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차차기? …"지금도 두렵다" 안희정의 마음

[the300][광역단체장 사용설명서]안희정 충남지사

편집자주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관심사, 경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 의원의 경쟁력과 정치적 미래,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을 어떻게 '사용'해야 우리 사회가 한걸음 나아가고 우리의 삶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지, 분야별 '파워분석'을 통해 보여드립니다.

[키워드 → '차기]

"여전히 두려울 뿐이에요. 여전히 두려울 뿐이에요. 나는 완전한 사람이 아니고 그렇잖아요. 우리 모두는 완전한 사람이 아닌데. 물론 예전에는 정말로 누구한테라도 존경받는 완전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보니까 안되더라고요. 하하. 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지금도 그래서 두려워요 사실은."

"자꾸 차기냐, 차차기냐 물어볼 때마다 정말로 더 좋은 분들이 있어서 그런 분들이 시대적 감당을 잘 해주시면 열심히 돕고 싶다는 마음이 솔직한 제 심정이에요. 그러나 또 정치 일선에 서있는 정치인으로서 '그 소임'이 나한테 주어진다면……. 야구로 치면 그래도 내가 몇 이닝은 잘 던져야지, 이런 마음으로 또 열심히 투구석에 서야 돼요. 그런 심정이라고 봐야 해요."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마운드에 서면 최선을 다해서 던지는 투수가 되겠다는 제 마음의 다짐만큼은 확실하지요. 하하."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인터뷰 중, 지도자로서 본인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답.

[그는 → "우리 모두는 안희정에게 빚을 지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불법 대선자금의 총대를 메고 감옥에 간 일 때문 만은 아니다. 정치 행로 길목길목마다 '친노(친 노무현)'를 대신해, 야권을 대신해,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반성문을 써내려 갔던 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딛고 진보 진영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라며 그는 폐족(廢族)을 자처해 용서를 빌고 민주화 세력의 종언을 스스로 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분노와 미움'을 넘어서는 정치는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안희정은 2010년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선거에 도전하는 의미에 대해 자신의 당선이 "곧 복수"라고 답했다. 그는 충남지사가 됐다.

그 후 3년이 지나 "분노를 내려놓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또다시 '분노와 미움을 넘는' 정치를 말했다. 이번엔 대한민국 정부의 역사가 이어져 나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공칠과삼' 평가는 그렇게 나왔다. 

안희정의 '공칠과삼'은 역대 정부의 공과를 "이불 개듯 쓰러지지 않게" 쌓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을 보여준다. 인간 안희정에게는 "매우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는 일'이 주어졌다. 권력을 누리는 것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며 억울한 마음을 스스로 나무라고, '아픔, 슬픔, 두려움, 존경심, 그리움'은 '작은 점'으로 밀어내며 "내 마음의 크기를 넓혀가야 한다"고 자책했다.

올 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첫 행보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것이 야권의 '포용행보'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안희정의 고뇌와 무관하지 않다. 

6일 오전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 인터뷰

[그의 한마디 →"그냥 난 대통령이 좋았어요"]

2010년 5월 24일 충청남도 강경.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의 눈물의 유세현장'으로 알려진 장면. 그는 울면서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나에게 자리를 줬습니까. 돈을 줬습니까. 하지만 전 노무현이 좋았습니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많은 국민들이 노무현을 좋아했다. 거꾸로, 그래서 또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를 미워했고 혹은 좋아했다가 미워했다.

감정은 정치적 이념을 뛰어넘는다. 노무현 정부는 '친노'가 아닌 노무현을 좋아했던 사람들에 의해 탄생한 정부였다. '친노'의 적자라던 안희정이 이를 일깨웠고 비로소 노무현을 넘어선 정치를 말할 수 있게 됐다.

"노무현을 존경했고 좋아했"던 안 지사는 야당의 역사 속에 노무현이란 봉우리에 갇히지 않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분단의 역사에서 야당과 진보진영의 큰 흐름이 있다. 그 흐름 속에 김대중 봉우리도 있고 노무현 봉우리도 있다. 봉우리 하나만 놓고는 산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도자들이 작은 봉우리와 계곡에 갇히지 말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산맥을 바라봐야 한다. 저도 그렇게 움직이려고 한다." 

[그가 꿈꾸는 나라 → "20년이 짧다"]

안 지사가 그리는 국정운영의 제1과제는 여전히 민주주의다. 그러나 새로운 민주주의다. 20세기의 민주주의가 독재와 특권에 맞서 싸우기 위한 민주주의였다면 21세기에는 국가구조를 효과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국가운영 체제로서의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

그는 개헌의 핵심 또한 민주주의의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삼권분립의 정립을 통해 권력의 집중과 견제를 확실히 구분짓고 자치분권을 통한 시민주권의 원리를 구현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헌 시점은 대선과 총선 시기가 일치하는 2032년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지사는 "프랑스가 분권 헌법 한 조항 바꾸는데 20년 걸렸다"며 "개인의 역사로 보면 20년이 긴 시간이지만 국가의 역사로 보면 20년은 정말 짧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헌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다양한 형태의 분권 구조를 실험해 나가고 다시 논의하다 보면 20년은 굉장히 짧게 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사람들 → 차기 대선 라이벌은]

◇문재인 : 안희정이 '노무현의 동업자'라면 문재인은 '노무현의 친구'다. 지지층이 가장 겹치는 경쟁자로 지목된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에 재임하면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안희정의 구속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인연이 있다. 문 대표는 안 지사에 대해 "국가적 지도자가 될 분"이라고, 안 지사는 문 대표에게 "당 대표 취임 후 당에 대한 국민의 사랑이 높아졌다"고 서로 치켜세웠지만 차기와 차차기를 놓고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는 분석.

◇안철수 : 살아온 길도, 정치 행로도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나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2013년 충남 천안에서 열린 안 지사의 출판기념식에 보좌진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안 지사는 안 전 대표가 매달 개최하는 연속 좌담회에 나서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들은 향후 야권의 대선구도에서 협력과 경쟁 사이를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이완구 : 충청 지역의 대표주자로 포지셔닝돼 있는 안 지사에겐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고개다. 국무총리 어드밴티지가 크지만 여권의 충청권 주자로 인식되며 안 지사의 지지율을 한번에 추월했다. 안 지사 측에서도 이완구 총리에 대한 경계감이 감지된다.

[대표 정책 → 실시간 재정 공개 시스템]

공무원들이 점심 한 끼 먹은 비용까지 실시간으로 공개해 지방재정의 투명성을 강화했다. 중앙정부의 벤치마킹 사례로도 꼽히며 국회에서도 주목받은 지방 행정 시스템이다. 
김민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충남도청의 실시간 재정보 공개 시스템을 전국 지자체에 확대적용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요 주의 → 이름은 차기주자, 행보는?]

사실상 '차차기'가 아닌 '차기' 주자 반열에 들어와 있다. 안 지사 본인도 이에 대한 발언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선까지 2년 반이 남은 시점에서 '패'를 언제, 어떻게 꺼내들 지 고민스럽다. 자칫 문재인 대표의 독주로 굳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충남지사직을 수행하면서 대선 주자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충남지사 재선에 성공하면서 '386' 출신의 급진적 이미지를 많이 희석시키고 능력과 안정감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주위에는 '386 정치인 안희정'이 아닌 '대선 주자 안희정'으로 느껴질 만한 진용이 갖춰지지 않았다. 

너도나도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시대에 '민주주의'의 문제를 일관되게 부르짖는 진정성은 높게 평가될 만하다. 이를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정책과 의제로 전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프로필]
△1965년 충남 논산 출생 △대전 남대전고 중퇴, 고려대 철학과 △1992년 통일민주당 김덕룡 국회의원 비서 △1997년 노무현 사무소 기획실장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정무팀장 △2007년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 △2010년 민선5기 충남지사 △2014년 민선6기 충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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