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인턴 월급도 9년째 안올려주는데…'인턴법' 하세월

[the300][2014 근로자 리포트(12)-인턴]

해당 기사는 2015-01-05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PDF 런치리포트 뷰어


#1.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일 하는 K양. 그녀는 헤어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인턴', 소위 말해 '미용실 시다'로 6개월째 일하고 있다. 오전 7시에 출근해 미용실 청소부터 시작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1시. 그녀가 미용실에서 하는 일은 머리 자르는 일이 아닌 수건 빨기, 머리카락 치우기, 창고정리, 미용사 옆에서 손 거들기 등이다.

그녀의 월급은 70만원. 시급으로 계산하면 대략 2000원꼴. 미용실 원장님 말대로 1년만 버티면 손님 머리를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온다지만, 당장 며칠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2. 미술관 큐레이터 어시스트를 1년째 하고 있는 L군. 그의 신분은 '인턴', 급여는 월 50만원이다. 격주로 주말마다 나와 근무를 하지만 주말수당은 없다. 주머니 사정을 따지다보면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빈번하다. 대학에서 미술사학과를 전공하면서 큐레이터의 꿈을 가지고 인턴으로 들어갔지만, 큐레이터로서의 업무와 교육보다는 갤러리 청소나 잡무 등을 맡는 경우가 많다.

#3. Y양은 A회사에서 3개월 인턴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해 인턴으로 근무하게 됐다. 집에서도 취업한 거라 여기고 기뻐했다. 그러나 인턴 2주째, 회사는 예산상의 이유로 채용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했다. 대신 어떻게 될지 모르니, 열심히 해보라는 말만 덧붙였다. 부모님은 정규직 채용도 취소했으면서 매일 자정까지 야근을 시키는 회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3개월의 인턴 계약 때문에 마음대로 다른 회사에 지원할 수도 없는 처지다.

취업을 위해선 '인턴' 경험을 한 두 번은 해봐야 하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단순 근로' 목적 뿐 아니라 교육과 체험이란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는 인턴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효율과 편의를 강조하는 사용자측의 속성 탓에 인턴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가 굳이 인턴을 관리·교육하는데 애쓰기 보단,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인턴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완전히 정의되지 못하고 있다. 인턴이 근로자의 정의처럼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또 인턴이 '교육'이라는 목적을 위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로 분류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인턴은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경험 제공'이란 핑계로 '무급'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인턴들의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정치권에선 인턴 관련 법 제정 움직임이 이제야 걸음마 단계다.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9월 인턴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고, 고용 및 복지 증진 방안을 담은 '인턴의 보호 등에 관한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

특히 이 제정안은 인턴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입법과정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청년 입법정책 및 정치 연구단체인 '청년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정치'와 송 의원이 간담회를 통해 제정안을 성안한 것이다.

제정안에는 '사용자는 1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인턴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턴은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저임금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사용자가 정규직 전환을 해주지 않고 무한정 인턴으로 활용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장치다.

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이 적용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인턴이 작업 중 부상·질병·사망 등 사고를 당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뒀다.

이 밖에 고용과정에서 체결하는 인턴계약서를 인턴에게 교부하는 내용도 담았다. 아울러 인턴임을 이유로 불합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되고, 불합리한 처우를 받은 인턴은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제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장하나 새정치연합 의원 역시 인턴 관련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장 의원 측은 '무급인턴'을 아예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정작 국회에서 근무 중인 인턴들의 처우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2008년 월 11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급여가 오른 이후 2015년까지 9년째 월급이 동결됐다.

이와 관련,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예산심사에서 인턴 처우개선 명목으로 46억2000만원의 예산을 증액해 기본급은 150만원(현행 120만원)으로, 초과근무수당은 32시간 근무에 28만원(현행 16시간 근무에 14만원)으로 인상키로 했다. 하지만 이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발목이 잡혀 전액 삭감됐다.

아울러 정부 및 산하기관에서 운영하는 인턴은 모두 11개월 계약직이다. 이에 따라 국회 의원실 인턴도 기본적으로 11개월을 계약기간으로 한다. 각 의원실에 매년 배정되는 인턴 관련 예산 역시 인턴 월급의 22개월치다. 의원실당 2명의 인턴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실의 경우, 재계약을 통해 고용을 유지시켜주지만 대다수 의원실의 인턴들은 11개월이 지나면 옷을 벗어야 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12개월이 지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하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턴 처우 문제는 일반 사기업 뿐 아니라 정부, 그리고 국회에서도 존재한다"며 "인턴 관련법 제정을 통한 인턴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국회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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