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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당헌당규에 규정된 '우선추천지역'은 전략공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한 개정작업으로 탄생된 것은 맞다.
지난해 초 황우여 새누리당 당시 당대표는 당헌당규 개정 특별위원회를 꾸려서 여성·장애인을 제외하고 ‘상향식 공천’을 전면 도입하는 개정안을 만들었다. 새누리당이 18대는 친이(친이명박)계에 의해, 19대는 친박(친박근혜)계에 의해 두 번의 '공천학살'을 경험한 후 공천학살 자행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전략공천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황우여 대표는 특히 "전략공천은 나처럼 힘없는 당대표 때 없앨 수 있지, 힘있는 당대표가 오면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당헌당규 규정의 '전략지역 선정'이란 구절을 삭제할 것을 특별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전략공천의 길을 완전히 봉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위 논의 과정에서도 번번이 당대표가 삭제를 지시했던 문구가 살아서 다시 올라오곤 했다.
당시 당헌당규 개정 과정에 참여했던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특위 첫 회의 때 황 대표가 전략공천 규정 삭제를 지시했는데 그 다음 회의에 여전히 삭제되지 않은 채 다시 올라와서 황 대표가 재차 지시를 했고 세 번째 회의에서도 고쳐지지 않아 황 대표가 화를 냈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마도 홍문종 당시 사무총장의 입김이 들어갔던 듯하다"며 친박 핵심 의원들에 의해 전략공천 유지 시도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당헌당규개정특위가 전략공천을 삭제한 당헌당규를 당 최고위원회의에 상정했을 때도 친박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당초 당헌당규개정특위에서 올라온 개정안은 '여성·장애인을 우선 공천한다'고만 명시했지만 최경환 당시 원내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 유기준 최고위원 등이 거세게 반발했다.
친박계인 이들은 선거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경력 등에서 논란이 있는 후보가 상향식으로 공천될 경우 자칫 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원칙적으로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는 후보나 지역에 대해서는 우선 공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이 더해졌다. 사실상 전략공천의 길을 열어놨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의결절차를 밟는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이의제기를 한 사람이 평당원 신분이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김무성 대표는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은 후 "우리당이 전략공천을 없앤다고 했는데 왜 전략공천을 유지하려 하느냐"는 취지로 문제를 지적했다. 김 대표는 2012년 총선 당시 친박계의 보복으로 공천에서 탈락하며 두 번째 공천학살을 당했으며 다음해인 2013년 4월 재보선을 통해서야 겨우 국회에 재입성한 상황이었다.
"권력자에 의한 공천 줄세우기를 없애겠다"며 권토중래를 다짐하고 있던 김 대표는 우선공천지역에 대해서도 "여론조사 같은 객관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기준 마련을 강하게 요구했다.
김성태·홍일표 새누리당 의원 등이 가세해 우선공천 제도가 자의적 공천으로 오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헌당규 개정을 최종적으로 추인받는 전국위원회를 몇 시간 남겨두지 않고 이 같은 반발이 나오자 새누리당은 부랴부랴 추가 문구를 넣어 전략공천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봉합했다. 후보 경쟁력이 약한 지역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여론조사 등'을 개정안에 명시한 것이다.
김 대표 측은 이처럼 전략공천을 없애기 위해 탄생한 우선 추천 지역 규정에 의거하면 청와대나 친박계가 의도하는 전략공천은 차단된다는 입장이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현행 우선 추천 지역 규정한 당헌당규에 따르면 TK(대구경북)나 강남 지역은 당연히 우선 추천 지역에 포함이 안된다"면서 "이는 명백히 호남지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학용 새누리당 당대표 비서질장 역시 "과거처럼 전략공천으로 인해 불합리하게 공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통한 판단 규정을 넣은 것"이라며 "과거처럼 전략공천으로 인한 단 한명의 희생자도 없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 이미 우리 당헌당규에 반영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동안 새누리당 내에서는 우선추천지역 규정이 이른바 '~등'이란 모호한 표현으로 전략공천을 용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개방경선제)나 국민공천제로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린다'고 내세웠던 것이 호응을 얻었던 것도 현행 규정의 불완전성이 가져올 결과가 여전히 전략공천에 맞먹는 파괴력을 지녔다고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대표가 돌연 현행 당헌당규를 내세운 것에 대해 당황스럽단 반응이 많다.
김 대표 측에 동조했던 한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싸움이 치열해지면 결국은 규정 그 자체를 놓고 싸우게 되는 법인데 새로운 당헌당규를 세울 것이라고 기대했던 의원들에겐 김 대표의 뜻이 잘 이해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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