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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자료 제출에 부실하거나 성의 없는 답변으로 감사위원들의 빈축을 산 피감기관 문제가 어김없이 반복됐다. 1년에 한 번 이뤄지는 국감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노골적으로 국회를 무시하는 피감기관의 행태를 바로잡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 the300 기자들이 '정책국감'을 방해하는 '불량 피감기관' 10곳을 뽑았다.

◇"자료 못줘요" 버티기…'트리플 크라운' 어디?

자료 제출 부실로 정회소동까지 빚은 국세청이 정책국감 실종을 초래한 대표적인 '문제 피감기관'으로 꼽혔다. 지난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서울·중부지방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신세계 전직 임직원 명의 차명주식 1000억원에 대한 세무조사 자료를 요구한 것에 대해 국세청은 납세자보호를 내세워 공개거부로 일관했다. 자료제출의 부실을 문제 삼은 야당 의원들의 계속되는 의사진행발언 끝에 2시간 가까이 기약 없는 정회가 이어지는 등 제대로 된 정책질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같은 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질의를 했는데도 의원마다 정보량이 다른 자료를 제출해 빈축을 샀다. 여당 의원에게 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한 자료를 제공한 것이 발견된 것. 그럼에도 원안위가 제출한 자료는 여당 의원한테도 질타를 받았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원안위 원자력안전과로부터 '최근 5년간 원전 고장 및 조치사항' 관련 통계 자료를 받았지만 기본적인 덧셈마저 틀린 엉터리 자료였다는 것이 도마에 올랐다. 자료 제출 태도에서 △자료 제출 거부 △엉터리 자료 제공 △야당 차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감사기관인 감사원이 국정감사에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 모순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감사원이 '갑질'에 너무 익숙해서 그렇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갑질에 익숙한 피감기관은 외교부도 해당됐다. 해마다 자료 제출 거부로 악명이 높은데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는 "야당만 안주는 줄 알았더니 여당도 안주는 것을 알게 됐다"는 뼈있는 농담이 오갔다.

◇"국감하러 나오신 것 맞나요?"…'국감 워스트 2연패'

피감기관을 대표해 국감장에 나온 기관장들이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도 빠지지 않는 워스트 사례다.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총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 낮은 답변으로 국감 위원들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제대로 업무 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김 총재는 작년 국감 때도 국감 불출석으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적십자사는 '국감 워스트 2연패'의 주인공이 됐다.

국감 첫째날인 지난 10일 교육부 국감은 정치권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문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정작 교육부는 "앞으로 국정인지 검인정인지 다시 고시절차를 밟게 된다"며 "그전에 미루어 짐작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해 김을 뺐다.

통일부 국감에서도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답변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홍 장관은 극우 발언으로 비판받고 있는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을 감싸기에 급급했다. 감사위원들의 질의에 "경력 검증이 됐다"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여당 위원까지 질책하자 비로소 사과에 나섰지만 끝내 손 이사장의 해임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부채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와중에 세금 인하를 추진하는가 하면 이해할 수 없는 돈 씀씀이에 대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해 국감 워스트 피감기관으로 꼽혔다.

한국감정원은 통계 자료의 허점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전반적으로 감정 신뢰 저하 문제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