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잘못만나 지방산다는 이유로…"-김관용의 지역해법

[the300][광역단체장 사용설명서⑩]지방자치 역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살에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대학이야기 하니 스트레스 받고 한이 맺혀서 야간 대학을 다녔다. 그 때는 잠자는게 소원이었다. 대학을 다니게 된게 행정고시를 보게 된 계기였다"

70대 '老도지사'는 그렇게 자신의 젊은시절을 회고한다. 1961년 구미초등학교 교사였던 '김관용 교사'는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다녔고 10년 뒤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두차례 세무서장을 지냈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등 중앙 행정을 경험한 후 그는 고향인 경북 구미로 돌아왔다. 1995년 지방자치 원년. 김 도시자는 20여년전 교사생활을 시작했던 구미에서 민선1기 시장으로 당선된다. 

김 지사는 "구미에서 교사생활을 했었다. 그게 선거할때 도움이 됐다. 당시 구미가 개발되서 땅값이 뛰는 통에 형편들이 괜찮았었는데 제자들이 선거를 해줬다"

구미시장 3선, 경북도지사 3선, 한번쯤 중앙정치를 넘볼만도 한데 꿋꿋하게 지방을 지켰다.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목소리 높여 외치며, 시골학교 선생도 도지사가 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대한민국 지방자치 20년의 살아 있는 역사다.

[구미시장, 파업현장 속으로]
민선 1기 구미시장 시절인 1997년에 구미공단의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한국전기초자(주)'가 파업에 들어갔다. 구미시는 지방도시지만 구미공단을 중심으로 한 공업도시. 그만큼 노사분규가 발생하면 도시 경제 전체가 출렁인다. 

당시 김 지사는 파업사업장 노사 모두의 냉대와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현장에 들어갔다. 추석기간 회사 내에서 올린 합동제사에도 참석하고 노사교섭장에서 밤새워 가면서까지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

이후 2001년에는 구미에서 산업현장의 이해당사들로 구성된 '산업평화조정위원회'를 만들었으며, 2003년에는 금오공과대학교에 전국 최초로 경영노동대학을 설립했다. 김 지사는 이후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공단단위 첫 '노·사·정 산업평화결의문'을 이끌어 낸다.

[경북도지사, 10년 묵은 공약 '도청 이전' 해결]
첫 도지사 도전에서 김 지사는 경북도의 숙원사업이었던 도청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도청 이전'은 1992년부터 나왔던 경북도의 해묵은 과제였다. 그러나 후보지역 간의 갈등으로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김 지사는 후보지 선정과정에서 "도지사 1년차에 시작했는데 정말로 어려운 결단이었다"면서 "약속을 했으니 지키는 것이다. 반발하는 지역에서 오히려 더 어려울 것 같은데 긍정적이다. 조례를 정했는데 한명도 반대없이 됐다"고 말했다.

2006년에 시작된 후보지 선정은 2008년에 최종적으로 안동-예천지역이 선정됐다. 도청이전과 같은 큰 국책사업의 경우 후보지간 경쟁이 치열해 선정과정에서 논란이 생기기 마련이다. 김 지사는 후보지 선정을 위한 평가단 구성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별다른 잡음없이 이전부지 선정을 매조지했다.

그는 "상식적인 기준을 만들어서 하면 된다. 당시 후보지 평가단을 구성할때, 대구·경북에 주민등록 경험이 없는 사람 교수들 60명 뽑았다. 소송도 제기될 수 있는데 (다른 후보지가) 깨끗하게 승복했다"고 말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인터뷰

[수도권-지방 불균형…원인? '추풍령 효과']
김 지사는 1999년 광주 MBC에서 '21세기 지역주의 해소와 여성의 역할'이라는 제하의 특강을 했다. 그는 이 특강을 준비하면서 "과거에는 서울에서 벼슬하다 고향으로 낙향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 서울에 있다"면서 "동서갈등이 의미없다. 결국은 수도권과 지방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16년전 생각이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발전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는 평가다. 

김 지사는 수도권-지방 불균형을 일명 '추풍령 효과'라고 정의했다. 중앙에서 나오는 정책들이 추풍령을 이남의 지방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김 지사가 최근 내놓은 해법은 '황금허리경제권'이다. 올 년말 이전하는 경북도청과 세종시 사이에 '107km' 도로를 건설하면 동서발전축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지방 불균형…해결책, '지방재정 자주권']
김 지사는 지방 자치 20년의 경험에서 나오는 '한 맺힌 지방 차별'에 대해서 생산성 논리로만 따지면 안된다고 설파한다. 그는 "지방도 사람 사는 곳이다. 지방과 수도권이 함께 살아야 한다"면서 "자식이 부모 잘 못 만나서 지방에 산다는 이유 하나로 불이익을 받는 일은 끊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김 지사는 시급한 대책 중 하나로 지방의 재정자주권을 강조했다. 지방에 내려오는 정부 예산 총액보다 그 지방 재정의 구성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김 지사는 무조건적인 수도권-지방의 '1대1 균형'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방의 특수성을 고려한 상대적 균형을 위한 정책이 중요하다고 한다. 김 지사는 "중요한 것은 중앙정부의 정책이 지방에서 지방적 실천으로 구체화되는 것이다. 밑에서부터 올라와야 생명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키워드1-"현장에 답이 있다"]
김 지사는 도정 운영의 핵심은 '현장'이다. 그는 "민주주의는 견제로 발전하는 것이니 시끄러워도 된다. 문제가 있으면 현장에 가서 대화를 해야 한다. 문제가 커지면 대화의 필요성도 더 커진다"고 말한다.

물많기로 유명해 '물포럼'까지 개최한 경북도지만 봄철 가뭄은 피해기 어렵다. 작년 5월 경 가뭄이 심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민원이 있었지만 정작 경북도 해당 과에서는 저수량 등 수치상으로 가뭄이 아니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었다. 

김 지사는 보고서의 진위 여부를 사무실에 따지지 않고 실무진과 함께 현장으로 나고 쩍쩍 갈라진 논바닥을 같이 확인했다고 한다. 도지사라면 담당 실국장에서 지시만으로 충분할 것인데 굳이 현장을 확인하는 것, 그가 5년연속 지자체장 업무평가 1위를 달리는 비결 중 하나이다. 

[키워드2-별명, 'DRD'(들이대)]
김 지사는 "스스로 욕먹을 각오로 해야지 주민들과 친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위험하다고 직원들이 말리지만 무작정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와 어울려 소주를 먹기도 한다"고 자신을 설명한다. 

그래서 붙은 그의 별명, 'DRD(들이대)'다. '들이대'는 경상도 사투리로 물불안가리는 적극적인 성격을 뜻한다. 저돌적인 그의 업무 스타일로 'DRD'로 불리게 된 사건이 있다.

 2004년 자동차 및 평판유리를 생산하는 아사히 글라스사가 신규투자처를 물색하고 있었다. 아사히 글라스는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을 투자지로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일본 방문중이던 김 지사는 이 정보를 입수한 직후 아사히 글라스 회장집으로 갔다. 약속을 사전에 잡은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들이댄' 것이다. 

비를 맞으며 기다리던 김 지사는 당시 신야 이스즈 아사히 글라스 회장이 타고 가는 차를 막고 경북도 투자를 요청했다. 아사히 글라스 회장은 "나는 당신을 믿고 대한민국 구미에 투자하겠다"며 당시 15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이후 아사히 글라스는 올해 기준으로 1조원으로 투자규모를 확대했다. 

[요주의-3선 도지사, 다음 행보는?]
김 지사가 3선 출마를 준비하던 작년, 이웃한 김범일 대구시장이 3선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재선 광역단체장들이 불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이들의 불출마가 김 지사에게도 무언이 압박이 됐을터지만 김 지사는 3선 출마를 결정했다. 뚜렷하게 다음행보를 준비하고 있지 않아던 상황에 선듯 불출마를 선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 지사는 1942년생으로 올해 나이 만 73세, 3선도지사 임기는 이제 2년차다. 현재로서는 김 지사의 향후 진로는 예단하기 어렵다. 보통 지자체장 임기 중반에 국회의원선거가 있다. 내년 총선의 출마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지금껏 김 지사는 지방정치외에는 다른 곳을 기웃거리지 않은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여의도 정치는)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여기서 내 생활정치, 지방자치의 현장을 지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람이란 하다보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가고 고등학교 가듯이 구조적인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의 다음 행보가 무엇이 될 지는 20대 총선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내년 초가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프로필]
△경북 구미(1942년생) △1961년 대구사범학교 졸업 △1969년 영남대 경제학과 △ 제10회 행정고시 △구미.용산 세무서장 △청와대 민정수서실 행정관 △민선 1,2,3기 구미시장(1995~2006)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공동회장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장 △민선 4,5,6기 경북도지사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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