 매진하면 지역 민심을 잃게 된다"는 것이었다. 처음 국회의원 선거에 임했을 때는 군사지역이면서 접경지역인 지역구 특성상 군 출신이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군 출신이라 군인만 위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곤 한다.

 

한 의원은 "군인들만 챙긴다는 부정적인 얘기가 오간단 말을 들을 때마다 지역발전과 민원해소를 위한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려 동분서주하다가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면서 "그럴 때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으로서, 최고위원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곤 한다"고 말한다.

 

[정치인 아내의 조건]

 

한 의원은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이상적인 '정치인 아내상'에 대해 생각했다. 지역구 주민들과 허물없이 지낼수 있는 아내의 지원은 선거 승리에 필수 요소라는 것이다. 그는 △거부감이 들지 않는 외모 △친근감을 줄 수 있는 대화능력 △소박한 옷차림 △선거기간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 △재치와 임기응변을 꼽았다. 한 의원은 "정치인의 아내는 여자로선 감당하기 힘든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고 짓궃은 주민의 주문에도 웃음을 잃지 않아야하는 등 아무나 할 수 있는 아닌 것 같다"면서 "정치인 한기호의 뒤에는 아내의 절대적 도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주위엔]

 

상임위활동을 국방위원회에서 주로 하면서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과 두루 가깝다. 같은당 유승민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 등과는 국방 현안과 정책을 허물없이 토의하고 논쟁하며 대안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고인이 된 박세직 전 재향군인회장은 한 의원이 중대장 시절 사단장으로 인연을 맺은 뒤 오랜 기간 믿고 따른 상관이었다. 

 

박 전 회장은 자신의 조카를 '대위 한기호'에게 소개했다. 한 의원은 "믿고 따르는 상관이 내게 좋지 않은 일을 권할 리가 없다"는 '확신'과 "이미 노총각인 처지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소신'으로 딱 한번 만난 그 여인과 결혼하게 된다. 한 의원은 박 전 회장과의 인연은 군생활과 가정생활에 영향을 준 결정적 '행운의 인연'이었다고 말한다.                

 

[이 한장의 사진]

 

한 의원 지역구의 한 마을에서 어린이들과 즐거운 한때

 

 

[대표법안]

 

#군인 복무기본법 = 2012년 8월 한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군인 복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복무자세와 병영생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국군 강령을 법률로 명시해 군인의 의무 및 권리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의견건의·고충처리·전문상담관 등을 운용해 군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축조심사(제정법 조항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하는 심사)가 진행 중이다. 

 

#접경지역지원특별법 = 2012년 6월 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남북 분단으로 낙후된 접경지역의 발전과 지역민을 위해 접경지역 사회기반시설의 설치·유지·보수를 위한 사업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지역 균형발전과 사회적 상황 등을 고려해  접경지역 사회기반시설 확충 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안행위는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 "법률상 접경지역은 철원군·화천군·춘천시 등 강원도 지역뿐만 아니라 경기북부 지역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지역으로 일률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것은 도서지역 및 여타 낙후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요주의]

 

투철한 안보관은 오히려 정치인이 갖춰야 할 다양성과 포용성을 해칠 수 있다. 한 의원은 종종 '설화'를 겪곤 하는데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 '좌파 색출'을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며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 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다. 국가 안보조직은 근원부터 발본 색출해서 제거하고 민간 안보 그룹은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의 이 주장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남한의 한 방송사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실종자 가족들이 품었을 슬픔과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 정부 당국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한 뒤 나왔다. 한 의원은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2013년에는 임신 중 과로로 숨진 여군 장교에 대해 "그분에게도 귀책사유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북한의 5·18 광주민주항쟁 기념행사와 관련해선 "북한이 왜 기념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필]

△1952년 한국전쟁 피난 중 경남 밀양에서 출생 △와수초등학교(철원) △김화중(철원) △한양공고 △육군사관학교(31기)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수료 △건양대학교 명예 행정학박사 △소위 임관(1975년) △3사단 수색중대장 △ 수경사 유격대장 △수기사 작전참모 △22사단 연대장 △2사단장 △5군단장 △육군 교육사령관 △군 전역(2010년) △18·19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농어촌대책특위 위원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국회 정무위위원회 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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