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돈'만 밝힌 재보선…참기 힘든 가벼움

[the300]

4·29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단연 '예산'이었다. 후보자들은 '예산 불독', '예산 지킴이', '예산 폭탄' 등 각종 조어를 동원하며 자신이 지역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으로서 헌법과 국민에게 부여받은 입법권을 어떻게 행사할 지에 대한 고민은 유세현장에서 찾기 힘들었다.

지원에 나선 양당 대표들은 한 술 더 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모두 자당 후보가 당선되면 국가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지명하겠다고 유권자를 '유혹'했다. 총론에선 '지역일꾼론' '정권심판론'을 내걸고 맞섰지만, 각론에선 여야 가릴 것 없이 '돈'을 외친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후보자는 "어떤 상임위원회(국회의원 주 활동 무대)에서 일하고 싶냐"고 질문하자 "당에서 예결위원을 시켜준다고 했으니 어느 상임위원회를 가든 지역이 원하는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대놓고 말했다.

국회의원 업무의 양 축인 '지역 민의 대변'과 '입법 활동' 중 지역구 문제에 치우친 선거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요인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우선 '지역 공약'은 당장 한 표가 급한 후보자 입장에서 유권자 귀에 자신의 이름을 쏙 집어 넣을 수 있는 소재다. 1년 남은 19대 국회 동안 법안을 준비하고 국회를 통과시키기에는 시간적인 한계도 있다.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당선된 한 초선 의원은 입법 활동에 대한 포부를 묻자 "선수와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의정 활동이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며 "재선을 위해 지역 현안 해결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입법과 정책 영역을 경시하는 태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부패 척결을 목표로 한 '김영란법', '어린이집 CCTV 설치'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같은 법들이 통과되고 부결되는 과정만 보더라도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실감할 수 있다. 상임위원회 소관부처 감시, 정부 견제 기능까지 생각하면 재보선 당선자 한명 한명의 무게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네 명의 국회의원이 새로 탄생했다. 유권자들의 한 표에는 지역과 더불어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달라는 기대가 섞여 있다는 것을, 그 기대는 의정 활동을 통해 증명된다는 점을 '초심'으로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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