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거부권 행사, 박대통령 손익계산서

[the300]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한 정치권 움직임이 부산하다. 법 취지를 벗어난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요구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이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은 3권 분립을 흔든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정요구권의 강제성 해석에 있어 다소 견해가 갈라지지만 여야는 거부권 행사를 막자는데는 공감대가 있어 보인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중재안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거부권 행사시 여야 관계는 물론, 당청 관계까지 소용돌이 치면서 당분간 정국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작지 않다. 특히 박 대통령을 "좀 안다"하는 그룹일수록 거부권까지 갈 가능성을 높게 보는 편이다. 한번 맘을 정하면 끝까지 밀어부치는 박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을 감안한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여야의 절충 움직임에 대해 10일 "기존 입장과 변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걱정은 아무리 손익을 따져 봐도 거부권 행사가 '밑지는 장사'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 국회법 개정안만으로도 국회의 수정요구에 강제성이 없다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거부권 행사 없이 권항쟁의심판 청구를 통해 위헌 논란을 해소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권한쟁의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원내 다수인 여당이 상임위 차원에서 수정요구권 행사를 제어할 수 있다. 

국회법 개정안 자체보다는 유승민 원내대표 등 현 여당 원내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문제라고 해도 거부권 행사가 답으로 보이진 않는다.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원내지도부가 사퇴 수순을 밟게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후임 원내대표를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사로 다시 앉힐수 있을까. 이미 당 내에 친박(친 박근혜)계는 소수이고, 거부권 행사로 인한 원내지도부 교체는 일방적 당청 관계에 대한 반발 심리를 더 키울 수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대통령을 버릴 수 없어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게 되면 의원들로선 미안한 마음이 없을 수 없다"면서 "당은 더 제어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부권 행사 후 원내지도부가 계속 버티더라도 당청간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여야 관계가 문제다. 거부권 행사는 청와대와 야당의 정면 충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협상이 막힐 때마다 여당이 청와대만 보고 있다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곤 했다. 예산부터 주요 정책들에 대한 입안까지 국회 협조가 절실한 청와대로선 최악의 국정 운영 환경에 처하게 될 수 있다.

거부권 행사는 당청 관계의 바로미터다. 거부권은 임기 전반 '여소야대'였고 여당이 분당까지 갔던 노무현 정부 때 6회, 지난 이명박 정부 때는 임기 막바지에 1회 행사됐다. 아직 임기 반환점을 돌지 않은 시점에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한다면 당청 관계에는 치명타가 될 수 밖에 없다. 국정 운영도 상당기간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냉정한 손익계산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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