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회사원 됐다…정부처럼 국회도 구조조정해야"

[the300][피플]20일 퇴임하는 이용호 국회 홍보기획관

박경담 기자 | 입력 : 2015.03.18 06:30

오는 20일 퇴임하는 이용호 국회 홍보기획관/사진제공=이용호 국회 홍보기획관

'국회의원의 회사원화(化)'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이용호 국회 홍보기획관(54)이 2년 1개월의 재직기간을 돌이키며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의원 개개인의 신념이 '당론'에 묻히는게 현실인만큼 우리 정치가 발전하려면 정당보다 의회가 중심에 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구조조정하듯 국회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비례 의원과 지역구 의원의 지원을 차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회에서 전문성을 살리는 대신 차기 총선 대비에 집중하는 일부 비례대표 의원을 꼬집은 말이다.

이 홍보기획관은 "전문성과 직능성을 가지고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은 광범위한 지역을 다루는 지역구 의원처럼 지역을 관리하는 것도, 민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며 "비례 의원이 지역 선점하고 활동하러 다니는 상황을 없애려면 보좌관 숫자라도 지역구 의원보다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말로는 국회에 300명의 헌법기관이 모여 있다고 하는데 국회의원이 굳이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의원 개개인의 변별력이 없다"며 "의원들이 진영을 떠나 자기 의견을 말하는 국회 중심의 정치가 정착돼야 하는데, 지나치게 '정당정치'가 돼 국가적으로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우리 정치 현실을 비판했다.

2년 넘는 임기 동안 이 홍보기획관은 국회와 시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했다. 국민들이 권위적인 공간으로 여기는 국회 문턱을 낮춰야 시민의 권리가 확보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 의회를 방문했을 당시의 기억 하나. 방청석 의자를 수리해 앉을 곳이 없어 일반인의 방청이 금지됐다. 시민 한 사람이 '의회를 견제하는 것은 헌법적 권리니 회의를 봐야겠다'고 하자 의회는 방청석에 그 사람만을 위한 의자를 만들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민이 국회를 낯설게 느끼는 현실을 반영해 지난해 5월 취임 후 '열린 국회'를 표방하며 국회와 시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국회 본관 앞쪽 출입문을 개방한 것이다. '열린 국회'를 앞장서서 국민에게 알린 이 홍보기획관은 "국회는 국민의 것이기에 국회를 개방하고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홍보기획관은 임기 동안 영화와 드라마 촬영 장소로 국회를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특히 2013년 방영된 SBS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은 국회 자체를 배경으로 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 촬영 비중이 많았던 이 드라마가 소위 '대박'을 쳤더라면 국회가 시민들이 찾는 명소가 됐을텐데"라고 웃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홍보기획관은 국회가 시민과 더 가까워져야 할 이유로 무거워진 국회의 존재감을 들었다. 그는 "세월호 협상도 결국 마지막은 국회에서 했고 세금, 비정규직 문제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이슈들이 국회에서 근본 대책을 다루는 구조가 됐다"며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듯 이제는 의회로 통한다"고 말했다.

임기를 마친 그는 앞으로 국회가 직접 찾아가는 홍보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을 기다리는 태도가 권위주의로 비쳐질 수 있는데다 먹고 살기 바쁜 국민이 늘어날수록 정치에 무관심한 계층이 증가하기에 찾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독일 의회는 대형 버스를 전시관으로 변형해 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홍보 활동을 한다고 전했다.

이 홍보기획관은 끝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의 마음을 잊는다는 건 직무유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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