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수' 아닌 '개혁보수'…메르켈·캐머런이 롤모델

[the300][런치리포트-기로에 선 보수 여당⑦]메르켈, 좌파와 연정-캐머런, '유능한 정당' 자리매김

김성휘 기자 | 입력 : 2015.07.1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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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독일 등 유럽정치에선 이른바 신보수가 보수정당을 이끌며 집권까지 성공하고 있다. 한국에선 그동안 새로운 보수 노선의 정치세력화조차 쉽지 않았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개혁보수' 천명은 일단 미완에 그쳤어도 그런 점에서 의의가 적지않다.

서구에서 태동한 '신보수'란 용어는 전혀 다른 대상을 규정할 수 있어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직역하면 '뉴라이트'이지만 이는 미국 레이건 정부, 영국 대처 정부의 정책기조를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의 뉴라이트 역시 이들처럼 정부 최소화와 시장주의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와 통한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이 상징하는 노선은 양극화 심각성을 인정하고 복지를 확충하는 등 정부 역할을 주목한다. 정부의 시장개입이나 증세에 반대하고 복지에 소극적이던 전통적 보수의 경제정책과는 뚜렷이 구분된다. 개혁적 보수이자 따뜻한 보수다.

이런 관점에선 독일에서 3연속 집권하며 유럽 내 독일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사하다.

메르켈은 2005년 총리로 좌우 대연정을 이끌었다. 2009년 총선에서도 기독민주-기독사회-자유민주당의 연정을 성공시켰고 2013년에도 좌우 연정을 일궜다. 다당제 기반 내각제 등 독일 정치지형 탓에 연정이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전임 슈뢰더 정부의 신중도 노선을 배척하지 않고 수용했다. 기민당의 기존 보수색에 갇히지 않은 것이다. 메르켈 정부의 최저임금 법제화는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기도 하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사민당 좌파정부를 이끌면서도 노동시장 유연화 등 경제개혁을 추진했다. 이 같은 신중도는 왼쪽에서 오른쪽을 바라보며 중도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발을 딛는 신보수와 방향은 다르지만 본질은 유사하다.

동독 출신 여성, 이혼 경력 등 메르켈의 프로필은 기민당 내 정통보수진영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비주류란 특징은 메르켈식 신보수 노선의 한 배경이 됐다. 당내에선 핸디캡이었을지 몰라도 총리가 된 뒤에는 정치 스펙트럼 상 반대편의 정당과 연정을 성사시킬 수 있는 기반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도 노동당을 압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보수당은 1979~1992년 연속 집권했지만 이에 절치부심한 노동당의 신노동당 선언, '제3의 길' 노선에 밀리면서 1997년 정권을 내줬다.

보수당은 20012005년 총선엔 연거푸 패했지만 마침내 2010년 정권을 탈환했다.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은 양극화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대처리즘' 시절과 다른 정책을 추구했다. 올해 치른 총선에선 단독 과반의석을 확보, 연정이 필요없을 정도의 대중적 인기를 확인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캐머런 영국 총리는 대처 류의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메르켈 독일 총리도 기민당이지만 전통적 보수노선에서 탈피해 장기집권에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이들과 선거제도와 정치지형이 다르긴 하다. 제3당이 크게 위축된 사실상의 양당제엔 보수정당의 개혁보수가 세력을 키우거나 정당으로 독립하기란 극히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수정당 내 소장개혁파의 존재가 갑작스런 현상은 아니지만 세력화엔 번번이 실패했다. 각각 학생운동권 출신 손학규 전 경기지사,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당 내 머물지 않고 반대진영으로 당을 옮긴 게 대표적 사례다.

새누리당(한나라당)은 결과적으로 이들 '개혁보수' 정치인을 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당내 다양한 의견의 존재를 인정하는 활력이나 유연성은 약해졌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등장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우리나라도 신보수 노선에 대한 유권자 니즈(수요)가 분명히 있다"며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여기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라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박근혜 대통령 퇴임 이후라면 (신보수가 세력화해) 독일에서처럼 연정 형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볼 문제"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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