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는 기자, 환영받는 기자

[the300 1년-기자 사용설명서]

해당 기사는 2015-05-19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스토리①→쫓겨나는 기자]

 

머니투데이 '더300'(이하 더300) 기자들의 출근은 다른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과 사뭇 다르다. 수십 개의 매체 소속 기자가 모여 있는 정론관(국회 기자실) 대신 의원회관의 휴게실과 어느 상임위원회 회의장 옆 간이 사무실에 눌러 앉는다. 정론관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받아쳐서 생산하는 '복사판 뉴스'는 우리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치부 기자들이 거의 찾지 않았던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같은 곳들을 취재할 때는 번번히 쫓겨났다. 더300 기자들은 '소위원회 공개 원칙'을 규정한 국회법을 내세웠지만 상임위 측은 예산소위에 기자가 출입한 적은 없다는 관행을 들며 원칙을 돌려 세우곤 했다. 

쫓겨나면 맨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정회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쫓아가 질문했다. 방청을 허락하더라도 앉을 자리를 내주지 않아 회의 내내 서 있던 기자도 있었다. 한 기자는 상임위 측에서 자리가 없다고 하자 즉석에서 펼 수 있는 낚시 의자를 수소문했다. 그 기자는 이튿날 착석 허가라는 '승전보'를 알렸다.

상임위에 대한 1대1 수비·공격이 국회의원에게는 부담이 됐다. 또 다른 기자는 예산안 예산부수법안을 논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문 앞에서 2주 넘게 뻗치기하며 세법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자 조세소위의 한 핵심 의원은 "저 기자를 어찌 할꼬"라는 경계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머니투데이 더300 기자들이 지난해 9월 '국회의 정책기능 강화와 새로운 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개최한 뒤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사진=머니투데이 더300
[스토리②→환영받는 기자]
입법 활동은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이고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더300은 기자의 시선을 상임위로 돌렸다. 그리고 법안의 국회 제출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밀착 워치하고 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더300의 탄생과 성장을 반겼다. '내 삶을 바꾸는 정치 뉴스'라는 모토로 정책 뉴스를 표방한 더300의 취지와 활동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더300에 대해 "복잡한 정치뉴스를 참신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관심을 고조시키는 등 기존 언론과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법안, 정책에 대한 심도 깊은 관찰, 소개, 분석이 돋보인다"고 격려했다.

[키워드①→도전]
'지도에 없는 길'을 개척하고 있는 더300 기자들은 출범 뒤 1년 동안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독자들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정책과 정치인을 더 쉽고 깊게 알 수 있도록 '의원사용설명서', '런치리포트', '상임위 동향'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더300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매주 출제하는 '주간 정치고사'와 '2015 정치궁합' 역시 끊임없는 도전의 결과물이다.

매주 의미 있는 법안을 하나씩 뽑아 샅샅이 분석하는 '이 주의 법안' 코너는 팟캐스트 방송으로도 제작되고 있다. 실제 국회의사당 인근 모텔에서 첫 녹음을 해 '국회 앞 MT'라고 이름 붙여진 팟캐스트 방송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고정 팬이 확산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300 부원들이 회의을 하고 있는 모습.
[키워드②→변화]
더300 기자들의 도전은 언론계와 정치권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더300 출범 이후 '정책미디어'를 내걸고 나선 후발주자들이 등장했다. 정쟁 보도에 집중했던 '정치 뉴스'의 축이 법안·정책 보도로 이동할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300 기자들은  법안·정책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상임위 회의 속기록을 찾아보는 건 기본이고 주말을 모두 반납하고 출근하는 기자도 있다.


 한 의원은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점심시간이 넘어가면 의원들이 질의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제는 300 기자들이 끝까지 보고 있어 허투루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이 한장의 사진]

머니투데이 더300 부원들이 지난해 5월 15일 자정 첫 기사를 표출한 뒤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더300
지난해 5월 15일 자정, 더300은 첫 기사를 내보내며 출범을 알렸다. 당시 밤 늦게까지 기사를 썼던 부원들이 모여 출범을 자축하고 있다.  

[대표 기사→'김영란법', '세월호', '홍준표 골프']
더300은 지난해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된 '김영란법'을 처음으로 상세히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조속한 통과를 주문한 '김영란법’의 논리적 허점과 위헌 가능성 등을 언급했고 이후 정치권의 논의는 보다 깊어졌다. 김영란 전 대법관도 '더300' 기사를 보고 ‘김영란법’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을 알았다는 후문이다.('김영란법 런치리포트' 바로보기)

'세월호' 탐사리포트는 참사에 이르기까지 구입, 출항 허가, 지휘체계 혼란 등 각 단계별로 법령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세월호' 1주기에는 참사 이후 수많은 안전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잠자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세월호 탐사리포트' 바로보기)

홍준표 경남도지사 '평일 골프' 기사도 빼놓을 수 없는 단독 보도다. 미국에서 날아온 제보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현지 취재를 통해 보도해 공직자의 윤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단독]홍준표 '美 평일 골프', 현지 사업가가 접대' 바로보기

[요주의!→탐사기획 강화]
진영논리를 바탕으로 언론과 정치권이 '공존공생'해온 관행은 정책미디어 더300이 극복해야 할 산이다. 
정책 미디어의 위상이 정착돼 가면서 '카피 캣(copy cat)'들의 도전도 본격화될 것이다. 정책 뉴스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한국 정치와 미디어의 발전에 의미있는 변화가 될 것이고, 이를 선도했다는 더300의 자부심도 커질 것이다. 새로운 영역을 연 개척자로서의 책임과 중압감 역시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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