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인사청문회, 대법관 자격 놓고 여야 충돌(종합)

[the300] 박상옥 "경찰의 조직적 축소·은폐 파헤치지 못해 안타까워"…가담 의혹은 부인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모두발언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15.4.7/사진=뉴스1

7일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박 후보자의 대법관 적합 여부를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국회에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제출된지 72일 만이다.

여당에서는 박 후보자의 업무능력에 중점을 둔 반면, 야당에서는 박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의 축소·은폐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박 후보자는 자신이 박종철 사건의 축소은폐에 가담했다는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그는 당시 검찰의 수사 미진에 대해 "경찰의 조직적인 사건 축소·은폐를 간파하고 파헤쳐서 조기에 진상을 규명했으면 유족을 포함해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는데 그점에 대해서는 검사로서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말단검사였을 뿐" vs "대법관 자격 없어"

여당은 박 후보자가 당시 수사팀의 말단 검사로서 실질적으로 수사를 주도할 수 없었다며 수사 미진의 책임이 박 후보자에게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부의 수사지침 없이 2차 수사 개시를 할 수 있었느냐'는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박 후보자는 "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검사 직무를 규정하는 기본 원칙"이라며 "제가 주임검사가 아닌 수사검사로 참여하는 입장에서 지휘부의 지시가 없으면 별도의 독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직접 축소·은폐하지는 않았을지언정 추가 고문경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재수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1987년 1월 조한경 강진규 등 2명의 고문경관이 구속된 뒤 검찰은 3개월이 지나서야 고문경관 3명을 추가로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자의 소극성을 문제 삼은 것.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후보자가 당시) 말단검사에 불구했지만 고문에 의한 살인사건을 국가기관이 은폐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일반 시민들보다 소신과 양심이 없는 비겁한 행동이었다"며 "공범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소하지 않은 것은 법관 자격에 미달한다. 어떤 이유에서도 정의가 아니다. 대법관 자격을 논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대법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재판의 독립"이라며 "후보자는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부의 지시가 없었다고 안했다"며 "사직서를 쓸 정도의 의지를 갖고 사건을 밝혀냈어야 하는데 시키는 대로 하셨던 분이 대법관이 되면 소신 있게 재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3월 초 (고문경관이) 1명 더 있다는 것을 알아서 즉시 수사계획서를 작성해 의혹에 대해서 수사할 것을 상부에 보고했다"면서도 "여주에 (발령) 가 있었기 때문에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상부 지시에 따라서 3명에 대한 수사에 참여하라는 파견 명령을 받고 수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박 후보자와 함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수사검사였던 안상수 창원시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자신의 자서전을 들어보이며 답변하고 있다. 2015.4.7/사진=뉴스1

◇안상수 "검찰은 피나게 투쟁"…"목숨 걸고 진실 밝혔던 교도관도 있어"

오후엔 수사 당시 박 후보자의 선배 검사였던 안상수 창원시장 등 증인·참고인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안 시장은 박 후보자의 사건에 대한 축소·은폐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총체적으로 은폐·축소는 안기부와 경찰에서 하려 했고 수사검사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피나게 투쟁했다"며 "(박 후보자가 은폐·축소와) 관련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종걸 위원장(새정치연합)은 "검찰 수뇌부까지 포함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중심으로 수사회피에 대한 입장이 분명한데 수사를 하려고 했던 안상수 당시 검사는 석달 동안 무슨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종철군의 형인 박종부씨는 "청문회가 '엄혹한 시기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최선을 다 했다'는데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은데 엄혹한 시기에 목숨을 내걸고 진실을 밝히려고 했던 교도관이 2명이나 있다"며 "참으로 대조적인 상황이다. 정의롭지 못한 검찰 조직이어서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고 그런 부분들을 밝혀주셨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부영 "왜 하필 대법관에 박상옥"…고문경관 황모씨도 출석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부영 전 의원은 박 후보자의 대법관에 적격 여부에 대해 "깊이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사건 당시 영등포구치소 수감 중에 고문 공범의 존재와 경찰 상부의 축소·은폐 사실을 외부에 제보했다.

그는 "장관이나 총리 자리보다 대법관은 더 지엄한 자리"라며 "말과 정의로 대한민국의 질서를 바로 잡는 자리다. 그런데 이 곳에 왜 고문수사 은폐조작의 혐의를 받는 분이 가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야당이 증인으로 요구했던 고문경관 5인 중 유일하게 출석한 황모씨는 박종철 사건에 대해 "정말 죄스럽게 생각한다"며 "용서를 많이 빌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를 대법관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제가 판단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저희들은 그 당시 구속되고 완전히 혼자 있다가 교도소로 넘어가 살아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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