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관악을' 출발한 사시존치…'여의도' 통과하려면

[the300]고시촌 살리기냐 국익 차원이냐…법률소비자의 선택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시험 폐지할 것인가`토론회(김관영 의원 주최)에서 방청객들이 패널들의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사시 존치는 지난 4·29 재보궐선거에서 '관악을'의 핵지역 공약이었다.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경쟁 후보들보다 가장 적극적으로 사시 존치에 '올인'했고 결국 당선됐다.


야권의 패배를 '분열'에서 찾는 이들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19대 총선에서도 야권은 통합후보로 나선 이상규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와 김희철 무소속 후보로 분열됐지만 이 후보가 여유롭게 당선된 사례가 있다.


당시 김 후보는 28.47%를 득표했고 오신환 후보는 33.28%에 그쳐 38.24%를 득표한 이 후보에 패했다. 


관악을 재보선에서의 야권 패배이유가 정동영 무소속 후보의 출마때문이 설명은 '핑계'에 불과하다. 오 후보가 19대에 비해 재보선에서 무려 10.6%인트나 더 득표한 반면 정 후보는 20.15%에 그쳐 김 후보 보다도 못한 득표율을 보였을 뿐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일수록 관악을 선거에서 '사시 존치'를 강력하게 어필한 여당 후보가 지역민심을 얻었다고 분석한다. 관악을은 호남출신과 젊은층의 비율이 높고, 27년간 여당에 의석을 준 적이 없을 만큼 '야성(野性)'이 강한 지역이다. 때문에 사시 존치가 재보선 향방의 결정요소였다는 결론이 설득력을 갖는다.


재보선기간 고시촌은 각 후보의 '사시를 살리겠다'는 현수막이 도배를 하다시피 했다. 그만큼 지역 표심을 움직이는데 '사시 존치'가 절실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사시 존치 공약에 힘을 실어주는 유세지원에 나서며 고시생들과 면담을 갖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여권 승리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29일 재보선 당시 서울 관악구 대학동 도로에 붙어 있던 '사시 존치'관련 현수막/ 사진= 머니투데이 the300

반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고시촌 지원유세에 가서 한 고시생의 "로스쿨은 돈많은 이들만 다닐 수 있다"는 불평에 "잘 몰라서 그렇지 로스쿨에서 그냥 (학비를 다 내면서) 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장학금 제도가 잘 돼 있다"고 말했다가 오히려 표를 깎아 먹었단 평가를 받았다. 고시촌 민심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었다.


2위를 한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도 사시 존치 법안을 첫 발의법안으로 하겠단 공약을 했다. 정동영 후보도 투표를 불과 사흘 앞두고 고시책방에서 '사시존치 긴급토론회'까지 열었다.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는 사시존치에 있어 비교적 소극적 자세를 취하다 선거 막판 판세가 박빙으로 흐르자 마지막 '결정타'로 긴급 토론회에서 사시 존치를 국민모임 당론으로 선언했다. 누가봐도 늦은 타이밍이었다.


19대 국회에선 그간 사시 존치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26일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사시 존치 토론회를 기점으로 야당 일부가 적극적 움직임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박지원 의원은 사시 존치 법안을 내겠단 공언까지 했다.

사시 존치는 몇 년간 관악을 지역 의제였다. 고시촌 상인과 주민들, 고시생들의 생계와 진로문제가 직접 연관됐기 때문이다. 국회가 내년 총선 워밍업 기간에 들어서면서 '지역 의제'였던 '사시 존치'가 국회 의제로의 '승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 토론회 방청석을 가득 메운 고시촌 주민들과 상인, 사시생모임 회원들을 보면 사시 존치가 국익 차원의 문제인지 지역 이기주의 차원인지 헷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토론회장의 열띤 열 '사시 존치'가 금방이라도 쉽게뤄질 것 같은 분위기 만들지만, 열정적 박수를 보내는 이들은 결국 고시촌 관계자들이다.


재보선 와중에 무소속 변희재 후보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시 폐지로 고시촌이 침체되다 보니까 여러 후보가 오직 고시촌 활성화를 위해서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데, (그러기보단) 국익이 지역 이익에 우선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이 국익보다 지역을 우선시하는 것은 헌법상 의무위반"이라고까지 비판했다.


그는 "개천에서 용날 수 있단 논리로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건 반대한다"며 "법조인을 출세 수단으로 제도를 짜는 건 잘못된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사시 존치가 '고시촌 의제'에서 '국회 의제'로 올라 서려면 '국익 관점'에서도 과연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국민들도 사시를 존치시키는게 법률서비스의 '소비자' 입장에서 유리한 일인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치인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엔 항상 '부작용'과 '단점'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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