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들고 강남 추격전…서울·대구 섭렵한 남자

[the300][광역단체장 사용설명서]②권영진 대구광역시장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지방자치단체장은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분권'은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에 못 간다고 확신합니다.”

권영진 대구시장(52)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연신 중앙정부에 답답합을 호소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수도권 규제완화’ 추진 의지를 내비친 것이 ‘대구 경제 회복’을 기치로 당선된 권 시장에겐 반가울 리 없다. 

지난해 4월 젊은 초선의원 출신이 대구시장 후보 경선 1위로 오르자 새누리당은 술렁였다. 우세가 점쳐졌던 친박(친 박근혜)계 조원진, 서상기 후보를 3~4위로 밀어낸 것도 충격이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아성'인 대구에서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후보가 당선된 것은 파란으로 받아들여졌다.

20년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꼴찌인 대구에도 변화의 열망이 불어닥쳤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새누리 깃발만 꼽으면 배지를 단다’는 대구에서 야권의 김부겸 후보가 40%의 지지를 받은 것을 보면 지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짐작할 수있다.

권 시장는 대구를 혁신하기 위해 “목숨 걸겠다”고 공언해왔고, 지역의 선택을 받은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다. 당선 후 곧바로 경제부서와 산업부서를 창조경제본부로 통합하고, ‘현장소통시장실’, ‘시민원탁회의’ 등을 운영하는 등 시정혁신을 주요 기치로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권한의 한계로 지역혁신을 마음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다, 중앙정부발 수도권 규제완화까지 재점화되면서 권 시장의 심기도 불편해 진 것이다.

그는 “글로벌 메갈로폴리스 경쟁시대에서 수도권 단일체제의 성장만 강조하는 것은 지역 경제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서울 수도권은 비우는 행정을, 지방은 채우는 행정이 필요한데 오히려 거꾸로 가는 정책을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권영진 대구시장 인터뷰./사진=이동훈 기자

[그는-여당 개혁·쇄신파]
경북 안동 출신인 권 시장은 대구와의 인연이 짧다. 박주영 선수의 모교로 유명한 대구 청구고를 다닌 게 대구와의 인연의 전부다. 때문에 권 시장의 당선이 더욱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전까지 그의 정치적 고향은 서울 노원구였다. 18대에 첫 국회에 입문했다. 내내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있으면서 전문성을 키웠다.

그가 가장 목소리를 높인 때는 국회 입성 후 한나라당의 초선의원 쇄신모임인 '민본21'을 창립하고 활동하던 때다. 국회 개혁을 위한 5대 법률을 제시했고, 비정규직법 개정 반대, 당·정·청 쇄신론 등 당내 불편한 의견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김성식, 주광덕, 황영철, 김선동, 신성범, 김세연, 박민식 의원 등이 함께 활동했다.

이회창 총재의 요청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원외 시절 한나라당 소장파 그룹인 '미래연대'의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당시 영입한 오세훈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난 뒤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영입됐다.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캠프에서 전략조정단장을 맡았다.

[프로필]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청구고 △고려대 영문학과 △고려대 대학원(정치학 박사) △서울시 정무부시장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18대 국회의원 △현 대구시장

[1호법안-교육기관 정보공개법]
18대 국회에서 그가 첫 번째로 발의한 법안은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대학별로 등록금 및 학생 1인당 교육비 산정 근거를 공시하도록 의무화 하는 것이 골자다. 대학등록금이 물가인상률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오르는 데 반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등록금 산정근거가 없어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을 해소하자는 것이었다.

이 법안은 대학 등록금 소득공제 한도를 7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무상장학금 대상을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장학재단법 개정안 등과 함께 ‘등록금 부담완화 3법’으로 불렸다. 이들 법안은 일부 수정이나 대안반영 형태로 본회를 통과했다.

그는 대학이 홍보물 등을 통해 선전한 해외 연수나 장학금 지원 약속을 어기는 일이 빈번해지자 이를 금지하는 교육기관 정보공개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취업률이나 장학금 과장광고가 적발되면 정원감축 등의 불이익을 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은 2011년 원안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동에 폭력이나 성폭력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에게 보육시설에 근무할 수 없게 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등도 있다. 그러나 이 법은 다른 이슈에 밀려 보건복지위에 상정도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교육 이외의 분야에서는 일하는 국회를 중점으로 둔 법안이 눈길을 끈다. ‘미디어법’ 등 처리를 두고 여야가 극한으로 치닫게 되면서 폭력사태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폭력사태 가담 보좌진이나 공직자에 대해 국회의장 등이 면직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게 대표적이다.

사진=대구시청 제공

[이 한장의 사진]
권 시장은 1987년 국내 대학원 첫 총학생회 창립을 주도하고 초대 회장으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 고려대 영문과 재학시절 마르크스 레닌의 원전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번역해서 노동현장에 전파하기도 했다.

사진은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선출된 직후 대학원생들 앞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는 모습. 검정색 두루마기를 입은 모습이 이채롭다.

[키워드-교육]
그는 국회에서 내내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있으면서 대학등록금 문제 등 교육관련 법안 발의에 주력한 의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등록금 이슈가 부각됐을 때 대학들이 장학 적립금 명목으로 돈을 쌓아두고 지급하지 않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가 발의한 법안 상당수가 교육 법안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그의 교육적 관심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된 50개 법안 중 34개(68%)가 교육 및 보육 관련 법안이다.

권 시장은 “경쟁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재기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18대 국회에서 교육법안에 집중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진보 진영과 교육철학이 유사해 교육문제에 대해선 진보에 버금가는 여당 의원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18대 2010년 교육과학위원회 서울특별시교육감 국정감사 때를 돌아보면 그의 주장은 유독 눈에 띈다. 그는 곽 교육감을 향해 "저와 교육지표, 정책방향, 주요정책 등 교육철학이 거의 비슷하다"거나 "1명의 낙오자도 없는 아이들 교육 만들겠다며 특수교육대상자 장애아들에게 하는 모습을 모면서 저와 똑같은 생각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무상보육 규모나 재원 마련 등에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유휴 학교용지가 비교육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곽 교육감 조차도 "정말 좋은 지적을 해주셨다"며 연거푸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 폭행사태로 불거진 유아교육 문제에 관해선 곽 교육감에게 "서울시교육청에 공교육 체제로 끌고가는 시대 선언을 촉구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진일보한 제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요 주의!]
여당 내 감각있는 교육 행정가로 정평이 나있고, 서울 정무부시장 재임시절 갈고 닦은 정무감각은 인정받고 있지만, 개혁적인 색채가 희석됐다는 평가도 있다. 끈질기게 설득하는 스타일 때문에 논점이 자주 흐려지기도 한다.

대구시장 재직 후에는 전 시장의 문화사업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사과한 일이 있고, 고위직에 고대 출신 인사를 임명해 자기사람을 심었다는 비판도 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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