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불발" vs "만난 게 의미" 문재인·안철수 회동 이후

[the300](종합)16일 중앙위 진행, 비주류 퇴장 등 반발 가능성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표 재신임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뒤 승강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16일로 예정된 중앙위 개최를 연기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2015.9.15/뉴스1
15일 오전 9시40분, 국회 의원회관 518호 안철수 의원실. 취재진에 둘러싸인 안 전대표는 격앙돼 있었다. 안 전대표는 13일 문재인 대표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16일 중앙위원회 개최를 연기하고 대표 재신임도 취소하라고 요구했지만 문 대표는 하루 뒤(14일) 중앙위 일정을 변경할 수 없으며 재신임도 진행하겠다고 답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안 전대표는 강경한 목소리로 그런 문 대표를 조목조목 비판하고는 이날 중 만날 뜻이 있다고 말했다. 그 시각 문 대표는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를 위해 연평도를 방문 중이었다. 양측이 분주히 접촉한 끝에 오후 6시 회동이 성사됐다.

하지만 안 전대표가 기대했을 만한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중앙위는 예정대로 개최하되 안 전대표가 요구한 혁신안은 함께 논의하기로 하는 선에서 회동은 끝났다. 보기에 따라 '빈손'일 수도, 만난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면 '파국'은 막은 회동일 수도 있어 이날 회동만으로 갈등봉합을 단언할 수 없게 됐다.

재인-안철수 전·현직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모처에서 1시간20분 가량 만났지만 16일 중앙위를 예정대로 열고 혁신안 의결을 진행하겠다는 문 대표와, 중앙위를 열더라도 안건 처리는 하지 말고 토론을 벌이자고 한 안 전대표가 평행선을 달렸다. 

김성수 당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표는 혁신안의 의미와 중앙위원회 개최의 불가피성을 말하며 안 전 대표의 협조를 구했다. 반면 안 전대표는 중앙위원회 혁신안 표결을 보류하고 중앙위가 충분한 혁신의 토론의 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 재신임 투표와 관련해서도 안 전대표는 철회를 요청한 반면 문 대표는 "추석 전까지 해야 한다"는 의견을 유지했다. 이는 두 사람이 긴급 회동까지 이르게 된 두 가지 핵심 현안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음을 뜻한다.

두 사람은 다만 재신임 건을 추후 논의하기로 하고 안 전대표가 제기한 혁신안도 중앙위원회 이후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후 당 상황을 수습할 접점의 가능성은 남긴 셈이다. 안 전대표는 낡은 진보 극복, 부정부패 해결, 새 인재 영입 등을 3가지 과제로 제안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5일 경기도 연평도 해병대 연평부대를 방문해 부대상황을 보고 받은 후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9.15/뉴스1
회동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물론 만난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문재인 재신임 정국'의 분수령이 될 중앙위원회 개최를 하루 앞둔 이날 내내 주류 대 비주류간 전운이 고조되는 등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 회동은 비록 이견이 있어도 대화는 계속한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만남 자체가 정치행위"라고 강조했다.

반면 손에 잡히는 합의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실제 합의 결과는 없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솔한 대화를 주고받았다면 앞으로 갈등이 완화될 조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안 전대표가 오전 취재진에게 강경하게 요구사항을 밝힌 점, 두 사람이 주고받은 글을 통해 확인한 입장차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회동 결과 등을 보면 이날 대화 분위기도 팽팽한 긴장이 가득했던 걸로 볼 수 있다. 배석자 없이 독대했기 때문에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문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서울시장 등의 '희망스크럼'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스크럼'이란 당 대권주자들이 함께 해야 한다며 문 대표가 제안했던 협의체다. 그러나 문 대표가 희망스크럼을 강조한 반면, 안 전대표가 혁신논쟁이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특별히 호응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성수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이 안 전 대표의 3가지 혁신안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으로 안다"며 "이 (혁신) 논의에 대해 문 대표는 '희망스크럼'을 다시 재개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고 보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용을 덧붙이거나 과다 해석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전대표 측은 회동 직후 별다른 반응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당내 비주류 핵심 모임으로 꼽히는 '민집모'(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는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오찬 회동을 갖고 중앙위 강행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민집모는 중앙위 연기를 재차 요구하는 한편 중앙위가 열리더라도 혁신안 처리에 대한 무기명 투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원 퇴장하기로 했다. 

민집모는 또 비주류 성향으로 중앙위 의장을 맡고 있는 김성곤 의원과 16일 오전 면담을 갖고 중앙위에 혁신안이 상정된다면 무기명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촉구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으로, 해외 공관 국감을 마치고 16일 오전 일찍 귀국한다.

반면 비주류의 반발에 날선 대응을 보여온 주류 측과 혁신위에서는 비주류와 날카롭게 대립하기보다는 혁신안 처리를 호소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당원들에게 보내는 '중앙위 혁신안 참여·지지 호소문'을 통해 "새로운 지도체제와 공천과 경선에 대한 혁신안은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며 "중앙위원회에 참석해서 혁신의 한 표를 실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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