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사학 재단 누락…실수? 고의?

[the300]여야 "사학 이사장 포함해야"..법사위 논의에도 영향

김성휘 기자 | 입력 : 2015.02.04 15:42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용태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비롯한 소위원들이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품수수 금지법)을 심사하고 있다. 2015.1.8/뉴스1

국회 정무위원회가 사립학교 재단 이사진이 규율 대상에서 빠진 김영란법을 통과시킨 것은 처리를 서두르다 조문을 챙기지 못했다는게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사학 재단 이사진 포함여부가 논란이 됐던 만큼, 막강한 로비력을 지닌 사학 재단측을 의식해 일부러 누락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도 피하기 어렵다.

지난 1월 임시국회 당시 정무위는 김영란법을 무조건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지고 있었다. 김영란법에 무리한 요소가 많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됐지만 접대·로비문화를 근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워낙 높았다. 지난달 8일엔 장시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막판 쟁점을 타결했다. 이때 구체적 조문 완성 작업은 소관부처인 권익위에 맡겼다는 게 여야의 설명이다.

법안소위가 쟁점에 합의하는 즉시 법안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분량이나 쟁점이 많은 법안이면 소위원장이 "구체적인 체계·자구 정리 등은 소위원장에게 위임해 달라"고 회의를 맺는다. 이후 소관부처를 중심으로 법안을 완성해야 비로소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확인 결과 권익위도 정무위도 이 과정에서 구체적 규율대상 범위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사학을 포함한다는 사실에만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사학재단을 제외한 이유엔 의문이 여전하다. 여야 정무위원들은 재단 이사진 규율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정무위 야당 간사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공립 학교 서무직원도 적용대상인데 사학의 이사장이 포함 안된다는 건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해법은 간단할 수 있다. 적용대상에 '사학 재단 이사진'과 같은 구절을 추가하면 된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법안을 넘겨 받은 법사위에선 재단·교직원 구분을 넘어 김영란법의 사학 적용 자체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공청회도 열어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다. 그 결과 김영란법에 사학이 포함되는 것 자체를 원점 재검토한다면 재단 이사진 적용 여부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사학재단들의 추가 반발도 예상된다.

이밖에도 김영란법엔 논란 소지가 적지않다. 정무위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은 15가지 종류로 부정청탁을 규정한 대목(제5조)에서 대부분 항목이 '법령이나 기준 위반'만을 처벌조건으로 달아 법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교묘한 청탁은 규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5가지 종류 모두 '(공직자로 하여금)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도 포괄하도록 조문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그러나 15가지 가운데 △채용·승진·전보 등 공직자 인사 △보조금·장려금 출연 등 필요한 유형은 이미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도 처벌토록 규정했다고 반박했다. 지나치게 포괄적인 애초의 법규정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종류별로 조문을 조금씩 다르게 다듬었다는 것이다.

법사위 김영란법 논의는 진통이 불가피하다. 법률 전체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 단 여야에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만 하고 실질적 내용을 손대선 안 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법사위·정무위 등 관련 상임위와 여야의 해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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