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4곳 전패 최악 결과, 대선가도 '빨간불'

[the300]3패정권 심판 외쳤지만…관악·광주 패배, 정계개편 불씨되나

4·29 재보궐선거 광주 서구을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27일 오후 광주 서구 염주사거리에서 천배 유세를 하고 있다. 천 후보는 천배 유세를 하면서 “오늘부터 정권 재창출에 나서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2015.4.27/뉴스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15.4.29/뉴스1

서울도 광주도 인천도 성남도 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선을 치른 네 곳 선거구 중 한 곳도 건지지 못하는 '전패'를 기록했다. 전투로 치면 궤멸적인 패배다. 특히 서울의 대표적 지지기반인 관악을, 당의 '심장' 격인 광주의 서구을에서 야권분열이란 치명적 악재를 극복하지 못한 만큼 호남신당 태동과 정계개편 가능성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표는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29일 선거결과에 대해 정치권은 새정치연합의 패인을 세가지로 꼽는다. 야권 텃밭인 지역에 거물급 무소속 후보가 출마하면서 표가 분산됐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선거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게다가 인천을 제외하면 세 곳은 오랜기간 야당 우세여서 '정권심판론'보단 '야당독점해체론'이 먹혀든 측면도 있다.

야권분열은 새정치연합의 선거전략에 최대 어려움이 됐다. 관악과 광주에서 표가 분산되지 않았다면 무난히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두 곳은 문 대표가 발이 닳도록 뛰어야 하는 격전지가 됐다. 이 때문에 인천과 성남을 지원할 당력도 부족했다. 두 곳만이 아니라 선거 구도 전체가 흔들린 것이다.

이 때문에 선거 초반만 해도 '국민지갑 지킴이'처럼 야당의 경제대안을 제시했던 전략은 야권 지지층 결집을 위한 '부패정권 심판론'으로 급선회했다. 때마침 성완종 파문도 심판론에 기름을 부었다. 문 대표는 박근혜정부를 경제실패·인사실패·부정부패 등 '3패' 정권으로 규정하고 심판을 호소했다. 

하지만 성완종 파문은 야당에 결정적 호재는 되지 못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결코 의인이 아니라 '로비형 사업가'로 인식되면서 큰 영향을 못 준 것같다"고 분석했다.

참담한 선거결과에 따라 새정치연합에 닥칠 후폭풍은 장·중·단기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당장은 '비노'와 호남 정치권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표 체제에 대한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은 2012년 총선 이후 이어진 연패 사슬을 끊는 게 숙제였다. 문 대표도 '이기는 정당'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실패했다. 더구나 문 대표로선 잠재적 대권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첫 선거 맞대결에서 졌다.

물론 문 대표가 전략공천 없이 경선을 통해 공천하는 '정공법'을 택한 만큼, 후보를 잘못 공천했다는 식의 지도부 책임론은 근거가 적다. 그럼에도 애초 '비노' 인사들을 충분히 포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선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동교동계의 선거지원 논란도 문재인 지도부의 당내 포용력이 시험대에 섰음을 이미 보여준 바 있다.

중기적으론 당장 4월 국회부터 여야 대치가 가팔라질 수 있다. 야당이 내분에 휩싸여 계파간 노선투쟁이 격화할 수 있다. 다음달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가 확고한 원내 리더십을 세우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당청관계에서 청와대의 주도권이 유지된다면 야당은 정부여당과 '협상'하기보단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 2017년 대선국면까지 바라본 장기적 관점에선 문 대표의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당의 최대기반인 호남의 민심이반이 확인됐다. 다음 총선 공천을 기대하는 호남 현역의원들이 흔들리고 호남신당이 태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 대표가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사태를 조기수습하지 못하면 당 내홍이 깊어지며 야권발 정계개편 가능성도 고조될 수 있다.

물론 '먼저 맞는 매가 낫다'는 입장도 있다. 정동영 천정배 후보 등이 당에 남아 현 지도부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것보다 비록 호남당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이참에 '교통정리'를 하는 게 당의 체질개선 등을 위해 낫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광주, 관악 등 수십년간 새정치연합과 그 전신인 정당들이 '갑'의 지위였던 곳에서 '을'로 밀려난 것은 뼈아프다. 당 안팎에선 '설마'했던 '0대 4' 전패가 사실이 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스텝이 꼬여도 단단히 꼬인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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