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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4일. '전략 공천'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던 윤장현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 지면서 그의 선거사무실에 지지자들이 모여든다. 여론조사와 달리 여유 있게 상대 후보를 물리친 '윤장현 당선인'은 꽃다발도 사양하며 시민들의 선택에 감사함을 표한다.

의사 출신인 시민운동가가 민선 6기 광주시정의 새로운 책임자로 선택받는 순간이었다. 그는 당선 후 일성으로 '광주의 번영'을 강조했다. "먹고사는 문제와 사람답게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역설한다.

당선 후 10개월간에 걸친 행정여정은 그의 약속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광주·전남 시민운동계에 오랫동안 족적을 남기며 '광주정신'의 세계화를 외쳐온 그는 이제 '넉넉한 경제도시 광주'를 꿈꾼다.

[광주토박이, 의사에서 시민운동가가 되다]

윤 시장은 1949년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서중, 살레시오고,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광주 토박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안과를 개원한 의사이기도 한 그는 전방부대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한 2년을 제외하고는 광주를 떠나본 적이 없다. 중학교때부터 독서회를 나갈 정도로 시민운동에 관심이 컸고 '사람에 대한 사랑' '인권에 대한  관심' '광주정신의 세계화'에 대한 열망은 그를 단순한 안과의사로 안주할 수 없게 만들었다.

[군의관 윤장현, 출근길 주전자를 들고다닌 이유는]

군의관 시절 그는 새벽 출근길에 늘 주전자를 들고 집을 나섰다. 

주전자 안에는 죽처럼 푹 끓인 누룽지가 들어 있었다. 광주 통합병원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위해 윤 시장이 직접 누룽지를 끓여 매일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 군인들 중에 입맛이 없거나 몸 안에서 음식물을 받아들이지 못해 식사를 거르는 환자들을 위한 배려였다.

집이 먼 병사는 가족이 병원까지 와서 간호할 형편이 안됐고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던 윤 시장은 아침마다 직접 누룽지를 끓여 공수했다. 그의 아내조차도 뒤늦게 이런 사정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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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13일 광주시청 접견실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그가 말하는 광주정신]

윤 시장은 '광주정신'의 세계화를 역설한다. "광주는 늘 어려웠지만 당당했고 자존의 마음을 갖고 살아왔다. 대한민국에 중요한 갈림길이 있을 때마다, 광주는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했었고 그 결정이 바로 대한민국을 변화시켰다"고 그는 말한다. 윤 시장이 추구하는 시정의 중심 가치는 '공유와 상생'이다. '인권·복지·참여·안전'이라는 기본원칙 아래 '넉넉한 경제도시 광주'를 꿈꾼다. 윤 시장은 경제도시 광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핵심요소로 보고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100만대 생산기지' 등 적정임금 통한 '광주형 일자리' 창출에 힘 쏟고 있다.

[윤장현의 친화력은 연구대상]

전남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내고 퇴임한 윤 시장의 지인 A씨는 윤 시장의 친화력을 '연구대상'이라고 말한다. 충북이 고향인 A씨는 전남대학교에서 교수생활하면서 윤 시장을 만났다. 그는 "광주에 살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하나같이 정도 많고 좋았지만 윤 시장만큼 가까이 지낸 사람도 드물다"고 회상했다. 처음 만난 사람도 몇 마디를 섞으면 금방 친해지게 되는 그의 친화력의 근원은 사교적인 세련됨이나 능숙한 인간관계가 아닌 '순수함'이라고 A씨는 생각한다.  

[그가 부모님한테 받은 유산은...]

윤 시장의 부친은 강진군수를 지낸 공직자였지만 살림은 넉넉하지 못했다.

윤 시장과 50년 넘게 우정을 나누고 있는 지인 B씨는 윤 시장 부모님을 잊을 수가 없다. 시골이 집이었던 B씨는 중학교 시절 광주에서 자취나 하숙을 해야 했는데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어른들 몰래 윤 시장 집에 들어가 잠을 자곤 했다. 윤 시장은 배고픈 친구를 위해 고구마·감자 등 먹을거리를 내 오곤 했다. B씨는 윤 시장과 그의 동생들 틈에서 '칼잠'을 잤다. 얼마 되지 않아 사정을 알게된 윤시장의 부모는 아들 대하듯 B씨를 대했다. . A씨는 "배가 고파 찾아가면 '내 새끼 왔냐'며 밥을 챙겨주시고 밀린 월사금을 내 주셨던 윤시장 모친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시민운동사]

윤 시장은 의대를 졸업하고 안과를 개원해 의사로 활동하면서 시민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1987년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고 1992년에는 광주·전남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으로 일하게 된다.

당시 환경운동연합에는 운동권 출신의 강성회원들이 대부분이었다. 격렬한 투쟁으로 수형생활을 한 인사들도 모여 있었다. 온화하고 리더십을 갖춘 인사가 필요했고 그러한 대내외적 요구에 따라 의사이던 윤 시장이 광주·전남 환경운동연합의 공동의장을 맡게 된다. 운동원들 사이에선 수형생활도 해 보지 않은 '성공한 의사' 윤장현이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누구보다 조직을 잘 이끌었고 적임자를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는 그의 능력은 '의심'에서 '신망'으로 바뀌게 된다. 윤 시장은 1994년 5·18 기념재단 창립이사, 1998년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2003년 광주·전남 남북교류협력협의회 상임대표를 맡는 등 광주·전남 시민운동의 큰 봉우리로 자리한다.

[안과병원 건물의 지하실, 광주의 미래 영글다]

윤 시장과 함께 시민운동을 했던 인사들은 그가 운영하던 병원건물의 지하실을 잊을 수 없다. 1990년대 병원건물 지하 한 켠에 있던 그 공간은 오랫동안 광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방이었고 우리사회의 미래를 토론하고 구상하는 산실이었다고 지인들은 기억한다. 지하실 옆에 있던 작은 식당은 광주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접하는 잔치마당이고 했다는데, 당시 지하실에서 광주발전을 꿈꾸며 나눴던 대화가 지금 윤 시장이 그리는 광주행정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수술 해 드릴테니 김장김치 한포기만 주세요]

윤 시장은 1983년 안과를 개원했다. 그를 멘토로 삼고 있는 간호사 C씨는 '의사 윤장현'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게 해 주는 일화 한 토막을 기억한다. 어느 날 80이 넘은 노부부가 병원을 찾았다. 한눈에 봐도 편안한 노후를 보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두 분 모두 백내장이 심해 당장 수술을 안 하면 실명 위기까지 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할아버지는 수술을 마쳤지만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한 할머니는 머뭇거렸다. 이를 전해들은 윤 시장은 "수술을 해드릴 테니 할머니 김장하실 때 김치 한 폭만 가져다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짜수술을 해주지 않는 걸로 할머니의 자존심과 미안함을 덜어줬고 할머니는 김장철에 큰 통에 꾹꾹 눌러 담은 김치통을 가져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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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13일 광주시청 접견실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윤장현의 사람들]

의사, 시민운동가, 정치인 등 그가 걸어온 삶의 다양성만큼 '윤 시장의 사람들' 역시 폭이 넓고 깊다. 정찬용 전 노무현 대통령 인사수서석 비서관은 "내가 만났던 숱한 사람 중에 가장 소중한 몇 분을 꼽으라면 단연 윤장현 형님을 그 명단에 넣을 것"이라고 말한다.

재미민주화 운동을 주도했고 현재 아시아 지역의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는 서유진씨. 금호타이어 사장을 지낸 바 있는 오세철씨.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인 임낙평씨도 그의 오랜 동지이자 친구다. 

성악가 임웅균씨는 군대생활을 광주 상무대 보병학교에서 하면서 당시 군의관이던 윤 시장과 알게 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음악인 장사익씨도 윤 시장과의 인연으로 5·18 전야제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곤 한다.  

[요주의]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정치인 윤장현'을 걱정한다. 광주시장 출마를 결심할 때 현실정치의 어려움을 제대로 헤쳐나갈 수 있겠냐는 의문을 표했다고 한다. 적당히 계산도 할 줄 알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는 정치판에서 그의 순수한 성격은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필]

△1949년 광주광역시 출생 △살레시오고,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1983년 중앙안과 개원(현 아이안과 대표원장) △1987년~2000년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1992년~2000년 광주·전남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1994년 (재)5·18 기념재단 창립이사 △1998년~2001년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2004년~2007년 국가인권위원회 정책 자문위원 △2008년~2010년 한국 YMCA 전국 연맹 이사장 △2013년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2014년 광주광역시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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