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놓는다며 지역구 못줄인다?…정치권에 국민 분노

[the300-런치리포트]['판도라 상자' 의원정수]야 "의원수 늘리자", 여 "지역구 놔두고 비례 줄이자"

해당 기사는 2015-07-28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석패율제와 지역구 조정문제 등을 담은 '5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5.7.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야권을 중심으로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 확대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여론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 세비를 줄이더라도 의원 수를 늘려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논리이지만, 의원들의 최대 기득권인 지역구는 절대 손댈 수 없다는 걸 전제로 벌어지고 있는 논의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2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전날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제 5차 혁신안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면서 국회의원 증원 필요성을 제기한 뒤 의원 정수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당론 채택을 요구하면서 "현행 지역구 의원수를 유지하면서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지역구 대 비례) 2대 1' 의석 비율을 적용하면 지역구 246명, 비례대표는 123명이 돼야 하므로 국회의원 정수는 369석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혁신위가 증원 필요성을 제기하자 야권을 중심으로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전날 "핵심은 (지역주의로 지역별로 표의 등가성이 다르고 사표가 많은) '0.5 참정권시대'에서 '1.0 참정권시대'로 가자는 것"이라고 했고, 일찌감치 증원 주장을 해온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더 많은 분들이 소신대로 커밍아웃에 나서길 바란다"며 의원 정수 확대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이같은 야권의 주장에 대해 민심은 들끓고 있다. 관련 기사에 달린 인터넷 댓글 등은 비판 일색이다. "국회의원 늘리자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국민들은 쓸모없는 국X의원을 대폭 줄이자고 난리인데" "야당에 한표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등 증원 논란을 제기한 새정치연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을 공격하고 나섰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는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초정회도 성명을 내고 의원 수 증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심상찮은 여론을 의식한 듯 새정치연합도 한발 빼는 모양새다. 전날 최고위에서 이 원내대표의 의원정수 확대 발언은 '개인적 견해'라고 선을 그었고, 문재인 대표도 이날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반드시 의원 정수 확대하고 꼭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이 여론의 '맹폭'을 받고 있는 것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도외시한채 일방적으로 '논리'만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원 논쟁이 '지역구 고수'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정수 논란에 불을 당긴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우에도 선관위는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이 경우 지역구 의원은 246명에서 200명으로 46명 줄어들고, 비례대표 의원은 56명에서 100명으로 34명이 늘어난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선관위가 제시하지도 않은 '지역구 의원 246명'을 전제로 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거론했다. 지역구는 줄이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접근하다 보니 국회의원 정수 증대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의원 정수 증대에 반대하고 있는 새누리당도 '지역구 지키기' 원칙은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선거구 조정 과정에서 늘어나는 지역구 만큼 비례대표수를 줄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지역구별 인구 편차 '2대 1'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면서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 적게는 한자릿수, 많게는 20개 안팎의 지역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늘어난 지역구 수 만큼 비례대표를 줄여서 정수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기능 활성화를 위해선 비례대표 의석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지역 뿐 아니라 청년 등 세대별, 각종 직능별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고 국회가 지역구에 매몰되지 않고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선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혼합하고 있는 6개국(뉴질랜드(41.6%), 헝가리(46.7%), 독일(50%), 멕시코(40%), 일본(37.5%), 한국(18%)) 중 우리나라가 비례대표 비율이 가장 낮다. 
 
이런 현실에도 정치권이 지역구를 고정변수로 의원 정수를 논의하는 것은 국민들보다는 '자기 밥그릇'을 우선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의원 정수를 늘리지는 쪽에서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비를 삭감해서 전체 예산을 맞추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의원 수가 늘어난 이상 비용도 슬그머니 함께 올라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1991년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지방의회 의원의 경우 2006년부터 연 3500만~6500만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과 달리 겸직이 가능한 이들 시·도의원에게 유급 보좌관을 허용하는 법안이 소관 상임위를 통과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의당 처럼 기존 선거제도로부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소수 정당들의 의원정수 확대와 제도개편 요구를 하는 것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국민들의 공감대나 정치 혁신없이 증원 주장이 제기돼선 실현되기도 어렵고 되더라도 '정치과잉'만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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