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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
어렵게 승낙을 받은 게 오후 5시경. 임시보호가 가능하다던 한 청소년 쉼터에서 갑작스레 삼남매를 맡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집보다 더 나은, 안정감 있는 장소없이는 이들이 아버지에게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직원들은 저녁 8시부터 경기도 내 아동보호쉼터와 양육시설, 청소년쉼터 7곳에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문의했으나 거절만 돌아왔다. 결국 이들은 자정이 넘어서야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아동복지센터에 맡겨졌다.
다음달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시행 1년째를 맞는 가운데 국회에서 학대피해 아동의 보호를 위한 법적 미비점을 찾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학대피해아동보호쉼터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지만 정작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인식에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는 총 1만7791건으로 전년(1만3076건)보다 36% 증가했다. 같은기간 신고를 받고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 또는 경찰이 현장출동한 사례 가운데 실제 아동학대로 드러난 것도 1만27건으로 집계됐다. 실제 아동학대 혐의가 1만건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학대피해 아동과 달리 이들을 보호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쉼터는 좀처럼 확충되지 않고 있다.
올해 기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과 전국 54곳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으며, 36곳의 학대피해아동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연간 1008명, 한 곳당 28명을 수용하는 데 그치는 규모다.
이런 전문기관에 들어가지 못한 학대피해아동들은 일반 아동복지시설이나 보호소, 그룹홈 등의 공동생활시설에 입소해야 한다. 이런 피해아동 수가 1년에 2000명을 훌쩍 넘는다.
문제는 치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단순보호시설에 들어갈 경우 피해아동들이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다른 아동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사례발표를 한 안소영 경기용인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우리가 장기그룹홈에 입소시킨 아동이 쇠파이프로 창문을 다 깨고 낫을 들고 그룹홈 종사자들과 아이들에게 난동을 부린 적이 있다는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며 "어느 순간부터 장기시설에서 학대받은 아동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배화옥 숙명여대 교수도 "시설에 따라 학대문제로 의뢰되는 아동을 결손가정과 같이 다른 문제로 의뢰되는 아동에 비해 반기지 않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며 "아동특성에 따른 프로그램 미비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처벌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현재 있는 54곳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최소 100곳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는 학대피해아동쉼터를 2019년까지 100곳으로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학대아동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비밀전학'제도 운영의 미흡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비밀전학제도란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변경하지 않고 아동이 머물고 있는 보호시설 주변의 학교로 전학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학대 가해자로부터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교육현장에서의 이해부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김경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정책연구팀장은 "행정처리가 원활하지 못해 전학이 지체돼 일정기간 학교에 등교하지 못한다거나 전학한 학교가 학대가해자인 부모에게 공개돼 학교로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교사 등 학교 관계자에 대한 직무교육을 정례화하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기능개선을 통한 정보보호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토론회를 개최한 이상일 의원은 "학대피해아동쉼터와 전문인력 부족을 개선하는 문제, 학대피해 아동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비밀전학 제도의 효율적 운영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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