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雜's]박지원 의원님, 팔뚝 상처는 아물었나요?

편집자주  |  편집자주|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몇년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출범식에서 인사를 나누며 웃음짓고 있다. 2015.4.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5일밤 '동교동계'의 좌장 박지원 의원을 만나 4.29 재보선 선거 지원을 요청했다. 단둘이서 오랜 시간 이야기하며 '오해'도 풀었다고 한다.

박의원의 입장에선 풀어야 할 '오해'라기보다, 치유해야 할 '상처'가 있다. 상처는 박지원 의원의 팔뚝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


상흔의 출발은 10여년전 이른바  '대북 송금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비서실장 신분으로, 대북송금을 주도하고 현대그룹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고 2004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어렵사리 정권을 재창출했음에도 하루아침에 수인(囚人)으로 전락한 현실을 받아들일수 없던 그는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손봐줄 놈들'을 몇달이 지나도록 매일 마음속으로 헤아렸다.

어느날 교도소 철창 너머 첫눈발이 흩날리는 걸 보던 박지원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복수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에 한없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걸 바라보던 '선배' 수감자가 한마디했다. "미움이 사라질 때쯤 되면 나가게 된답니다" 거짓말처럼 대법원이 일부 무죄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박지원은 며칠 뒤인 11월말 보석으로 풀려나게 된다.

 

막상 자유를 찾고 보니, 한 구석에 남아 있던 분노가 다시 밀려왔다. 무죄도 아니고, 사면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인 박지원'은 여전히 수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이름 두개가 있었다. 분노를 삭이기 위해 한강변을 뛰고 또 뛰었다. 
"○○○, 나쁜놈,  △△△ *새끼"
두 사람의 이름 석 자와 욕 석자를 합쳐 12마디를 구호삼아 한발짝 한발짝을 뗐다.

머릿속엔 미움이 자라고, 입 안엔 욕설이 담기다보니 뛰는 걸음이 또박또박할 리가 없었다. "○○○~" 하던 순간 균형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팔로 짚으려 했지만 길바닥에 팔뚝이 쭉 밀리면서 피가 철철나는 상처를 입었다.
"하느님이 내게 경고한 거죠. 그제서야 '아 정말 내려놓아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디다"

박지원이 이른바 '친노' 그룹에 갖고 있는 감정의 골을 펴기는 그렇게 힘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을 받아들일 당시의 민정수석 비서관이 문재인 대표다. 물론 그에 앞서 2003년, 친노세력이 정권을 재창출한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할때부터 틈은 벌어져 있었다.

 

오래전 본인에게 들었던 그 상처 이야기가 생각나 몇달 전 점심을 같이 하면서 "상처는 완전히 아물었냐"고 물었다. '마음속 상처'까지도 물어본 것이었다. "무슨 말이냐, 생각도 안난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미 오래 전에 내려놓은걸 다시 거론해서 무엇하냐는 '정치9단'다운 말이었다.

 

그랬던 그가 전당대회에서 문재인의원과 당대표를 놓고 직접 겨루게 되자 묻어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감옥에서 눈 수술을 13번이나 하게 된 것도, DJ가 신장투석을 하게 된 것도 특검 때문이라며 문후보를 겨냥했다.  인생에서 가장 괴로웠던 시절의 이야기, 본인의 신체적 약점까지 드러낼 정도로 그는 독하게 싸웠다.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엔 재보궐 선거다. 공교롭게도 열린우리당 탈당의 주역이었던 '친노 핵심'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중 두사람이 탈당해서 '친노 좌장'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날을 세우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DJ정부 햇볕정책의 '대의'를 훼손했다고 생각하는 동교동계로서는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문대표를 만난 박의원은  '선당후사(先黨後私)'라는 말을 건넸다. 동교동계를 설득하겠다고도 했다. 팔뚝의 상처를 떠올리게 하는 '후사'도 빼고 '선당후당'하는게 나았을 법 했다.

 

정치인에게 '분노'는 치명적 독소다.

참여정부 시절 불법 대선자금의 총대를 메고 감옥에 간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얼마전 "서운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분노를 내려놓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2010년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는 "당선이 곧 복수"라고 했다.

법원의 무죄판결로 수뢰누명을 벗고 돌아온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복귀 후 첫 의정연설에서 "나는 억울했지만 곰곰이 반성해 보니 내 언행에 늘 분노와 증오가 깔렸었다"고 말했다.

 

박의원 팔뚝의 상흔이 아직도 뚜렷한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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