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김대리…대체휴일 29일에 연차 낸 까닭은?

[the300]공휴일 규정한 법률 없어…법 개정안 있지만 정부 반대로 '개점휴업'

28일 오후 경기도 여주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인천 방향 여주휴게소 부근이 추석 귀경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사진=뉴스1.

크지 않은 한 IT기업에서 근무 중인 김 대리는 올해 추석 연휴에 연차를 냈다. 징검다리 휴일도 없는 올해 추석연휴에 김 대리가 연차를 낸 이유는 남들 다 노는 대체 휴일인 29일에 쉬기 위해서다. 

회사는 대체휴일에 쉬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휴일을 보장해 주지 않았다. 대신 쉬고 싶은 사람은 연차를 사용해도 좋다는 방침만 전 직원에게 전달했다.

김 대리는 어차피 마음대로 쓰지도, 다 쓰지도 못하는 연차를 이럴 때 쓰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9일에 연차도 쓰기 어렵다는 다른 친구들 소식을 들을 때면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란 자기 위안도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칸에 이는 억울한 감정은 지울 수 없다. 자신과 달리 공무원이거나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아무 조건 없이 대체휴일에 쉰다는 현실 때문이다. 직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회사 오너의 결정에 따라 휴일의 운명이 갈린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라에서 법으로 강제해 줘야 할 것 같은데 별 다른 노력은 없어 보인다. 뻔한 차별을 정부가 왜 지켜보기만 하는지 김 대리는 이해할 수 없다. 자기들은 쉬고 있으니 정부부처나 국회 모두 민간기업 직장인들의 고충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대체휴일에도 못 쉬는 中企근로자…법에 공휴일 규정 없어

28일 국회에 따르면 올해도 '반쪽짜리' 대체 휴일제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에도 대체휴일제가 전 국민에게 적용되기 어려워 휴일도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이를 법률로 규정하기 위한 법 개정안들이 국회에 경쟁하듯 제출돼 이슈가 됐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국회에서 개점휴업 상태다. 올해 추석 연휴 대체휴일에도 회사 방침으로 쉴 수 없거나 연차를 내야 하는 직장인들의 상황은 지난해와 나아진 것이 전혀 없다.

직장인들이 대체휴일에 쉴 수 없는 이유는 현행법에 공휴일을 정의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으로만 일부 지정돼 있어 민간 기업에서 공휴일과 대체휴일을 지키지 않아도 이를 막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령에 주어진 공휴일과 대체휴일을 따르는 공무원과 생산성 등이 높은 대기업들은 대체휴일을 적용하지만 그렇지 못한 중견·중소기업들 직원들에게 대체휴일은 '그림의 떡'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전 없는 대체휴일 관련 법…"고용부 반대, 연차부터 쓰라는 논리"

대체휴일제가 2013년 11월 도입된 이후 지난해 추석 연휴에 처음 시행됐지만 쉬지 못하고 일한 근로자가 적지 않아 휴식권 차별 논란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국회를 중심으로 이를 개정하려는 움직임들이 줄을 이었다. 우선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현재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는 공휴일과 대체휴일을 법률로 지정하는 내용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아울러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과 한정애 새정치연합 의원도 공휴일과 대체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거나 공휴일에 근로자들이 차별 없이 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그러나 논의는 거의 진전이 없다. 특히 김성태 의원과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근로자의 처우 등에 대한 법을 개정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

한정애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이 낸 법안인데 담당 상임위 법안소위도 못 올라가는 이유는 다름 아닌 고용노동부가 반대를 하고 있어서"라며 "휴일이 이미 많으니 연차부터 다 써야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라고 말했다.

이어 "연차를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근로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부만 모르는 듯 하다"며 "한국의 기업들이 합리적으로 법을 잘 지킨다고 생각하는 것이 고용부의 생각이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왜 안가려고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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