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표 잃는" 노동개혁 '올인' 이유는

[the300]朴대통령 '공조' 재확인…작은 손해 괘념않는 '큰 정치인' 포석

이하늘 기자 | 입력 : 2015.07.23 16:1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하며 무기한 천막농성 중인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뉴스1

"내년 4월 총선에서 과반이 훨씬 넘는 성적표가 나와야한다"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에 나서겠다."

상반돼 보이는 얘기지만 두가지 모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이다. 그간 총선승리를 제1명제로 삼고 수차례 강조해왔던 김 대표지만 최근 노동개혁을 강조하면서는 "총선에서 표를 잃어도 이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년 4월 총선결과는 정치인 김무성의 차기 대권 행보와 직결된다. 당을 승리로 이끌면 명실상부한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의 입지를 탄탄히 할 수 있는 반면 패배하면 책임의 상당부분이 그에게 돌아간다. 정치적 입지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표를 잃을 수도 있는" 노동개혁을 강조하는 것은 나름의 포석이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30% 이상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갖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국회 및 당내에서의 입지는 탄탄하지만 상대적으로 역대 대통령들에 버금가는 대중적 지지와 팬덤을 갖고 있지 못하다.

박 대통령이 누차 강조한 '노동개혁' 실현에 앞장서면 자연스럽게 박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위해 협력하는 정치인으로서 대중에 각인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여당 지도부 면담에서 "노동개혁 등을 잘 실천해 경제도 살리고, '경제재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표를 잃을 수 있다"는 엄살과 달리 여론 역시 김 대표의 편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중장년-청년 △남성-여성 △고학력-저학력 등 '5개 분야 노동시장 양극화'문제를 지적하며 노동개혁을 그 솔루션으로 제시했다.

각 계층 별 약자들을 위한 개혁을 앞세움으로서 약자 계층의 지지를 꾀할 수 있다. 노동계와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김 대표가 주창한 노동개혁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당초 김 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의 지지층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기존 대기업 정규직만을 위한 노동조합,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실업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노동개혁 작업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다면 김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크게 상승한다.

실제로 김 대표는 최근 열흘 사이 두차례나 한국노총 농성장을 찾아 노동계에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설득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 미래를 위한 합의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대한 정치권 논쟁이 활발하던 올 상반기에도 100만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저항에 부딪혔지만, 오히려 여론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호의적이었다는 학습효과도 있다. 당시에도 김 대표는 "표를 잃더라도 국가재정의 미래를 위해 공무원연금개혁은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해당 논의가 한참이던 4.29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압승했다.

노동계 등 일부의 반대와 이로 인한 정치적 손해가 예상되는데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희생'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도 부가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감정을 타파하겠다며 야당 불모지인 영남 지역 선거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시며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 대통령 역시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키는데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 그 결과 '원칙과 신뢰를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물론 노동개혁이 사회갈등만 불러일으키고 결실 맺지 못할 경우에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김 대표가 노동개혁에 '올인'하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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