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유승민 지지율, '9% vs 4%'…조사마다 다른 이유

[the300]조사방법·조사시기·조사문항 따라 차이

박경담 기자 | 입력 : 2015.07.21 17:01
리얼미터가 7월 셋째 주 실시한 여야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지난 8일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언론과 정치권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부분은 유 의원에 대한 대선주자 지지율이었다. '유승민 사퇴' 파동 전만 해도 8~10명의 후보군 중 8-10위권을 유지했던 유 의원은 원내대표직 사퇴 이후 지지율이 껑충 올랐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유 의원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각각의 여론조사를 좀 더 들여다보면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리얼미터, 10일 발표), 여야 대선주자 지지율 9.0%(리얼미터, 15일 발표), 여야 대선주자 지지율 4.0%(한국갤럽, 17일 발표) 등 결과가 조금씩 다르게 나왔다. 조사기관·조사 시기·조사 내용 차이에 따른 것이다. 

먼저 여론조사업계에선 유 의원이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조사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여권 인사만을 놓고 조사하면 야당 성향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가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해 새누리당에서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유 의원을 선택할 경우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야 대선주자 후보를 모두 포함한 지지율 조사에선 차이를 볼 수 있다. 7월 셋째 주에 실시한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조사를 비교해보면 크게 조사 일시, 조사 문항, 조사 방법 등 3가지 차이가 서로 다른 결과를 낳았다.
한국갤럽이 7월 셋째 주 실시한 여야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조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영역은 조사 방법이다. 리얼미터는 휴대전화와 유선전화를 절반씩 가동하고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을 사용하는 반면, 한국갤럽은 휴대전화로 100% 연락해 전화면접원이 직접 물어보는 방식을 활용했다. 

휴대전화 응답자는 무선전화 응답자보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론조사업계 정설이지만 이번 조사에선 다르게 조사됐다. 정설대로라면 휴대전화만 사용한 한국갤럽조사에서 개혁적 목소리를 낸 유 의원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어야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업계에선 유 의원이 보수의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 지지는 얻었지만 진보 계층까진 사로잡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휴대전화 응답자가 100%인 한국갤럽 조사에서 유 의원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유승민을 지지하느니 야당 대선주자를 지지하겠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 ARS 방식은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의 답변을 얻어내는 데 전화면접보다 용이하다.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꺼려하는 무당층은 면접조사원이 질문할 경우 답변을 회피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리얼미터 조사에는 보수색이 옅은 유 의원에 대한 무당층의 지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리얼미터 조사에서 유 의원은 무당층(16.9%)과 중도층(13.2%)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두 번째로 조사 일시를 보면 유 의원 지지율이 9.0%를 기록한 리얼미터 조사는 13~14일, 4.0%로 집계된 한국갤럽 조사는 14~16일 진행됐다. 사퇴 후 '정치적 휴면기'를 보내고 있는 유 의원의 지지율이 서서히 빠질 것이라고 애초 예상된 만큼, 조사 시점이 늦은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가 리얼미터보다 더 낮게 나왔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조사 문항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리얼미터(8명)와 한국갤럽(9명)이 선정한 대선주자 후보군을 보면 한국갤럽 조사에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가 추가로 포함돼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보수 진영 인사가 1명 더 들어가 있어 유 의원에 대한 지지가 분산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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