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몸이 부서져라 걸은 '뚜벅이' 문재인은 왜 전패했을까

[the300]유세현장으로 풀어본 새정치연합의 4·29 재보선 패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삼성시장을 찾아 관악을 정태호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4·29 재보궐 선거 전날 새정치민주연합의 마지막 유세 얘기다. 28일 밤 관악의 한 쇼핑몰 앞에서는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총출동해 '세 몰이'에 나섰다.


이날 오후 7시쯤부터 2시간 넘게 신림역 인근을 요란하게 울린 외침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부패정권을 심판하고, 야권분열을 심판해야 한다는 것. 이 테두리를 벗어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문 대표는 거의 쓰러질 듯한 모습으로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문 대표는 "저는 이번 재보선에서 우리 당 후보를 모두 당선시켜야겠다는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광주 인천 강화검단 성남 관악 구석구석을 후보처럼 걸어다니며 유권자 한 분 한 분을 만나뵀다. 정말 힘이 든다. 서 있는 게 힘들 정도로 기진맥진하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표는 이번 유세 내내 '뚜벅이'를 자처했다. 그는 열흘 넘게 KTX와 비행기를 타고 4개 지역구를 이동하며 종횡무진했다. 와이셔츠를 걷어붙이고 골목과 상점 곳곳을 다니며 손을 맞잡고 '먹방'을 찍고 시민들과 '셀카'를 찍었다. 나날이 수척해지는 모습에 당 관계자들이 만류해도 혼신을 불살라 걷고 또 걸었다. 선거 전 마지막 주말 광주에서 문 대표의 1박2일 유세 후 당 관계자들은 "대표님이 오늘 만난 사람만 수만명일 것"이라며 역전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맞잡은 손은 표로 연결되지 않았다.


문 대표는 이날 집중유세에서 두 가지를 당부했다. 박근혜 정부의 부정부패 심판과 야권분열의 종결이다. 그는 "투표하지 않으면 박근혜정부의 부정부패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의 고전을 오직 '야권 분열', 즉 무소속 후보 탓으로 돌렸다.


문 대표는 "우리 관악을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저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여주셨는데 우리가 이번엔 왜 마지막 순간까지 노심초사해야 합니까. 야권분열 때문 아닙니까. 자칫 잘못하면 야권 후보 아무도 아니고 오신환 후보에게 어부지리 줄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이 내년 총선에서 곳곳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렇게 해서 총선 승리, 정권 교체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외쳤다.


그에게선 '원래 내 것'인 것을 빼앗긴 데 대한 분노가 느껴졌다. 그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본래 야권 텃밭이라 손쉽게 이길 수 있었다. 문 대표는 관악을 유권자들이 새정치연합을 지지하기로 종신계약을 맺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유권자들이 자유의지에 의해 오신환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듯 보였다. 관악을 민심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총선 승리, 대선 승리를 바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관악을=진보성향'이라는 해묵은 공식을 기계적으로 대입한 탓이다.


야당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관악에서 5선을 지낸 이해찬 의원은 '국정원 대선개입'부터 대통령의 세월호 1주기 해외순방, 외교무능을 비판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이후 "정태호 후보는 거짓말을 안 하니 꼭 뽑아달라"고 마무리했다. 정 후보 고유의 공약이나 능력, 장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오랫동안 이지역에서 20년간 사랑받은 이해찬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시민들은 혀를 찼다. 한 시민은 "이해찬 때문에라도 야당은 안 뽑는다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며 "아무리 뽑아줘봤자 한 것도 없이 세종으로 가지 않았나. 여기가 이 동네서 제일 번화가인데 저기 저 건물도 몇 년째 짓지도 않고 서울시에서 제일 낙후됐다"며 성토를 했다.


오신환 새누리당 당선자의 유세는 달랐다. 새누리당은 "27년 동안 낙후된 관악, 집권여당의 힘으로 관악이 낳은 젊은 일꾼 오신환이 바꾸겠다"고 '지역 맞춤형 일꾼론'을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오신환 법'을 발의했고 '사시 존치'에 힘을 실어줄 법안을 이미 다수 발의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오신환 후보가 당선되면 예결위원으로 만들겠다고 구체적인 공약 실현방안을 제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선거운동 초반엔 정책과 공약을 앞세웠다. 지난 12일 성남중원 정환석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는 정 후보를 '30년간 노동운동을 한 서민과 노동자의 대변자'라고 소개했다. 대형 판넬로 제작된 '국민지갑'에서 '가계부채', '전월세난', '서민증세'를 바닥에 던지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유능한 경제정당'을 전면에 내세웠다.


"맨날 심판이래, 자기가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날 야당의 집중유세 현장을 지나던 한 시민이 말했다. 문 대표는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누구보다 많이 걸으며 누구보다 친근하게 시민들의 손을 잡았지만 전패를 안게 됐다. 시민들이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것은 우리 동네를 잘 살게 해줄 '능력', '비전'이지 '정권 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이 이번 선거 패배 후 약속한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구태 심판론, 색깔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컨텐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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