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vs행정 대격돌…당청 냉각, 野 "시행령 전면검토"

[the300](종합)청·여·야, 권력지형 변화 인식해야

 
이병기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을 찾아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인사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3.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 연계, 정부 시행령 수정요구권 논란 등 핵심 현안들을 놓고 청와대와 여당이 잇따라 마찰을 빚으면서 당청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야당은 법 취지를 위반한 시행령 사례들을 전면 검토하겠다며 공세에 나섰다.
 
입법부 대 행정부의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한편, 여권 내부에서도 엇갈린 목소리들이 나오면서 정치권이 공무원연금개혁 후폭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청, 길목마다 충돌…이종걸 "입법권 무시 시행령 널려" = 3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새벽 최대 국정 현안이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이후 당청간 마찰은 오히려 절정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청와대가 여야 합의하에 처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까지 검토하고 나섰고, 이 여파로 잡혀있던 당정청 회의 마저 미뤄졌다. 당청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1차 시도가 이뤄졌던 이달 초에도 충돌했다. '국민연금 논의 연계'와 관련해 청와대가 거듭 우려를 표시하면서 개혁안은 새누리당 내 추인이 되지 못했다. 당청은 이후 공무원연금법 처리를 위해 회합에 나서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이번에 재차 충돌하면서 휴유증이 클  전망이다.
 
야당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당 소속 광역단체장 정책간담회에서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는 시행령들이 각 분야에 널려 있다"며 "요새 공무원들은 헌법공부도 안 하는 것 같다. 대통령 닮아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모법과 상충하는 시행령 수정을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통화에서 "상임위별로 모법에 위배되는 시행령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문제 소지가 있는 시행령이 파악되는 대로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9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5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과 관련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2015.5.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와대만 따를 수 없다" 비박계 지도부 = 당청간에 긴장감이 형성될 수 밖에 없는 기본적인 배경은 국회 선진화법 때문이다. 지난 2012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 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은 국회는 물론 입법과 행정을 아우르는 권력 지도를 일거에 바꿔놨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극도로 제한되면서 국회가 여야 합의없이는 어떤 안건도 처리할 수 없게 됐다.
 
여당 내 비박계 지도부의 출현도 영향을 미쳤다. 이전까지는 원내협상을 책임지는 원내대표를 이한구, 최경환, 이완구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이 맡아 청와대 입장을 고수하는 쪽의 협상을 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마찰이 커지고 국회 공전, 야당의 원외 시위 등 파행을 겪기도 했지만 당청간 갈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출범한 유승민 원내대표와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체제는 원내 협상에서 당에서 재량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대표 역시 비박계로 사안에 따라 유연한 접근을 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로 임기 중반을 향하고 내년 총선도 앞두고 있어 여당 입장에서 마냥 청와대 기조만 따르기도 어렵다.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2015.5.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와대-여야, 합의 정치 환경서 역할 찾아야= 당청 관계가 얼어붙고 입법부와 행정부간의 대치가 심화될 경우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청와대와 국회가 사사건건 충돌해선 국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청 관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여부가 파국으로 가느냐 기로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우선 당청간 오해를 불식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조해진 원내수석은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문제가 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의 시행령 개정 남용 여지나, 무분별한 정부 입법권 침해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국회선진화법 자체를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당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20대 국회부터 선진화법 개정을 해 나가야 한다"면서 "다음 정권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담 없이 차기 국회부터 적용될 수 있는 선진화법 개정에 대해 야당과 협의를 시작하는 쪽으로 지도부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 반대로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어려운 만큼 정치권이 달라진 환경에 맞는 현실인식과 역할 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원칙론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보다 유연한 자세로 여야와 소통하고, 여당지도부도 청와대와의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야당 역시 '벼랑끝 전술'만을 지속하다간 힘들게 조성된 여야 합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힘들 수 있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당도 국민과 정부 입장과 고려해서 최선을 다하지만 상대가 있다"면서 "국회선진화법 이후 정치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것을 청와대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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