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정·미래연대·민본21…주류가 되지 못한 개혁보수

[the300][런치리포트-기로에 선 보수 여당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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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중도개혁 성향의 새누리당 의원모임인 미래연대·수요모임·민본21 출신의 전·현직 의원들이 회동을 갖고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특강을 듣고 있다. /뉴스1

"나는 실패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4년 자신의 자서전 '무엇이 미친 정치를 지배하는가'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2000년 36세 나이로 한나라당에 '젊은피'로 영입돼 3선 의원을 지냈지만 그가 깨달은 건 "'개혁'은 주도권을 쥔 사람 손에 달렸다"는 현실론이었다.


이른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과 정두언 등 당시 소장 개혁파는 한나라당에 가감없이 쓴소리를 냈다. 하지만 당의 보수적 체질을 바꾸고 궁극적으로 소장 개혁파를 '세력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보수 정당에는 개혁적인 성향의 모임이 계속 있어왔다. 이들은 주로 '미래연대'(16대)나 '새정치수요모임'(17대), '민본21'(18대) 등 공부모임으로 당내에 자리했다. 민본21의 경우 광우병 파동 촛불시위 정국에서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주류와는 확실히 달랐다.


민본21에 참여한 의원 가운데 현직 의원으로는  김성식·김성태·김영우·신성범·황영철 의원 등이 있다. 권영진 전 의원은 대구시장에 당선됐고, 현기환 전 의원은 최근 정무수석으로 발탁됐다.


보수당 내 개혁파들은 실체는 있지만 세력을 갖춰본 적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TK(대구·경북)처럼 후보로 나서면 당선이 확정되는 지역 의원들은 '공천'을 받는 데 사활을 거는 반면,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출마자들은 '본선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민심을 예의주시하고 개혁을 이야기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비주류로 갈 수 밖에 없는 숙명이었다.


개혁파들은 당내 현안이 셍길 때마다 논쟁적인 토론을 통해 입장을 발표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본선 경쟁력을 갖춘 개혁파 의원들의 목소리는 주목도가 높았고 이들의 입지는 강화됐다.


주류 보수에서도 이런 개혁의 목소리는 적절히 '이용'됐다. 보수당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영입된 '젊은피'들은 자칫 퇴색될 수 있는 보수의 색깔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원 지사는 저서에 "보수당도 개혁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국민에게 어필해야 하는 상황에서만 우리의 존재가 부각됐다"고 썼다.


개혁파들이 세력화되지 못한 데에는 개인적·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 한 개혁파 의원실 관계자는 "개혁파 구성원 하나하나가 강한 목소리를 내다보니 서로 '대장질'을 하려는 성향이 드러났고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잠잠해던 원조 쇄신파들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체제에서 부활하는 듯 보였다. 


유 전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 나흘 후 '원조 쇄신파'들은 대규모 회동을 갖고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는 정병국·정두언·박민식·이이재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태근·진수희 전 의원 등 원내외 인사 3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유 전 대표가 국회법 개정안 사태로 석달 만에 사퇴하면서 개혁파의 원동력도 잦아들었다. 유 대표의 사퇴 당시 친박 의원들에 맞서 뚜렷한 입장을 낸 의원은 이재오·정두언 의원에 그쳤다.


현재 개혁파의 계보를 잇는 모임은 '아침소리' 정도다. 하지만 '남·원·정'처럼 '스타성'이 있는 의원이 없다보니 가끔 성명서 하나 내는 수준에 그칠정도로 영향력은 미미하다.


한편 개혁파가 계파가 될 수 없는 데는 '공천 시스템'이라는 구조적인 한계도 맞물려 있다. 한국 정치풍토에서는 가치 중심 집단보다는 '친박연대'처럼 철저한 인물 중심 세력이 영향력을 입증해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소장·개혁 그룹에게 공천을 주는 게 쉽겠느냐"며 "적어도 정치인으로 살아는 남아야 정책을 만들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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