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힘 얻는 사시존치론

[the300](종합)

"사다리를 허하라"…힘 얻는 사시 존치론

일러스트= 이승현 디자이너

사법시험을 폐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국회와 법조계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2012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이 처음 배출되면서 해마다 합격생 정원을 줄여왔다.

 

내년에 치러지는 1차시험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하지만 폐지시한이 다가오면서 ‘가난한 수재’들이 꿈을 펼수 있는 마지막 통로를 남겨놔야 한다는 존치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

 

◇ 새누리 ‘사시존치’ 주도...새정치, 김관영 ‘존치’ 가세

특히 내년초 총선까지 겹쳐 사시존치 문제는 19대 국회 막바지 뜨거운 논란이 될 전망이다. 로스쿨은 ‘고시낭인’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법률소비자의 권익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비싼 등록금과 확실한 ‘스펙’ 등 또 다른 법조 엘리트를 생산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법조인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사법시험, 폐지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그동안 사시 존치를 위한 토론회를 새누리당 의원들과 연속으로 공동주최한 전국법과대학교수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동주최자로 나섰다.  로스쿨측에선 ‘사시 존치’에 기운 토론회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발표주제는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사법정책적 검토’, ‘사법시험 존치법안들을 통해 본 사법시험 단점 보완의 가능성’ 등이다.

여·야가 사시존치 관련 당론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위기는 대체로 로스쿨에 우호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참여 정부에서 완성시킨 로스쿨제도란 점에서 그 안에서 제도를 만든 이들이 새정치연합에 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는 관악구 고시촌을 중심으로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에서 ‘피켓팅’시위 등을 예고하고 있어 긴장감이 감돈다.


지난 4월 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대학동 관악청소년회관에서 열린 사시존치 국회의원 입후보자 공청회에서 재보궐 선거 관악을 후보들이 사법고시 존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왼쪽부터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정동영 국민모임 후보. /사진=뉴스1


◇폐지시한 임박, 내년 총선 앞두고 논란 가열 전망

지난 2013년부터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대한법학교수회 등과 손 잡고 사법시험 존치 법안의 입법을 청원했다. 올  3월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을 필두로 노철래·김용남·김학용 의원 등이 앞다퉈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최근엔 고시촌이 위치한 ‘관악을’

 

선거구에서 보궐로 당선된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도 가세해 유사한 법안을 냈다. 야당에서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통해 사법시험 폐지는 그대로 두고, 예비시험을 통해 사시생들을 구제하자는 법안을 냈다. 일종의 절충안이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기존 5% 인 특별전형 의무규정을  10% 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로스쿨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낸 법안들과 박영선 의원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내 소위에 상정돼 있거나 회부 돼 있는 상태다. 서영교 의원안도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위에 묶여 있다.

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내년 총선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사시존치론’ 측에서는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대국민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전협)도 ‘로스쿨에 관한 오해와 편견’ 등의 보도자료를 뿌리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사시존치 vs 로스쿨체제 유지···누가 어떤 논리로?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시험 존치위한 국민대토론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 사시 존치, 누가 주장하나


사시 존치측의 `로스쿨 폐지, 사시 부활`주장은 로스쿨 출범 초기부터 수 년간 계속됐다.  로스쿨측은 개원 이후 6년이 흘렀고 사시 폐지는 이미 정책적으로 결정돼 있는 상황이어서 가만히 둬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폐지시한이 다가오면서 사시를 로스쿨과 병행해서 갈 수 있도록 `경제적 약자의 도전 통로`를 최소한 일부라도 터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시 존치론'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나승철 서울지방변호사회 전 회장을 중심으로 한 소위 `청년변호사`(사시출신 젊은 변호사; 변협 기준 40세이하 혹은 5년차이하)들은 지난 2009년 로스쿨 개원 직후부터 `로스쿨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지난 2011년엔 로스쿨 졸업 예정자 중 성적 우수자를 검사로 바로 임용하겠다는 법무부의 방침에 반발해 사법연수원 42기생 974명 중 절반 이상이 연수원 입소식을 거부하는 사태가 사법연수원 개원이래 처음 벌어지기도 했다.

 

사시 존치측은 크게 기존 변호사업계, 특히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회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관악구 대학동(구 신림동)의 상인들과 주민들  그리고 사시준비생들이 주를 이룬다.

 

변협은 90년대 초 YS정부에서 로스쿨이 논의될 때부터 강하게 반대해 왔다. 변호사업계가 어렵기 때문에 배출인원을 제한 해야 한다는 입장이 깔려 있다. 참여 정부에서 로스쿨제도가 도입되고 이후 2009년 개원직후까지도 변협은 `로스쿨대책위원회`를 만들어 `反(반)로스쿨`에 앞장 섰다.


올 1월 당선된 현재의 하창우 변협 회장은 물론이고 그 전 회장들도 대부분 사시 유지 혹은 사시 존치 공약으로 당선됐다.

 

2012년 로스쿨 1기가 배출됐고 그들이 `의무가입`조항에 따라 변협 회원으로 흡수됐음에도 직후인 2013년 1월 변협 회장선거에선 로스쿨에 적대적인 공약이 쏟아졌다. 변호사의 절반이 몰려 있는 서울지역변호사회의 역대 최연소 회장으로 선출된 30대 중반의 5년차 나승철 변호사도 로스쿨 반대운동 경력으로 이른바 '(사시 출신)청년변호사'`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이후 서울지회는 `사시 존치`활동의 메카가 돼 `사시 존치`이슈를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사시 존치측은 로스쿨의 `비싼 학비`가 계급간 이동을 막는 다며 `개천에서 용나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단위로 사립의 경우 2000만원에 달하는 비싼 학비와 3년간 생활비로 1억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비싼` 법조인 양성제도라는 논리다.


그외에도 로스쿨 학사 운영이 비정상적이고 결국 `고시학원화`돼 가는 모습을 비판한다. 다양한 배경의 입학생들을 받아 글로벌한 환경에 적응하는 변호사를 만들겠다는 애초 취지가 무색해 졌다는 비판이다.


변호사 시험이 4회째를 맞으면서 시험이 애초의 `자격시험화`라는 취지에 맞지 않게 점차 과거의 사법시험처럼 어렵고 떨어뜨리는 시험으로 변질돼 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로스쿨체제 유지, 누가 주장하는가

 

로스쿨은 개원 7년차, 졸업생 배출은 4년차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은 로스쿨 제도에 익숙하지 않다. 로스쿨 관계자들은 이때문에 적지 않은 오해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로스쿨은 학비가 `절대적` 금액으로 보면 비싸지만 `실질적` 비용을 따지면 사시도 만만치 않다고 반박한다. 로스쿨들의 모임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전협) 자료에 따르면 사시준비에는 평균 4.8년이 소요되고 생활비를 포함해 8000만원이상이 든다. 로스쿨은 3년제이고 학기당 500만원(국립)에서 1000만원(사립)수준의 학비가 든다. 6학기 3000만원에서 6000만원의 학비가 든다. 여기에 기숙사 비용 등 생활비를 합하면 대략 6000만원에서 9000만원이 든다.

 

로스쿨측은 장학금제도가 잘 마련돼 있어 총 등록금액 기준 장학금 지급액이 37.6%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실등록금은 62.4% 라는 얘기다. 따라서 장학금을 감안하면 1인당 연간 학비가 국공립은 730만원, 사립은 1189만원이란 주장이다.

 

사시와의 비교에서도 비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사시는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2.94% 에 불과해 5년 가까운 시간을 들이고 8000만원을 쓴다해도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로스쿨은 입학생 2000명 기준 75% 인 1500명 수준의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선정한다는 논리다.


로스쿨측은 로스쿨에 `부자`만 다닌다는 것은 지나친 왜곡이며 로스쿨 학생의 40% 가까이가 저리의 정부보조 학자금대출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로스쿨제도 정착을 위해 `사시 폐지` 는 예정대로 가야한다는 게 로스쿨측 입장이다. 로스쿨측은 안정적으로 로스쿨 제도가 성장하기 위해선 그동안 개원이후 드러난 문제점들은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켜봐달란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장학금제도를 전면 개선해 아이비리그 방식으로 성적장학금을 최소화하거나 없애고, 경제적 약자에게 생활비까지 충분히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득기준의 `가사장학금`을 대폭 늘리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비싼 학비`문제는 장학금 구조개선으로 풀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특별전형(경제적 약자 및 장애인 등) 입학생이 성적기준에 미치지 못해 장학금이 끊겨 자퇴로 이어지는 등 일부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충분히 학비를 내면서 다닐 수 있는 학생들도 성적장학금을 받는 경우를 시정하기 위해  서울대와 이화여대를 중심으로 소득기준의 장학금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법사위 의원들 '사시 존치' 우세…'로스쿨 보완' 견해도



 


2009년 3월 1일 전국에 25개 로스쿨이 개원했다. 로스쿨 개원직후 국회는 사법시험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시한인 2017년에는 사시가 폐지되고 2018년부터는 법조인 양성체계가 로스쿨로 전환된다. 하지만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 처리 결과에 따라 이같은 계획이 현실화될지가 결정된다.

 

사시 존치의 1차 열쇠를 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신중하다. 법조인 출신이 대거 포진한 법사위 소속 의원중에 확실하게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은 3명 뿐이었으며 명확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의원은 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파악했을땐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법사위 소속 의원이나, 의원을 대신한 의원실 관계자 16명에게 사시존치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의견을 낸 의원은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과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국회 부의장),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 등 3명이었다. 

찬성 의견의 가장 큰 논리는 신분 상승의 기회를 남겨놔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철래 의원은 "로스쿨의 가장 큰 문제는 고비용 구조"라며 "사회 경제적 취약계층이 법조인으로 신분이 상승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갑윤 의원도 "사시 폐지는 최소한의 신분상승 기회마저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규모를 줄여서라도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명확하게 반대의사를 밝힌 의원은 임내현 새정치연합 의원 뿐이었다. 임 의원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상황에서 사시제도를 유지할 경우 제도의 일관성을 해치게 된다"며 "각 로스쿨들이 장학제도를 확충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책을 통해 사회경제적 약자와 서민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의원들은 공식적인 입장은 '검토중'이거나 입장 표명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시 존치쪽으로 기울어진 의원들도 적잖았다.  김진태 의원의 경우 공식입장은 '검토중'이지만 의원실 내부에서는 사시 존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명공개를 거부한 A의원실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A의원실은 공식적으로는 입장 표명을 유보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로스쿨 중심의 법조인 양성체계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의원실 관계자는 "로스쿨 제도의 경우 몇개 학교 중심으로 법조인 양성이 진행되고 있는 등의 문제가 있어 아무래도 사법시험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검토 중인 의견이지만 사시 존치 반대쪽으로 기운 의원들도 있다. B 의원실은 의견 표명은 유보했지만 로스쿨 제도를 보완해야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B의원은 "로스쿨 제도의 폐해나 단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문제점은 개선하고 사회경제적 여건이 안좋은 분들이 법조인 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식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영교 의원은 유보 입장을 밝히면서도 학벌중심 사회와 법조인만 우대받는 분위기를 개선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서 의원은 "과거 고시낭인 문제 해결을 위해 로스쿨을 도입했다"며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전체의 학벌중심주의와 법조인이 우대받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인만큼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 전해철 의원 이춘석 의원,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시 존치', 법무장관·법원행정처장 의견 제각각


김현웅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 뉴스1


국회에서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이달초 법조계 주요 인사들의 관련 발언들이 잇달아 나와 관심을 모았다. 법무부 장관과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의 발언인데 사견을 전제한 것이지만 양측 의견은 엇갈렸다.  

 

◇ 김현웅 장관, "인원 줄더라도 `사시존치`"

지난 7일 국회에서 있었던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현웅 당시 후보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사시 존치`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김현웅 장관은 "저는 장관에 임명되면 개인적 입장보다 법무부 전체의 입장을 대변해야 해서 저의 소신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하지만, 굳이 물어보면 저는 사시 인원을 좀 줄이더라도 어느 정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관은 발언은 `사견`임을 단서로 달았지만 큰 파장을 일으켰다. “법무부의 의견은 다를 수 있겠다”며 발을 뺐지만 공무원사회 특성상, 장관이 의중을 드러냈는데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기대는 순진하다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

이날 김 장관의 발언은 예상밖이었다. 법무부는 그동안 사시 폐지에 대해선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따라서 법무부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른 의견을 후보자 신분에서 낸다는 것은 이례적 모습이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뉴스1

◇ 박병대 처장, " 투 트랙 곤란"..`사시 폐지`에 무게


반면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결산심사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길을 터주더라도 변호사시험과 사법시험의 두 길을 병렬적으로 두는 것은 곤란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역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사시 폐지쪽에 무게를 얹은 발언이다.

박 처장은 “배출 루트가 두개로 유지되는 것은 신중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며 ”완전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시존치에 대한 대법원 견해에 대해선 “아직 어떤 쪽으로 의견을 정리하지는 않았다"며 "2017년 사시폐지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으니 로스쿨 운영실태나 여러 견해를 취합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시 존치 여론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로스쿨로 전환될 때 국회에서도 상당히 논란이 많이 있었는데, 일단 국회 논의를 거쳐 내린 결론이어서 그 취지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로스쿨 운영의 미비점에 대해서는 언급했다. 그는 “경과를 보면 당초보다 로스쿨의 장학금도 기대에 못 미치고 법 실무교육이 미진한 문제점이 있다“며 "좀 더 점검해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행정처장은 대법관 중 법원의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번 달 들어서 불과 이틀사이에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의 사시 존치 관련 발언이 엇갈리면서 법조계는 들썩이고 있다. 법조3륜 중 중요한 양 축의 방향성은 향후 사시 존치 논의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법무부 수장과 법원행정처장의 인식차는 재야 법조계인 변호사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제48대 신임 회장이 지난 2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 하창우 회장, "사시 존치 공약"..의원 평가계획 발표로 논란


한편 재야라 불리는 변협을 비롯한 주류 변호사업계는 여전히 사시 존치에 찬성을 보인다. 하창우 변협 회장은 이미 사시 존치를 공약했고, 변호사 배출도 연 1000명이내로 약속했다. 직역단체이자 이익단체인 변협의 수장으로서 직역의 이익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구체적으론 사시를 존치시켜 200명을 뽑도록 하고, 로스쿨 입학생을 1500명 수준으로 줄이고 변호사시험에서 800명을 뽑자고 주장한다.

변협은 최근엔 전관예우를 막는데에도 열중하고 있다. 하 회장은 본인 임기 중에 퇴임하는 대법관 3명의 변호사 개업을 다 막을 것이라 선언한 상태다. 그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가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무부장관, 검찰총장까지도 개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장기적으로 법원장 검사장의 개업도 막아야 한다는 강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사시 존치' 여부에 목 맨 법조계, 이면의 '밥그릇' 싸움


사법시험 존치 논란은 '사회 계층 이동 통로'라는 명분을 두고 벌어지고 있지만, 이면엔 서로 이해를 달리하는 법조계의 '밥그릇 다툼'이 존재하고 있다.

◇ 3 : 1 의 세(勢) 싸움...복잡한 이면 구도


사법연수원 출신으로  경력 10년차 이상 정도의 '경력변호사', 그 미만 경력의 '청년 변호사'를 합쳐 1만 5000명의 변호사들이 사지존치 논란의 가장 큰 주축을 이룬다.
여기에 수천명의 사법시험 수험생들과 고시촌 주민들도 사시존치 쪽에 서 있다.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로스쿨출신 변호사들은 6000명 수준, 재학생들도 3개 학년 전국 25개 로스쿨에 6000명 정도다.

통상 `청년 변호사`라 하면 연수원이든 로스쿨이든 `초년병` 변호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일수 있지만 변호사 업계에서는 최근 까지도 `청년 변호사`라는 용어를 연수원 출신 경력 `5년 이하`이거나 `40세미만`에게만 사용했다. 로스쿨 출신의 20~30대 변호사들은 변협의 시각에서는 `청년 변호사`가 아니라 `로스쿨 변호사`로 분류됐다.  


물론 이해가 교차하는 인원도 적지 않다. 경력 변호사들 중에서도  로스쿨 제도에 찬성하며 사시를 폐지하는게 로스쿨 안정화에 기여한다고 보는 이들이 있다. 반면 로스쿨 출신 중에서도 사시 유지에 대해 우호적인 부류가 적지 않다.  사시생 출신 로스쿨 졸업생이나 재학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 `밥그릇`관점은 더 복잡


법조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관점을 좁히면 구도는 오히려 복잡해진다. 주로 대표변호사인 경력 변호사와 피고용 상태가 많은 청년 변호사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로스쿨 출신들도 입장에 따라 견해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등록변호사 수가 2009년 1만1016명 수준에서 2012년 부터는 로스쿨 변호사 배출이 시작돼 한해 2500명(연수원 1000명+ 변호사시험 1500명)이 늘면서 변호사 업계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는 2만명을 넘어섰다.

 

`청년 변호사`들은 2009년 로스쿨 개원 전후로 기존 `경력 변호사`들인 사무실 `대표`변화와 로펌 `파트너`변호사들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갈수록 낮아지는 초임 변호사 임금문제, 고용계산서 부재, 임신 및 휴가의 자유 등 기본권 문제 해결이 그들의 요구였다. 주니어 변호사들의 근로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생존권 확보 차원이었다.  


결국 이들은 최대 지방변호사회인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자리에 35세의 젊은 변호사를 당선시켜, 변호사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청년변호사`들은 로스쿨 변호사가 매년 1500명씩 배출되며 연수원 출신 1000명과 합쳐 매년 2500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경력변호사들도 2012년 부터 로스쿨 변호사를 고용하면서 `끝물 호황기`를 잠시 누리다 중소형 로펌을 스스로 만들어 업계에 도전하는 로스쿨 출신들에게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 지역변호사 1인당 월 수임 건수가 지난해 기준으로 2건 이하로 떨어진 점은 기존 변호사들의 위기감을 짐작케한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 밥그릇 쟁탈전과 생존권


일부 로스쿨 출신들은 `박리다매`전략으로 기존 보다 싼 가격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청년 변호사들은 고용단계에서 로스쿨 출신과 경쟁해야했고, 경력변호사 중 개업 변호사들은 이제 창업에서 로스쿨 출신들과 경쟁이 시작됐다.  사시 존치를 둘러 싼 일종의 `밥그릇` 싸움이 간단치 않은 이유다.


사시생들과 고시촌 주민들야말로 생계와 밀접하게 연관 돼 있다. 사시생들은 내년 1차가 끝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 수 많은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고시나 시험을 보거나 포기해야 한다. 고시촌 주민들은 사시 인원이 줄면서 이미 고시촌의 변화를 피부로 실감해왔다. 폐지가 눈앞에 온 지금, 사시 존치 토론회 방청석에 주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사시 존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로스쿨 재학생들도 최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는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시존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통해 "사시존치 주장은 퇴행적 사고"라며 "변협과 기득권 변호사들이 사시존치라는 미명하에 변호사 배출을 줄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로스쿨, 외국에선 어떻게?··· '한국식' 보완 필요


2005년 1월 12일, 노무현 정부 당시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는 로스쿨 도입 취지의 건의문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국민의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추기 위해, 그리고 국제적 사법체계에 대응할 수 있는 세계적인 경쟁력과 다양성을 지닌 법조인 양성을 위한다" 


YS·DJ정부에서 기존 법조계의 반대에 추진하지 못하던 로스쿨 도입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모의 헌법 재판중인 법학도들/ 사진= 뉴스1

 

◇미국 `시장논리`, 일본 `로스쿨 형해화`, 독일 `폐지`


미국은 미국변호사협회(ABA) 인가 로스쿨에서 3년간 법학교육을 받은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변호사가 될 수 있다. 다만 일부 주에서는 비인가 로스쿨에도 응시자격을 주는데 대신 `베이비 바`라는 시험을 통과해 검증하게 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은 이와 유사한 예비시험을 만들자는 의도다.


미국은 인가 로스쿨만 나오면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변호사 배출은 쉽게 하고 시장논리로 법률시장이 구성된다. 로스쿨이 대형 로펌 신입사원 공급처가 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결국 개방성과 경쟁원리로 로스쿨과 법조시장이 돌아가고 있다.

 

일본은 법체계가 우리나라 근대법 체계에 영향을 줬기 때문에 항상 우리 법조계는 일본의 사례를 중시한다. 일본은 로스쿨을 나오지 않은 자에게도 법조인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사법시험 예비시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응시자격 제한이 없고, 예비시험 합격자는 로스쿨을 수료하지 않아도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로스쿨을 다니지 않고 바로 예비시험에 응시하려는 이들이 늘 수 밖에 없다.

 

일본 사례와 같이 경제적 약자를 위해 예비시험을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 로스쿨 측은 그럴 경우 일본처럼 로스쿨체계가 붕괴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독일은 70년대 로스쿨식 제도를 시행하다가 10여년 만에 다시 학부체제로 돌아갔고, 법조인 양성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 8년에 이를 정도로 변호사가 되기 어렵게 해 놓은 나라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한국식 로스쿨..`발전` or `퇴보`


우리 법체계는 대륙계 독일식 법학이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고 보기 때문에 로스쿨도 독일이나 일본 사례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학문체계와는 달리 변호사 양성체계는 미국식 제도를 절충해 도입했으므로 이를 한국식 로스쿨로 발전 시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글로법 법률시장을 휩쓰는 쪽은 영미계 로펌이기 때문에, 그런 개방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다.

  

2017년 사시가 폐지돼 법조인 양성이 로스쿨로 일원화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고비용`이라는 비판과 함께 25개 학교의 교육수준이 다른 탓에 생기는 `질적 불균형`을 해결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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