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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 7승'. 시장·도지사·국회의원 선거에 7번 나와 모두 승리한 이시종 충북 도지사는 '선거의 달인'으로 불린다.

그는 "진실이 가장 큰 무기다. 처세술로 살아오지 않았고 일로써 업적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한다.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시종 지사는 대표적인 지방분권론자다.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 자체가 일반 조합이나 협회 등에 지나지 않는 표현이라서 지방정부로 써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20대 후반 ~ 30대 초반에는 '지방자치 입법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을 써 지방자치입법의 논리와 절차를 적립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성완종리스트' 같은 사건도 모든 권력이 중앙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분석한다. 권력이 분산되고 각자의 책임의식이 강해지면 유력인사를 상대로 한 로비도 설 자리가 없어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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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충북도지사 인터뷰 / 사진 = 이기범기자

[참외장수 소년, 부농을 꿈꾸다]

이 지사는 충북 충주시 주덕읍의 한 시골마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청주고등학교에 입학한지 몇 달 안 돼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어려움이 시작됐다. 가세가 기울자 휴학을 한 뒤 집안 농사일을 도와야 했고 광산 막노동 등을 하며 돈을 벌었다. 고 3때 복학을 한 뒤에도 주말이면 지게꾼 노릇을 하고 참외장수를 했다. 

이 지사는 농사일을 할 때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본떠 '부농발전5개년계획'을 세워 대농의 꿈을 그렸다. 우선 최소한의 종자
돈을 빌려 소 한 마리와 마차를 구입해 나무장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여기서 번 돈으로 소를 더 사 방목을 하고 공유지를 임대해 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이었다. 한동안 계획을 열심히 추진했지만 1966년 5월 어느 날 서울대에 들어간 고등학교 동창생의 편지 한통을 받고 진로를 바꾸게 됐다. 편지 내용은 "공부를 한 뒤 대학에 진학하라"는 것이었다.

대농의 꿈을 접고 무작정 상경, 재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 지사는 7~8개월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 정치학과에 들어갔다. 4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을 재수했으니 고등학교를 5년 다닌 셈. 대학졸업 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공무원이 된 이 지사는 여러 지역, 여러 부서를 경험했다. 충북·강원·충남·부산에서 근무했고 내무부·청와대·국무총리실 등을 거치며 내무행정과 지방행정, 경제행정을 골고루 경험했다. 임명제 충주시장을 지내기도 했는데 이 지사는 다양한 공직경험이 1995년 7월 본격적인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개막될 때 민선 충주시장으로 이끌고 간 원동력이 됐다고 회고한다.

[중부내륙고속도로 탄생 비화]

민선 1기 충주시장에 도전장을 낸 이 지사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조기착공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중부내륙고속도로는 1987년 12월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가 공약사업으로 처음 제시했다. 당시 공약내용은 '여주-충주-구미' 간 166km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1989년 착공해 1992년 완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후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지사는 1995년 민선1기 충주시장에 당선되자마자 중앙부처부터 찾았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당시 정부예산을 주무르던 재정경제원. 홍재형 당시 장관에게 중부내륙고속도로 얘기를 꺼냈지만 홍 장관은 사업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건설교통부가 수년간 재정경제원에 예산요구를 하지 않았던 터라 재경원은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불씨가 꺼져버린 중부내륙고속도로사업을 살리기 위해 이 지사의 서울나들이는 계속됐다. 건교부, 청와대, 재경원, 도로공사 등을 문이 닳도록 찾았고 주변지역 국회의원과 당시 여당인 민자당을 찾아 설득했다. 결국 민자당 대표였던 김윤환 의원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김 의원은 이 지사의 설득에 "당은 내가 맡을 테니 정부 측은 이 시장이 맡아봐라"며 힘을 실어줬다. 결국 1995년 9월 12일 개최된 1996년도 정부예산안 마지막 당정회의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사업비 450억원이 정부예산안에 극적으로 반영됐다. 이 지사는 "사업비가 반영됐다는 소식을 듣고 시 공무원들과 늦게까지 소주를 마신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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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충북도지사 인터뷰 / 사진 = 이기범 기자

[현대판 문익점, 사과나무 묘목을 밀수(?)하다]

충주시에 가면 사과나무 가로수길이 있다. 가을이면 도로변에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언론에 소개되곤 하는데 이 역시 이 지사가 충주시장 재임 때 이뤄낸 사업이다. 충주는 2000ha 가량의 사과 재배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명성은 크지 않았다. 품질이 떨어지고 홍보가 부족해 대구사과나 경북능금, 예산사과 등에 밀려 전국적 인지도를 갖지 못했던 것.

이 지사는 '충주사과의 명품화'를 계획하고 첫 번째 사업으로 사과나무 가로수길 조성을 착안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사과나무를 가로수로 만든 예가 없고 나무를 일자로 길게 심을 경우 꽃수정이 잘 안되며 자동차 매연 등으로 생육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아오모리시의 성공사례 등을 참고해 문제점을 해결, 1997년 4월 사과나무가 가로수가 식재돼 전국 최초의 사과나무 가로수길이 탄생했다. 2003년과 2006년에 나무를 추가 식재해 지금은 충주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사과나무 가로수길에 이어 충주사과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 당시 충주사과는 대부분 키가 큰 재래종인데다 고목이 많아 경쟁력이 떨어졌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밀식재배가 가능하고 생산량이 높은 이탈리아산 대목(나무줄기)이 필요하다고 판단, 담당 공무원들을 이탈리아 현지로 보냈다. 선진국 기술을 배워오라는 명목이었지만 대형 여행용 가방에 묘목을 몰래 감춰오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밀수나 다름없는 일이었지만 공무원들은 이탈리아산 대목을 상당량 들여왔고 이 대목들을 번식시켜 사과농가에 보급하는 계기가 됐다.

[키워드① → 균형발전]

이 지사는 국가의 선진화는 균형발전에서 시작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수도권은 덩치 큰 육식동물이며 지방은 작은 초식동물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수도권 과밀화는 필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이 지사는 말한다.

그는 지사 취임 이후 줄곧 강원·호남과 함께 국토의 X축 철도망을 구축, 대륙의 꿈을 이뤄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X축 철도망의 한 축인 서울~부산 간 철도망은 이미 완성됐고, 또 다른 한축인 호남~오송~강원을 잇는 철도망은 반 정도 완성이 된 만큼, 북한과 시베리아 대륙으로 이어지는 큰 꿈을 구상하고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키워드② → 다산 정약용]

이 지사는 '평범 속에 진실을 추구하는 목민관'으로 자신을 규정한다. 충청북도에 대한 애정 또한 목민관으로 갖춰야 할 자세와 철학을 일깨워 준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지사는 "정약용 선생은 그의 저서 '원정(原政)에서 '정치란 바르게 함이자, 우리 백성들이 고르게 살도록 해주는 일이다. 소유제도를 고르게 하여 부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고 토지를 많이 갖는 것을 고쳐주는 일이 정치다'라고 정치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200여년 전에 이미 백성을 섬기며 봉사하는 청렴하고 깨끗한 공직자로서의 길을 제시한 정약용 선생의 통찰력은 목민관으로서의 자세와 백성을 위하는 정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고 이 지사는 말한다.

[그의 법안->이시종법·유통산업발전법]

17·18대 국회의에서 의원 활동을 한 이 지사는 법안 역시 서민경제와 지방발전에 초점이 맞췄다. 2009년 9월 이시종 의원이 제안해 '이시종 법'이라 불리는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지원에 관한 법률'은 2013년에 열린 충주 조정대회가 국제대회로서 확고한 기반을 다지는데 디딤돌이 됐다.

2008년 공동 발의했던 '대규모 점포 등 사업 활동 조정에 관한 특별법'과 2010년 3월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수퍼마켓)을 규제하고 전통 상업지역을 보호하는데 큰 힘이 됐다.

[그의 사람들]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 = 이 지사가 충주시장 재임시절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은 충북 도지사로 있었다. 돈독하고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 위원장은 "(이시종 지사와) 같은 충북 출신이자, 거의 한평생을 지방행정 분야에 몸 담아온 동지"라고 말한다. 이 지사는 이 위원장이 2013년 대통령 소속 지역발전위원장에 임명되자 "국가발전을 위해 매우 기쁜일"이라며 크게 반겼다.

◇홍재형 전 국회부의장 = 같은 충북 출신인 홍재형 전 국회부의장과는 관료부터 국회의원시절까지 가깝게 지냈다. 이 지사는 민선 1기 충주시장에 당선돼 당시 재경원 장관이던 홍 전 부의장을 가장 먼저 찾아 중부내륙고속도 조기착공을 위해 힘 써달라고 부탁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시절에는 '세종시 정상추진' 등 같은 목소리를 내며 정책공조를 추진했다.

[요주의  → 잦은 당적 변경]

이 지사의 잦은 당적변경은 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3번을 연임한 충주시장 선거에서 그는 95년 자민련, 98년 무소속, 2002년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당내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탈당한 전력도 있다. 이 지사는 2004년 4·15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공천에 탈락하자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기기도 했다.

[프로필]

△1947년 충북 충주 △청주고 △서울대 정치학과 △제10회 행정고시 합격(1971년) △충청북도 법무관·세정과장 △충주시장  △내무부 지방자치 기획단장 △충주시장(민선 1·2·3기) △17·18대 국회의원 △충북도시사(민선 5·6기) △제8대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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