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이주의 법안]아파트 수선충당금 공개 의무화…'눈먼돈 떼먹기' 근절될까

[the300]박명재 새누리당 의원 주택법 개정안 발의

편집자주  |  국회에서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법안들이 발의됩니다. 문구만 바꾼 법안이 있는가하면, '김영란법'처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도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법안 발의과정에서부터 관찰과 분석을 하기로 했습니다.사단법인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와 함께 매주 1건씩, 가장 주목해야 할 '이주의 법안'을 선정, 분석합니다. 더300 기자들과 여야 동수의 전, 현직 보좌관들로 구성된 더모아 법안심사팀이 선보일 '이주의 법안' 코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서울시가 23일부터 아파트관리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건가요?"

이사할때마다 세입자들이 깜빡 잊고 돌려받지 않는 돈이 있다. 장기수선충당금. 매번 관리비내역서에 찍혀 나오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도 없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아파트 관리비와 달리 용처를 알 수 없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법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장기수선충당금을 이용해 실제 아파트를 수리하거나 부품 교체가 이뤄진 경우 장기수선계획과 함께 실적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엘리베이터나 외벽, 난간 등 아파트 시설물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을 입주자에게 미리 징수한 적립금이다. 대형 단지의 경우 수십억의 충당금을 적립해두고 있지만 집행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 의원은 "김부선씨가 제기한 '0원 난방비'가 이슈가 되면서 아파트 입주자의 호주머니로부터 빠져나가는 돈이 없는 지 관심을 갖게 됐다"며 "관리비에 비해 입주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홀해 취지에 맞게 쓰이는 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입주자대표회의 비리 만연, 아파트 비리 잡을까


지난해 말 용인의 1500가구 규모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시가보다 2억원을 더 주고 외벽과 주차장 보수공사를 진행해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었다.
비슷한 시기 제주에서는 아파트 전등교체공사를 진행하면서 시가 대비 두배의 공사비를 자치회장 지인에게 지급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지난 9월에는 광주에서 장기수선충당금 1억3000만원을 입주자대표 등이 횡령한 사실도 적발됐다.

아파트 관리비리는 전국적으로 만연해있다. 원인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해 이를 감시할 제도적 장치는 미비한 이유가 크다. 특히 장기수선충당금의 경우 목돈이 들어가는 공사가 많다보니 입주자대표 임원들과 특정 업체간 비리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장기수선충당금이 '눈먼 돈'으로 불리는 이유다.

장기수선충당금 공개제도가 아파트 비리를 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암암리에 이뤄지다보니 '눈속임 공시' 가능성이 높고 처벌규정도 미흡해서다. 게다가 장기수선계획을 공사 목적보다는 수선충당금을 징수하기 위한 근거자료로용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때문에 정부 차원의 표준 장기수선계획서 마련과 검토보고서 신고를 의무화해야 하는 등의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비용은 세입자에 떠넘겨…환급 가능


장기수선충당금의 해묵은 과제 중 하나는 집주인과 세입자 중 누가 부담하느냐다.

현행법상 관리비는 아파트의 일반관리비,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 유지비, 난방비, 급탕비, 수선유지비 등 매달 거주하면서 사용하는 돈이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옥상방수공사, 배관공사 도장공사 등 주요시설물의 수선비를 미리 적립하는 비용이다.

이와 관련해 아파트 세입자는 이용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소유자는 재산가치를 위해 수선충당금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게 일반적이다.

주택법 시행령 상에도 이 같은 시각에 근거해 관리비와 수선충당금을 구분해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아파트가 행정편의를 이유로 수선충당금을 관리비에 포함시켜 부과하고 있다보니 세입자가 비용부담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임차인이 아파트 사용기간동안 납부한 수선충당금은 임대차기간이 만료되면 소유자에게 환급요청을 할 수 있다. 전용 84㎡의 경우 년간 약 10만원 정도다. 역시 다수의 세입자는 이 규정을 몰라 환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도 정비 뿐 아니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충당금 일본의 10분의 1…오피스텔 공개? 기준 없어 우려


우리나라의 수선충당금은 ㎡당 평균 97.5원을 적립하고 있다. 일본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국토부는 적정 적립단가로 400원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수선충당금이 계획 대비 7~21%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낮은 적립규모로 인해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유지보수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할 뿐 아니라 보수시기를 놓쳐 특별부과징수 명목으로 더 많은 비용을 관리비로 부담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선충당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늘어난 부담을 주택 보유자가 그대로 떠안을 지는 미지수다. 전월세 가격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아 임대시장의 교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서 제외된 오피스텔, 주상복합, 집합상가건물 등이 수선충당금 공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공개시 주거용과 사무용, 상업용 시설에 대한 부담기준이 드러나 분쟁으로 번질 우려다. 예컨대 주거용 오피스텔 거주자는 사무용에 비해 시설물 이용빈도가 적다는 이유로 수선충당금을 적게 내야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최성헌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관리되기 어려운 구조여서 수선충당금 공개가 필요하다"면서도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처럼 주거상업시설과 섞여있는 경우 이용률에 따른 수선충당금액 논쟁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