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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22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보고한 문서/ 자료=농식품부 제공 |
농림축산식품부가 밥쌀용 쌀 수입을 추진하면서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식량정책포럼'을 운영했다고 국회에 보고했으나 오는 31일 추진되는 밥쌀 수입에 대해선 전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밥쌀 수입을 강행하기 위한 '눈속임용 보고'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식량정책포럼서 논의도 안했는데…" 밥쌀 수입 또 기습 발표
28일 관련 부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 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일부 여당 의원들에게 '밥쌀용 수입 관련 설명자료'를 보고했다. 이 자료에는 농식품부가 농민들과 밥쌀 수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15일 식량정책포럼 1차회의를 개최했다고 적혀있다. 그동안 밥쌀 수입관련 논의가 일방적으로 이뤄진 점에 대해 국회가 지적했고 이에 대해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15일 열린 1차 회의에선 밥쌀 수입, 즉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에 대해선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15일 회의에선 위원장을 뽑고 (포럼을)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가 운영방안에 대해서만 논의했다"며 "다음달 13일 TRQ 물량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는데 22일 언론보도를 통해 밥쌀 수입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농민들이) 'TRQ 물량협의회'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자 농식품부는 대신 '식량정책포럼'을 통해 밥쌀 수입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기로 서로 약속했다. 또 20일 이동필 장관과 면담을 했을 때 '관련 논의는 (앞으로) 식량정책포럼에서 이야기하면 될 것 같다'고 해 (그 말을) 믿고 있었는데 기습발표를 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농해수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깜깜이'로 진행되는 농식품부의 입찰 절차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22일 언론보도가 나가자 당일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일부 야당 의원실을 돌아다니며 급하게 농식품부 관계자가 보고를 했다"며 "매번 같은 지적을 받고도 국회 몰래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농식품부는 '식량정책포럼' 1차 회의가 열린 직후인 16일 밥쌀 입찰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발표 직전 날인 22일 저녁이 돼서야 야당 의원들에게 보고가 된 것이다.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 등은 이날 저녁 농해수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정책워크샵이 열리고 있는 전북 진안으로 부랴부랴 내려가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신정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워크샵 현지에서도 의견을 모아서 항의했는데 (농식품부가) 막무가내로 추진했다"며 "513%라는 관세협상을 위한 차원이라고 할지라도 투명하게 앞으로의 과정 및 일정, 실제적인 수요와 불가피한 수요, 시장에 미치는 영향, 대책 등이 공개돼야 하는데 여전히 장막 속에서만 일하는 느낌이 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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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인홍 차관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
◇ "의견수렴하겠다"던 농식품부, '깜깜이식' 입찰만 반복
농해수위 전문위원 등도 정부의 발표 당일에서야 밥쌀 입찰 계획에 대해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농해수위 관계자는 "워낙 제대로 보고를 안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라 이제는 다들 그러려니한다"고 전했다.
일부 농해수위 의원들이 지난달 16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에서 농식품부의 이같은 업무진행을 강하게 비판했으나 또다시 반복된 셈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5월에도 밥쌀 수입을 단독으로 추진한 바 있다.
야당 간사인 박민수 의원은 이날 "장·차관이 수차례에 걸쳐서 상임위원회에서 최대한 쌀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밥쌀용 쌀 수입은 억제하겠다라고 공언을 몇 차례 한 상황에서, 농민단체나 국회와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2만톤을 덜컥 수입하겠다고 얘기하는 농림부장관을 어느 누가 믿고 농정을 신뢰하겠나"라고 질타했다.
지난해 4월 결정된 쌀 관세화, '513%'라는 관세율, 밥쌀 수입 등을 추진하면서 단 한 번도 농해수위 위원들에게 미리 보고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비판이다.
김우남 위원장도 "MMA(쌀 최소시장접근)물량과 도입시기 이런 것들이 국내 쌀값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거기에 대한 과학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것은 장관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둘만 가지고 해서는 안 되는 구도라고 생각한다. 관세율을 법제화하면 되는데 장관의 의지에 관세율 결정을 의존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도 "(농식품부가) 5월 20일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고 했는데 입찰공고는 최소한 5월 1일에 나갔다. 자문내용과 상관없이 쌀 수입이 이미 결정돼있었다는 것"이라며 "농식품부가 의회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 문제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최소한 검증이나 최소한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다"고 했다.
이동필 장관은 이같은 비판에 "농식품부는 밥쌀용 쌀 수입으로 인해서 국내 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쌀 TRQ 운영 및 식량정책 현안 등에 대해 위원님들과 생산자단체 및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나름대로는 농민단체나 여러 이해 관계자들을 만나서 설명도 드리고 했습니다마는 앞으로 위원님이 지적하신 대로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특히 식량정책포럼 이런 것을 통해서 (공감대를 만들어나가겠다)",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식량정책포럼이라든지 이런 것을 통해서 의견을 듣겠다"고 하는 등 포럼을 통해 논의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반복된 기습발표에 전농은 24일 정부 세종청사 농식품부 건물 앞에서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는 31일에는 서울역 광장에 모여 밥쌀용 쌀 수입을 규탄 농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회 농해수위에선 빨라야 8월 중 논의가 가능하다. 신정훈 의원은 "일정상 당장 상임위 회의를 소집할 상황이 안 돼 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힘들다"며 "연말까지 입찰이 진행되기 때문에 관세화 개방 이후 밥쌀 수입 의무가 없는 점, 쌀 수입절차 투명화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비판에 농식품부는 "식량정책포럼 1차 회의에서도 가트(GATT) 규정 상 밥쌀을 수입할 수 밖에 없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설명을 했다"며 "정부 입장에 반대하는 통상법 학자도 있다고 해서 2차 회의 때는 찬성, 반대 양쪽 법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또 "식량정책포럼은 TRQ 물량을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다. 수입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보겠다는 취지로 포럼에서 언제 얼마나 수입할지 공개한다고는 안했다"라며 "쌀은 국영무역 방식으로 구입하는 것이고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다. 수입쌀을 들여와도 국내 쌀가격 동향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513% 관세율이 포함된 양허표 수정안 전체에 대해 검증을 하는 절차"라며 "협상 과정에서 쌀 관련 (불리한) 규정이 포함되지 않도록 밥쌀을 일정 정도 수입할 수 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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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이 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밥쌀용 쌀 수입 규탄대회를 마친 뒤 모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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