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희망이, 박원순의 대박이, 이재명의 행복이

[the300][동물로 태어난죄⑥]정치인이 동물을 통해 얻을 표와 잃을 표

/사진=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동네 주민에게 선물 받았던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가 최근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다. 청와대는 이름을 공모했고 고심 끝에 강아지들의 이름은 '평화·통일·금강·한라·백두'로 결정됐다. '통일대박'을 내건 대통령과 그의 강아지들에게 알맞은 이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름이 정해지자 일각에서는 '프로파간다'적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박 대통령의 반려견들이 특별히 정치적인 임무를 부여받은 것 같진 않다. 한때 농담조로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는 말이 나오기는 했지만.(박 대통령은 "동물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물의 왕국'을 즐겨봤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와 정책에 동물이 구체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물을 통해 얻고 잃는 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동물정치'는 동물권 및 생명존중, 약자감수성을 두루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정치영역으로 부상했다.


'동물정치'를 펼친 대표적인 사례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성적표는 그리 좋아보이진 않는다.


박 시장의 경우 인권 변호사 시절부터 유명한 동물보호론자였다. 그가 1994년 쓴 논문 '동물권의 전개와 한국인의 동물 인식'은 동물보호운동가들의 필독서였다고 한다.


기대에 부응하듯 박 시장은 취임 이후 '동물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진일보한 동물 정책을 추진한다. 돌고래 '제돌이'를 바다로 방사한 사례는 그의 동물정치의 정점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박 시장의 동물정치는 개 세마리 때문에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보수진영에서는 서울시가 방호견 훈련비 등에 천만원 대 시 예산을 쓴 것과 관련해 혹독한 공격을 펼쳤다. 개들이 '순종'이 아닌 '잡종'이라는 점까지도 빌미가 됐다.


현재도 박 시장은 동물원 관리 문제 등으로 비판의 한복판에 서 있다. 한때 박 시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동물보호론자 상당수가 등을 돌린 것도 사실이다.


/뉴시스.

이처럼 동물정치는 잘하면 본전, 못하면 재앙이다. 기대가 실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최근 '동물정치'의 그림자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는 이재명 시장의 '희망이' 입양일 것이다.


성남시는 지난 5월 한 동물보호단체에서 행복이를 입양했다. 하지만 지난 8월 행복이의 갈비뼈가 드러난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돌면서 동물학대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이 시장은 행복이의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반론을 폈다.


그는 행복이가 마른 것에 대해서는 "훈련을 받으며 식이요법에 운동을 많이 시킨 덕에 약간 살이 빠지긴 했다"며 "아토피도 거의 없어졌고 배쪽에 있던 혹도 사라졌다"고 해명했다.


이 시장은 행복이의 건강을 우려하는 이들을 '동물을 학대하는 자'라고 일갈해 버렸다. 이는 많은 동물애호가들을 화나게 했고 행복이의 동물권 공방이 이어지는 단초가 됐다. 애초에 지역구 내에 전국 가장 유명한 개고기 시장인 모란시장을 두고, 단순히 유기견을 통한 이미지 개선에 나서려 한 것은 순진한 발상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동물정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 쉽다. 진정성을 인정받기 너무나 어려운 영역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000만명. 지켜보는 눈이 그만큼 많다.


최근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 39명이 참여하는 동물보호포럼이 결성되는 등 '동물복지'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참여 의원들의 입법 현황을 살펴보면 '동물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틀림없다. 일부 의원들은 진정성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급작스런 '동물정치'가 미덥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 선거에서 동물 관련 공약이 반짝 득표에 이용되고 폐기된 기억도 아직 남아있다.


대박이와 행복이가 시장 임기 후에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듯, 각종 동물보호법 또한 총선 이후에도 힘 있게 추진돼야 진짜다. 얼마 남지 않은 19대 국회에서 동물보호포럼이 어느정도의 성과를 이뤄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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